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서울 중구에 있는 업사이클링 브랜드 쇼룸. 유행이 지난 청바지 수십벌이 31개의 지갑으로 재탄생했다. 이날 ‘청년, 세상을 담다(이하 청세담)’ 14기 워크숍에 참석한 수강생 31명은 이젠니 젠니클로젯 대표를 비롯한 업사이클링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직접 입던 청바지로 지갑을 만들었다.
청세담은 조선일보 더나은미래와 현대해상, 소셜혁신연구소가 함께하는 소셜에디터(공익 콘텐츠 전문가) 양성 과정이다. 2014년부터 비영리, 사회적경제, 기업 사회공헌 등 국내외 공익 분야에 관심 있는 청년을 대상으로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콘텐츠 제작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왔다. 지금까지 약 400명이 수료했고 언론사, 비영리단체, 대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했다.
이날 이젠니 대표는 업사이클링 체험에 앞서 업사이클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상의와 하의를 비롯한 외출복 한 벌을 생산하는 데 76kg의 탄소가 배출된다”며 “특히 청바지 한 장을 만들 때 탄소 33.4kg와 폐수 7000L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7년부터 기업과 공공기관 등으로부터 청바지를 기부받아 업사이클링 가방 등을 제작하는 ‘세이브워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수강생 김동주(26)씨는 “이전에는 업사이클링 제품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합리적으로 느껴진다”며 “탄소 배출을 상쇄하고자 노동력이 투입된만큼 그 값을 충분히 지불할만하다”고 말했다. 수강생 이주희(28)씨도 “이번 강연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업사이클링 제품을 생산하는 소셜 벤처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의류 산업이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 10%를 차지한다. 영국의 비영리단체 엘렌맥아더재단은 의류 업계의 대량 생산 관행이 계속되면 2050년까지 그 비율이 26%까지 늘어날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류 폐기물 발생량도 심각한 수준이다. 매년 9200만t의 의류가 생산되고 그 중 1%만 재활용된다. 국내도 비슷한 상황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폐의류 발생량은 약 8만2422t에 달한다. 하루 평균 225t의 의류 폐기물이 쏟아지는 셈이다. 업사이클링을 중심으로 한 의류 순환경제 구축이 절실해진 배경이다.
이 대표는 의류 브랜드 젠니클로젯을 운영하며 업사이클링을 실천하고 있다. 버려지는 원단으로 친환경 신소재도 개발한다. 폐데님에 필름을 코팅해 ‘데님 레더’라는 대체 가죽을 개발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원단 등 소재 생산 과정에서 의류 생산 전체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의 70%가량이 발생한다”며 “업사이클링 패션이 그린워싱이 되지 않으려면 소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데님 소재를 중심으로 업사이클링 활동을 이어온 이유다. 최근 진행한 의류 브랜드 캘빈클라인과의 협업에서도 폐기 처리될 예정이었던 청바지 800벌을 에코백으로 업사이클링했다.
이날 워크숍에서 이 대표는 청세담 수강생들에게 공익활동 선배로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의류 기업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고민하다보니 어느새 업사이클링 전문가가 돼있었다”며 “공익 활동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세담14기 수강생 송수경(21)씨는 “지난 1년 친구들과 함께 은둔청년 등 취약계층을 위한 뉴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해왔지만 호응이 저조해 운영을 지속할지 고민했다”며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대표님의 말씀을 통해 공익활동을 이어갈 힘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
백승훈 인턴기자 pojac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