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ES·트리플라잇 공동연구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下>
경제 회복에도 국민 체감은 냉각…“이윤과 책임, 둘 다 잡아야”
경제는 살아나고 있지만 국민의 체감은 여전히 차갑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단순한 경기 회복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까지 병행해야 하는 ‘이중 과제(dual pressure)’에 직면했다.
사회적가치연구원(CSES)과 트리플라잇이 지난 4일 발표한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답한 전국 성인남녀 1000명 중 절반 이상(55.1%)이 “기업은 성장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우선해야 한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국민이 기업에 기대하는 역할이 ‘이윤 창출’에서 ‘사회적 책임 이행’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과 ‘ESG 관리’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하느냐는 질문에 ‘ESG 관리’를 꼽은 비율이 절반을 넘었다.
흥미로운 점은 ESG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성장’의 중요성도 함께 인식한다는 점이다. ESG 이해도가 높은 집단에서는 53.5%가 성장의 필요성을, 이해도가 낮은 집단에서는 30.9%만이 성장 우선이라고 응답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ESG와 성장은 대립이 아닌 상호 보완의 관계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기업들은 수익성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이중 압력 속에서 전략적 선택을 요구받고 있다. 보고서는 “돈을 벌면서 사회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영리한 지속가능성 전략이 필요하다”며 “경제 지표의 회복만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올해 처음으로 주요 산업별 30대 기업의 지속가능보고서를 분석한 ‘지속가능성 맵(Sustainability Map)’을 공개했다. 이 지도는 사회문제의 소셜 임팩트(사회적 영향)와 비즈니스 임팩트(사업적 영향)를 기준으로 네 개의 영역으로 구분해, 기업이 어떤 문제에 우선 접근해야 하는지를 시각화했다.

사회적 영향과 사업적 영향이 모두 높은 영역은 ‘온실가스 감축’, ‘대체에너지 확충’ 등이다. 이 분야는 사회문제 해결과 경제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한 대표 사례로, 보고서는 “기업이 신뢰를 얻고 시장에서 성장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집중해야 할 분야”로 꼽았다. 반대로 사회적 영향은 낮지만 사업적 영향이 큰 영역(에너지 비효율, 자연재해, 성별 격차 등)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셜 임팩트가 높지만 비즈니스 임팩트가 낮은 영역으로는 저출생, 기후변화 대응, 양육 시스템 부족 등이 제시됐다. 이 영역은 당장의 수익과는 거리가 있지만, 기업의 장기적 평판과 브랜드 신뢰에 결정적 영향을 준다. 이와 달리 두 임팩트가 모두 낮지만 잠재 리스크가 큰 사회문제(차별, 직장 내 괴롭힘, 자살 등)는 ‘미래 위험 관리’의 관점에서 꾸준히 주시해야 할 분야로 분류됐다.
보고서는 “기업이 모든 사회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는 없지만, 지속가능성 맵을 통해 자사 비즈니스와 연관된 영역부터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사람도, 기업도, 사회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대표이사는 “경제 지표는 회복세지만 국민의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은 여전하다”며 “기업의 경쟁력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읽는 능력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정유진 트리플라잇 공동대표는 “경기 침체 우려가 국민의 일상에 스며들며 사회문제 해결 의지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경제 성장과 사회적 회복을 동시에 이끌기 위해서는 협력과 통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