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100GW, ‘지역 전력’ 전환 없인 어렵다

기후솔루션 보고서 “수도권 중심 전력망으론 호남·제주 병목 해소 어려워”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100GW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행 전력시장과 전력망 구조로는 달성이 쉽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재생에너지 생산의 중심지인 호남과 제주에서 신규 설비 접속이 막히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병목의 원인이 기술이나 주민 수용성 문제가 아니라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중형 전력시장과 송전망 의존 구조에 있다는 지적이다.

전력, 전기 /Unsplash
기후솔루션은 보고서를 통해 호남·제주 계통포화로 재생에너지 확대가 막혔다며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목표 달성을 위해 ‘지역에서 만들고 지역에서 쓰는 전력시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Unsplash

기후솔루션은 12일 발표한 보고서 ‘지역주도형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전력시장 개선 방안’에서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100GW 목표를 실현하려면 지역이 전력의 생산·소비·거래 주체로 직접 참여하는 구조로 전력시장을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은 약 30GW 수준으로, 2030년 목표를 달성하려면 3배 이상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실제 보급 속도는 둔화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2024년 계통 포화를 이유로 전국 205개 변전소를 ‘계통관리변전소’로 지정했으며, 이 가운데 호남과 제주는 모든 변전소가 대상에 포함됐다.

이로 인해 해당 지역에서는 송·변전 설비가 완공되는 2031년까지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계통 접속이 원칙적으로 제한된 상태다. 재생에너지 설비가 가장 많이 설치된 지역이 오히려 추가 확장의 통로가 막히며 전환의 병목으로 묶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와 전력 당국은 초고압 송전망 확충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통해 송전선 건설 절차를 단축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러한 접근이 시간적·사회적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345kV 송전선 1개를 건설하는 데 평균 9년이 걸리고, 이미 추진 중인 송·변전 설비 사업의 절반 이상이 주민 반발과 인허가 문제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이 12일 발표한 보고서 ‘지역주도형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전력시장 개선 방안’은 지역 주도 전력시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도형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전력시장 개선 방안’ 갈무리

보고서는 “지역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방식에만 의존할 경우 계통 문제 해결에 장기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지역 PPA(전력구매계약)와 지역 유연성 시장을 제시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의 99%가 10MW 미만의 소규모 설비로, 대부분 배전망에 연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배전계통을 활용해 지역 내에서 전력을 생산·소비·거래하는 시장을 구축하면, 대규모 송전망 증설 없이도 재생에너지 수용 여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례로는 파주시가 언급됐다. 파주시는 지방정부 주도의 지역 PPA를 통해 중소기업에 민간 PPA나 한전 요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며, 지역 단위 전력 거래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현행 직접 PPA 제도가 최소 설비 용량과 계약 전력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중소기업과 소규모 발전사업자의 참여를 제약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다수의 발전원과 다수의 수요자가 함께 참여하는 집합형 PPA를 허용하고, 인근 지역에서 생산·소비되는 전력에 대해서는 망 요금을 차등 적용해 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와 지역 에너지공사가 전력공급사업자나 VPP(가상발전소) 사업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경우,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지역 산업 경쟁력 강화,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서는 평가했다.

기후솔루션은 송전망 증설 대신 지역 유연성 시장을 통해 분산자원을 조정해 전력 혼잡을 완화하는 구조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지는 보고서 속 지역 유연성 시장 구조. /기후솔루션

김건영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전력망 논쟁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누가 에너지 전환의 주체가 될 것인가에 대한 구조적 문제”라며 “지역을 계통 포화로 묶어두고 송전망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도, 지역 균형 발전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이 직접 전력을 생산하고 소비하며 거래할 수 있도록 전력시장 구조를 전환해야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부담 완화,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분산에너지법 시행에 맞춰 2024년 11월부터 배전계통운영자(DSO) 역할을 본격화하고, 지역 단위 전력망을 직접 관리·운영하는 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배전망 관리 원칙과 중장기 증설 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전력망 혼잡과 전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 유연성 서비스’ 도입도 준비 중이다.

다만 보고서는 발전 자회사를 보유한 한전이 지역 유연성 시장의 운영 주체로 직접 나설 경우, 시장의 공정성과 활성화가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규칙 설정과 거래 조건 결정 권한이 한전에 집중되면 다른 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지역 유연성 시장이 실질적인 대안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장 운영의 투명성 확보와 이해상충을 해소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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