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이 다가오면 어떻게 친척 어른들의 잔소리를 방어할까 고민이다. 결혼 적령기의 30대 멀쩡한 사내가 아직도 미혼이니까 말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겪어 온 나의 부모 세대가 갖고 있는 삶의 법칙으로는 잔소리를 안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학을 가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등등 때에 맞춰 인생의 중요한 미션들을 해결하길 자식에게 기대한다.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길 원하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려 애써본다. 그러나 지금 내 직업과 자산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도권에 자가를 보유하고 아이를 2명 기르고 있는 과거의 평균적인 삶이 청년세대에게 꿈 같은 이야기다.
결혼 시장에서 ‘육각형의 남자’라는 말이 있다. 결혼에 있어서 중요한 6가지 조건(외모, 성격, 학력, 자산, 직업, 집안)을 모두 갖춘 남자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배우자의 모습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평균보다 좀 더 나았으면 하는 소망이 투영되어 있다. 그러나 평균이라고 하더라도 모든 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을 따져보면 실제로는 상위 1%다. 모두 충족하는 사람을 찾기 때문에 결국 여러 조건을 고려하다 보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평균은 전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많은 사실을 감춘다. 기후위기 대응에서도 그렇다. 파리협정에서 합의한 1.5도 목표에서 1.5도는 전 지구적인 평균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지구 온난화 속도는 평균 보다 2배나 빠르다. 작년 9월 기상청에서 발표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1912년부터 2024년까지 113년 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2.8도 상승했다. 전 세계 평균보다 2배나 빠르다. 이러한 사실은 외면하고 누군가는 기후위기 대응이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미국과 중국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10위권이라는 우리나라의 책임은 차치하더라도, 한반도 상황을 고려하면 기후위기 대응이 우리나라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되는 일임에는 분명하다.
최근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겠다는 기후부의 발표가 있었다. 발표의 근거가 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1.9%는 ‘추진되어야 한다’, 30.8%는 ‘중단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찬성 비율이 2배 가까이 높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문항을 자세히 보면 신규 원전 건설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설명이 매우 부족하다. 국민들의 평균적인 인식을 기준으로 정부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국민 주권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결정은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할 의지가 있는지 물음표가 생기게 만든다. 코스피 5000 달성, AI 신산업 육성, 검찰기소권 분리 등 다른 개혁과제는 임기 초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기후 정책은 외면 받는 것 같은 느낌은 기분 탓일까?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국회 입법 과제로 주어진 장기 감축 경로 또한 공론화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입법 시한을 넘길 계획인 것에 더해 숙의토론 기간이 2개월에 불과하다 보니 첫 삽을 뜨기 전부터 형식적 절차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어떤 의제로 공론화가 진행되는지, 그 의제들은 헌법불합치 결정에 기반한 입법 취지를 반영한 것인지,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되는 내용들을 일반 시민들도 접할 수 있는지 아무것도 알려지지 않았다. 작년 2035 NDC 논의 때처럼 구체적인 설명이 부재한 채 정책 수립 스케줄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으로 충분한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 정책의 방향과 목표를 객관식 문항으로 선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미래세대의 생존이 달려있는 기후 문제가 과연 선택의 영역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와 기후 정책은 지나치게 평균에 집착해 왔다. 100만 원을 버는 사람과 1억을 버는 사람은 다르지만, 둘을 평균하면 5000만 원을 버는 누군가가 된다. 여론조사와 공론화를 통해 산출된 결과는 통계적 방법론을 기반으로 객관성과 대표성을 획득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 결과가 의사결정 단계에서 중요하게 반영한다. 그러나 평균적인 결과가 의사결정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평균에 수렴하는 안전한 선택만 하게 된다. 결국 양쪽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이도 저도 아닌, 방향이 불명확한 결론이 된다.
평균으로 결정되는 기후 정책을 보며 정부의 철학과 방향이 흔들리고 있다.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매몰되어 중간만 가면 된다는 안일한 태도가 평균에서 담지 못한 많은 것들을 외면하고 있다. 평균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
| 필자 소개 ‘당사자에서 배제되고 파편화된 청년들이 기후위기의 대응의 주체가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사단법인 빅웨이브의 대표입니다.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를 모으는 것과 같이, 더 많은 역량 있는 청년들이 성장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전히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NGO, 국회, 정부 위원회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후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기후 유니버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