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생이 점주로…‘편의점’에서 시작된 자립의 선순환

[경기도사회적경제원 x 더나은미래 공동기획] 협력의 힘, 임팩트를 더하다 <2>  
청년 자립부터 장애인 스포츠팀까지, 공공·민간·사회적경제가 만든 협력형 사회혁신 모델

“매장 위치나 고객층에 따라 잘 팔리는 상품이 다르더라고요. 요즘 러닝족이 많아 에너지 음료를 늘렸어요.”

경기도 고양 라페스타에 위치한 ‘청년 그린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은비(24)씨는 이제 ‘점주 후보’로 불린다. 계산과 진열, 발주와 프로모션 기획까지 전 과정을 스스로 관리한다. 매장에 들어서면 일반 편의점과 다를 바 없지만, 특별한 서사가 있다. 자립준비청년들이 일터를 통해 삶을 다시 세우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청년 그린 편의점’은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 세븐일레븐이 손잡고 만든 협력형 일자리 모델이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직업훈련과 점포 운영 경험을 제공하고, 수익 일부를 다시 청년 인건비와 일자리 창출에 재투입한다. 기업은 ‘자립준비청년 일자리 제공’이라는 사회공헌 목표를 달성하고, 사회적경제 조직은 현장의 실행력을 담당한다. 공공·민간·사회적경제가 연결된 협력의 구조 속에서 청년 자립의 새로운 해법이 만들어지고 있다.

◇ 일경험 넘어 창업까지, ‘청년 그린 편의점’

자립준비청년의 실업률은 전체 청년 평균의 약 3배에 달한다. 보건복지부 ‘2024 자립지원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립준비청년의 실업률은 15.8%로, 같은 연령대 전체 청년(5.3%)보다 높았다. 취업률은 52.4%로, 20대 평균(61.3%)보다 낮았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에서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진슬기 PMO운영개발담당팀 대리는 “자립준비청년에게 일회성 지원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기회를 주고 싶었다”며 “편의점 점주는 평생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들이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성장할 수 있는 모델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이 방식이 과연 맞을까’ 하는 의구심도 있었지만,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이 중간에서 조율하며 사업 구조를 설계해준 덕분에 협력이 실제 프로젝트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세븐일레븐은 점포 운영 노하우와 교육 인프라를 제공하고, 매출 배분율을 조정해 계약을 맺는다.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는 편의점 운영부터 자립준비청년 모집·직업훈련·갈등관리 워크숍을 맡았고,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협력 구조를 설계하고 파트너를 조정하는 ‘백본(backbone)’ 역할을 담당했다.

이 모델은 2024년 9월 안양석수점 1호점을 시작으로, 올해 7월 고양 라페스타점 2호점이 문을 열며 확장되고 있다. 현재 10명의 청년이 근무 중이며, 4개월간의 수습 기간을 거쳐 평가 후 정식 점주로 승급된다.

청년 그린 편의점의 핵심은 ‘기회를 주는 구조’다. 김하나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자립준비청년은 단지 경험이 부족할 뿐인데 사회는 그걸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당장의 생산성보다 ‘기회를 주는 구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조금 더 기다려주고 세심하게 가르치면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며 “고객 응대조차 어려워하던 청년이 ‘인사 잘하는 점주 후보’로 불릴 만큼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 협력이 만든 선순환, 사회적 가치가 커지다

청년 그린 편의점의 또 다른 특징은 ‘사회적경제 생태계’ 안에서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매장 한켠에는 브라더스키퍼가 직접 재배한 친환경 식물이 진열돼 있다. 고객의 소비가 곧 사회적기업의 판로 확대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구조다.

김하나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편의점은 자립준비청년이 쉽게 일할 수 있고, 직접 매장을 운영하며 창업을 경험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면 단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실질적인 자립 훈련의 장이 될 수 있다”며 “이곳의 매출은 다시 청년의 교육과 주거, 자립자금으로 환원되고, 고객의 소비는 사회적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며 사회적 가치가 순환되는 플랫폼이 된다”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엘씨벤처스·이브자리의 ‘헌이불 순환경제 체계 구축 프로젝트’, 경기광역자활센터·오이스터에이블·라라워시프랜차이즈협동조합의 ‘경기도 다회용컵 순환체계 프로젝트’ 등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에는 다양한 협력 사례가 함께 추진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기업 ‘하나더하기’는 성인 발달장애인을 위한 ‘태권도 실업팀’을 창설해 스포츠를 통한 자립 모델을 구축했다. 사회적기업이 직접 실업팀을 운영하고, 경기도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대회 참가를 주선하며, 체육용품 제조사 낫소가 후원사로 참여해 장비와 운영비를 지원한다. 발달장애인이 대회 참가를 통해 얻은 수익은 다시 급여와 운영비로 환원돼 ‘참여–수익–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완성한다. 돌봄에서 자립으로, 복지에서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사회적경제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경기도는 올해 ‘사회혁신 플랫폼’을 출범시켰다. 도민과 기업, 사회적경제조직이 함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참여형 정책모델로, ‘사회환경 문제해결 지원사업’의 철학과 구조를 행정체계에 반영한 결과다.

남양호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원장은 “내년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공 정책으로 해결할 과제와 사회적경제조직이 비즈니스로 풀어갈 과제를 구분·관리하며 사업을 고도화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사회적경제조직의 비즈니스 성과를 높이고,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고양=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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