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상위 0.1%, 하루에 하위 50%의 1년치 탄소 배출한다

옥스팜 “억만장자, 기후 악영향 산업에 투자하며 이윤 챙겨…정책 왜곡까지”

세계 상위 0.1% 초부유층이 하루 동안 배출하는 탄소 오염량이 지구 하위 50% 인구의 연간 배출량을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Oxfam)은 “지구상 모든 사람이 이들과 같은 수준으로 배출한다면, 1.5도 상승 억제를 위한 ‘탄소 예산’은 석 달도 못 가 고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옥스팜은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최상위 부유층이 매일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무게는 800kg이 넘는 반면 하위 50% 빈곤층의 배출량은 2kg에 불과해 차이가 극심하다고 짚었다 . /2025 옥스팜 기후 불평등 보고서 갈무리

옥스팜은 29일 공개한 보고서 ‘기후 위기: 불평등이 불러온 세계의 재난’ 에서 “상위 0.1% 부유층의 하루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800㎏, 하위 50% 인구는 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다음달 10일 브라질 벨렝에서 열리는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를 앞두고 발표된 이번 보고서는 ‘기후 불평등’이 지구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초부유층은 사치 소비뿐 아니라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에 집중 투자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억만장자 1명은 투자만으로도 연간 평균 190만 톤의 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개인 전용기를 타고 지구를 약 1만 바퀴 도는 수준에 해당한다. 억만장자들의 투자 중 60%는 석유·광업 등 고탄소 산업에 몰려 있으며, S&P 글로벌1200 지수 평균 투자자의 2.5배에 달하는 배출량을 낸다. 옥스팜은 “억만장자 308명의 투자 포트폴리오 배출량이 118개국 전체 배출량보다 많다”고 밝혔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는 “기후 위기는 곧 불평등의 위기”라며 “초부유층은 기후 파괴의 자금을 대며 이익을 챙기고, 그 피해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감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의 무제한적 권력은 기후정책 결정 과정까지 왜곡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옥스팜은 초부유층의 로비가 기후 정책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COP29에서는 석탄·석유·가스 업계 로비스트 1773명이 공식 등록했는데, 이는 기후 취약국 상위 10개국 대표단 규모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았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이들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아 기후 법안 통과를 지연시키거나 완화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또 “최상위 1% 부유층의 온실가스 배출이 세기말까지 약 130만 명의 폭염 사망자를 낳고, 2050년까지 저·중하위 소득국에 44조 달러의 경제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기후 위기에 가장 적게 기여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지역과 여성·소녀·원주민 공동체가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옥스팜은 각국 정부에 ▲초부유층 탄소 배출 감축 ▲극단적 부에 대한 과세 및 화석연료 초과이윤세 도입 ▲기후 협상 내 로비스트 배제 ▲공정한 기후재정 분담 등을 촉구했다. 베하르 총재는 “기후 위기의 진짜 해법은 초부유층의 특권을 줄이고, 피해 당사자들이 정책 결정의 중심에 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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