중국·유럽, 멈추지 않는 ‘기후 실행’…다보스에서 확인된 기후 전환 [글로벌 이슈]

중국 풍력 필두 에너지 전환 기조 재확인, 유럽은 300GW 해상풍력 확대 합의
보조금·관세·전력망 등 ‘에너지 전환 조건’도 다보스서 부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지난 19일부터 23일까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 이른바 ‘다보스포럼’에서 기후변화 의제는 지경학·안보·인공지능(AI)처럼 중심 무대에 서지는 못했다. 그러나 기후·에너지 전환 논의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중국과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재확인했고, 전환을 뒷받침할 제도와 시장 조건을 둘러싼 논의는 포럼 전반에 걸쳐 이어졌다.

올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기후·에너지 전환 논의는 중심 의제에서는 한발 물러났지만 각국의 정책·투자 흐름 속에서는 여전히 이어졌다. /Unsplash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21일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미국은 지구상 어떤 나라보다 많은 석유와 가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거의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비용을 낮추고 미국을 제조업 초강국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중국의 친환경 정책을 비판하며, 특히 풍력발전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정책이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자국의 풍력발전 성과를 설명하며 저탄소 에너지 전환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연설에서 “중국에는 풍력발전소가 없다”고 언급하고, 중국산 풍력 설비를 도입하는 국가들을 “어리석다”고 표현한 데 대한 대응이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기후변화 대응과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중국의 노력은 국제사회가 잘 알고 있다”며 “책임 있는 개발도상국으로서 중국은 글로벌 녹색·저탄소 전환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풍력발전 설비 용량이 15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중국이 수출한 풍력·태양광 설비가 다른 국가들의 탄소 배출을 약 41억 톤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생에너지 비판에도 불구하고 유럽 각국은 2050년까지 해상풍력 설비를 300GW로 확대하는 공동 목표에 협의했다. /Unsplash

미국의 비판과 달리 유럽은 재생에너지 확대 기조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같은 연설에서 녹색에너지 정책과 대규모 이주가 유럽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유럽 각국은 청정에너지 협약을 체결하고 2050년까지 해상풍력 설비 용량을 300기가와트(GW)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 협약은 26일(현지 시각)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북해 정상회의에서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영국·벨기에·덴마크·프랑스·독일·아이슬란드·아일랜드·룩셈부르크·네덜란드·노르웨이 등 10개국이 참여하며, 이 가운데 최대 100GW는 국경을 넘는 공동 프로젝트로 추진하기로 했다.

에드 밀리밴드 영국 에너지부 장관은 “청정에너지 확대는 국가적 이익을 지키는 선택”이라며 “화석연료 의존에서 벗어나 에너지 주권과 장기적 번영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에서도 에너지 전환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다난타라는 다보스포럼에서 올해 최대 140억 달러(약 20조 원)를 투자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히며, 향후 12~24개월간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전환을 최우선 투자 분야로 제시했다. 2025년 2월 출범한 다난타라 펀드는 초기 자본금 200억 달러(한화 약 28조 9000억원)규모로, 에너지 외에도 디지털 인프라와 헬스케어, 식량 안보를 중점 투자 분야로 설정했다.

다보스포럼에서 트라피구라의 리처드 홀텀 CEO는 청정연료가 시장에서 확산되기 위해서는 보조금과 의무화 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트라피구라

이번 다보스에서 기후 논의의 초점은 ‘왜 해야 하는가’에서 ‘어떻게 작동하게 할 것인가’로 옮겨갔다. 글로벌 원자재 기업 트라피구라의 리처드 홀텀 최고경영자(CEO)는 21일 패널 토론에서 “청정·저탄소 연료가 시장에서 확산되려면 의무화와 보조금 같은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속가능항공연료(SAF)는 의무 혼합 제도가 있기 때문에, 수소는 보조금이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트라피구라는 전날 우루과이에서 시지지 플라즈모닉스(Syzygy Plasmonics)와 6년간 구속력 있는 SAF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홀텀 CEO는 잉여 재생에너지 전력을 연료 생산에 쓰기보다 전력망에 공급해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며, 이를 통해 탈석탄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22일 다보스포럼에서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유타·네바다·뉴멕시코의 아주 작은 일부 지역만 활용해도 태양광으로 전체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태양광 설비에 대한 높은 관세가 경제성을 왜곡하고 있다며,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무역과 정책 환경에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집권 이후 석유·가스 업계 인사들의 발언이 다보스포럼에서 두드러지며 기후 의제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각국에서는 재생에너지 인프라 확대와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조건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 정치적 구호를 넘어, 실제로 작동하는 정책과 시장 설계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 이번 다보스에서 확인된 또 다른 흐름이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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