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책임투자 97% ‘ESG 워싱’ 논란 [2025 국감]

전체 384조 중 실제 ESG 반영 자산은 2.89%뿐…형식적 분류 지적
남인순 의원 “공시 강화·책임투자 기준 명확히 해야 신뢰 회복”

국민연금이 공시한 책임투자 자산 중 97% 이상이 실제로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반영하지 않은 ‘워싱(washing)’ 자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형식상 ‘책임투자’로 분류했지만, 실질적인 ESG 운용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위탁운용 자산 383조9000억 원 중 ESG 투자로 인정할 수 있는 금액은 11조800억 원으로 전체의 2.89%에 불과했다. 실제 ESG 투자로 분류되는 자산은 ▲국내 주식형 책임투자 위탁자산(6조6700억 원) ▲국내 ESG 채권(1조8600억 원) ▲해외 ESG 채권(2조5500억 원)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은 대체투자를 제외한 국내외 주식·채권 투자에 ESG 요소를 반영하고, 이를 ‘책임투자 자산’으로 매년 공시해 왔다. 위탁운용사 선정 시 스튜어드십 코드 보유 여부와 책임투자 정책 보유 여부를 평가 항목에 포함하지만, 이렇게 선정된 운용사 전체 자금을 ESG 투자로 집계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위탁운용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나 책임투자 지침을 갖췄더라도 실제 운용 과정에서 ESG를 고려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운용사는 책임투자 정책을 마련했지만, 특정 펀드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국민연금의 위탁운용사 평가에서 책임투자 관련 항목은 1~2점짜리 가산점에 불과해 실질적인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에 남인순 의원은 국민연금의 ESG 워싱을 막기 위해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책임투자 관련 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실사한 뒤 ‘수탁자책임 활동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구체적인 요구 정보로는 ▲ESG 고려 여부 ▲ESG 고려 방식과 전략 ▲ESG 각 영역에서의 고려 정도 ▲ESG를 고려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사유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정보 공개는 위탁운용 뿐만 아니라 직접운용에서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인순 의원은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자산 분류는 자의적이며, 이는 지속가능한 자본시장의 신뢰를 훼손하고 기업의 체질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직접·위탁운용 모두에서 ESG 공시를 강화하고, ‘책임투자’로 인정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SG 워싱 방지를 위해 ‘명칭 규칙(Names Rule)’을 통해 펀드의 자산 중 최소 80% 이상이 이름에 걸맞은 투자로 구성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도 동일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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