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23% 줄었지만 가스 25% 늘며 발전부문 배출 6% 증가
“지정학·규제 리스크 큰 LNG, 탄소 감축 목표 위협”
한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이고 있지만, 그 빈자리를 재생에너지가 아닌 액화천연가스(LNG)가 채우면서 발전 부문의 총 탄소 배출량이 오히려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화석연료 간 단순 전환만으로는 실질적인 기후 대응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미국 에너지경제·재무분석 연구소(IEEFA)는 지난 4일 보고서에서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의 석탄화력 발전량은 23% 감소했지만 가스화력 발전량은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IEEFA 계산에 따르면 석탄발전 배출 감소분을 가스발전 배출 증가가 상쇄하면서 2023년 발전 부문 이산화탄소(CO₂) 총배출량은 2017년 대비 6% 늘어난 2억5600만 톤이다.
작년 브라질에서 열린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한국은 2040년까지 61개 석탄 발전소 중 40개를 폐쇄하고, 온실가스 저감 설비 없는 신규 석탄 발전소는 건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아닌 LNG 발전을 늘리는 방식으로 탈석탄이 이뤄질 경우 기대했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확정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어 더욱 적극적인 탄소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
연구를 진행한 김채원(Michelle Chaewon Kim) 연구위원은 한국 정부가 LNG가 친환경적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고 꼬집는다. 2017년 한국 정부는 G20 정상회의에서 ‘탈석탄·탈원전 경제’ 정책을 제시했다. 같은 해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국가 전원 믹스 내 LNG 비중 목표를 2017년 16.9%에서 2031년 18.8%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전력생산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3%에서 2020년 26%로 늘었다.
미국으로부터의 LNG 수입을 늘리려는 지정학적 압력도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2017년 한국의 전체 LNG 수입량 중 미국산의 비중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시작과 맞물려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해 2021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5년 7월 관세 협상 이후, 한국은 LNG를 포함해 미국으로부터 약 1000억 달러(한화 약 146억 원) 규모의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 LNG, 지정학 리스크에 규제 확대 위험도

석탄을 LNG로 대체하는 방식은 공급망 리스크도 키울 수 있다. LNG는 지정학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에너지다. 실제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LNG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화석연료 중심 전력 믹스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에서는 2022년 연평균 전력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두 배 상승했다.
이러한 가격 변동성은 최근 중동 정세에서도 드러난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2026년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한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 가스 가격(TTF)은 3월 2~3일 사이 전주 대비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 LNG 가격 지표인 JKM도 약 40%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제 유가(브렌트유)가 약 10~15% 상승한 것과 비교하면 LNG 가격 변동성이 훨씬 큰 셈이다.
올해 1월부터 수입품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비용을 부과하는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발표된 보고서에서 미셸 김 연구원은 반도체와 LNG가 아직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향후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한국 기업의 CBAM 인증서 비용이 2026년부터 2034년까지 최대 5억8800만 달러(한화 약 8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석탄과 LNG 발전의 탄소 배출을 줄일 기술적 대안으로 제시됐던 암모니아와 수소 혼합 연소 발전 계획마저 축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25년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수소 및 암모니아 혼소 프로젝트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위한 2025년 청정수소발전시장(CHPS) 경쟁입찰을 취소했다. 수소나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상업용 규모의 발전소가 가동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IEEFA는 올해 상반기 발표 예정인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LNG 의존도를 계속 높이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실질적인 탄소 감축과 산업계의 공급망 리스크 완화를 위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는 명확한 탈석탄 경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