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지역이 경쟁력”…3대 지표로 본 회복력 상위 지자체는

대한민국 로컬 역량 지도 <3·끝>
장애친화·온실가스·공익 생태계 지표로 본 지자체 TOP20

‘인구를 얼마나 끌어오느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그 인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가다. 최근 지역 경쟁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안전’이 부상하면서, 단순한 방재 역량을 넘어 위기 속에서도 주민의 일상이 유지되는가가 지속가능성의 핵심 지표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확장된 안전’ 개념을 정량화한 것이 바로 지역자산역량지수(Korea Local Asset Competency Index·이하 KLACI)의 4대 항목 중 하나인 ‘안전회복력’ 지표다. KLACI는 전국 229개 기초지자체를 대상으로 ▲인구성장력 ▲경제활동력 ▲생활기반력 ▲안전회복력 등 4개 범주, 총 55개 정량 지표를 분석해 지역 역량을 110점 만점으로 수치화한 지표다. 이 지수는 이슈·임팩트 분석 전문기업 트리플라잇과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연구팀(한양대 로컬리즘연구회)이 공동 개발했다.

그중 안전회복력 항목은 재난·질병·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주민의 삶의 질과 회복 가능성을 평가하며, 사망률, 치매 유병률, 지역안전등급, 녹지율, 온실가스 배출량 등 15개 세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 수치 비교가 아닌 최근 개선 추이와 인구 규모에 따른 보정치를 반영해, 대도시 쏠림을 줄이고 중소도시의 의미 있는 변화까지 조명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더나은미래>는 KLACI 안전회복력 15개 항목 중에서도 주민 정착성과 공동체 기반을 가늠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지표인 ▲장애친화인증 ▲온실가스 배출량(역산) ▲비영리·사회적기업 수를 중심으로, 상위 20개 지자체의 현황과 특성을 분석했다.

◇ ‘배리어프리’ 도시, 중규모 지자체가 앞섰다

장애인뿐 아니라 고령자와 영유아 등 이동약자의 삶의 질은 일상 공간의 ‘배리어프리(Barrier-Free)’ 수준에 달려 있다. 단순히 시설이 있는지를 넘어, 휠체어 경사로·점자 안내·장애인 화장실 등 인프라가 생활 반경 속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 역시 지역 정착성과 거주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다.

KLACI 분석 결과, 장애친화인증 상위 5개 지자체는 ▲경북 포항시 ▲인천 서구 ▲광주 광산구 ▲전북 정읍시 ▲전북 부안군으로, 중소 규모 도시들의 강세가 눈에 띄었다.

인구 10만~50만 명의 ‘웰터급’ 지자체가 전체의 45%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들급(50만~100만)’이 25%, ‘헤비급(100만 이상)’과 ‘라이트급(인구 5만~10만)’이 각각 10%였다. ‘헤비급’ 지자체 가운데에서는 경남 창원시(13위)와 경기 수원시(18위)만이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대규모 도시들의 상대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광역시도별 분포로는 광주(광산구·북구·남구)와 전북(정읍시·부안군·군산시)이 각각 3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북·경남·인천(각 2곳), 충남·전남·제주·대전·경기·충북(각 1곳) 순이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2곳), 인천(2곳) 등 총 4개 지자체가 포함됐다. 반면, 서울은 상위 20위권 안에 든 자치구가 한 곳도 없었다. 장애친화 인프라는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중소도시에서 더 활발하게 확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기후 대응이 만든 성적표…온실가스 지표 상위 지자체는

KLACI의 ‘온실가스 배출량’ 지표는 배출량이 적을수록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이다. 해당 지역의 친환경 정책 실현 수준과 기후위기 대응 여력을 보여주는 간접 지표로, 생태 안정성, 주민 건강, 저탄소 도시 전환 가능성 등과도 맞닿아 있다.

KLACI 분석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역산) 상위 5개 지자체는 ▲강원 양구군 ▲강원 양양군 ▲경남 남해군 ▲경북 영덕군 ▲경남 의령군으로 나타났다. 인구 체급별 분포로는 ‘페더급(5만 이하)’이 60%, ‘웰터급’이 30%, ‘라이트급’이 10%였다. 50만 이상 대도시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는 교통량과 산업시설 밀집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상위권 지자체 대부분이 소규모 도농복합지역인 가운데, 서울에서는 종로구(15위)와 동대문구(19위)가 20위 권에 이름을 올렸다. 두 곳 모두 도심권 인접 지역들로, 지자체 차원의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종로구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종로형 그린뉴딜’ 전략에 따라 932억 원을 투입해 노후 공공건물의 그린 리모델링과 건물·수송·폐기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 등 40개 사업을 추진했다. 동대문구도 2022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 조례’를 제정하고, 같은 해 ‘2050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중랑천에 공기정화식물인 케나프를 식재하고, 투명 페트병 무인 회수기를 운영하는 등 생활 밀착형 감축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 “공익 생태계는 수도권 집중”…충청·전남권 상위권 ‘0곳’

‘비영리 및 사회적 기업 수’는 해당 지자체에서 공익을 추구하는 민간 조직의 활동이 얼마나 활발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는 지역사회 내 행정의 공백을 메우고, 주민 주도로 사회문제에 대응하는 공동체 자생력과 사회적 자본 형성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또한 공공-민간 협력 체계의 기반이 구축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간접 지표로도 해석할 수 있다.

KLACI 분석에 따르면, 상위 5개 지자체는 ▲제주 제주시 ▲대전 서구 ▲서울 송파구 ▲경북 포항시 ▲인천 부평구다. 상위 20곳 중 구 10만~50만 명 규모인 ‘웰터급’이 65%, ‘미들급’ 30%, ‘헤비급’은 고양시 1곳(5%)이었다.

서울은 20위 내 자치구가 8곳이 포함됐다. 송파구(3위)를 비롯해 ▲은평구(7위) ▲종로구(10위) ▲동작구(11위) ▲마포구(13위) ▲서초구(17위) ▲강동구(18위) ▲강남구(20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서울 전체 자치구의 3분의 1 가량이 포함된 것으로, 공익 활동 인프라 측면에서 다른 광역시·도보다 우위를 보였다.

반면, 충청권(충북·충남)과 전남권(전북·전남)에서는 상위 20위에 든 지자체가 단 한 곳도 없었다. 비영리, 사회적 기업 등 공익 생태계 인프라가 여전히 수도권과 일부 도시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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