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주차장, 옥상 등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심심치 않게 태양광 패널을 볼 수 있다. 탄소중립 이행의 가장 핵심 역할을 하는 재생에너지, 그 중에서 태양광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작년 수립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설비 보급 목표는 72GW이며, 이 중 태양광이 약 75%(53.8GW)를 차지한다. 올해 새정부 출범 후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03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100GW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자가 소비를 제외한 태양광 설비는 작년 기준 27.1GW로, 3~4배 이상 늘어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는 재생에너지가 최소한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럼 재생에너지가 더 많아지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변동성 문제를 보완할 ESS도 필요하고, 석탄과 원전 등 대형 발전원 중심의 전력망 운영 시스템도 바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것도 사실이다. 모든 혁신과 변화의 과정에는 양면이 있듯이, 재생에너지가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도 함께 생각해봐야 한다. 석탄, LNG 등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 풍력이 많아지면 에너지 수입 비용을 그만큼 줄일 수 있다. 2024년 기준 우리나라의 석탄, 석유, 천연가스 수입액은 1600억 달러, 약 234조 원에 달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줄이면 그만큼 국제 에너지 가격으로 인한 충격도 줄어들고,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자유로워진다.
재생에너지로 인해 일자리도 새롭게 창출될 수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와 국제노동기구(ILO)는 2023년 전세계 재생에너지 일자리 수가 1620만 개로 2022년 보다 18% 증가했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일자리가 중국에서 창출되었는데, 이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전세계 공급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산업 확대로 인한 직접적 일자리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을 통해 일자리 안정성을 높일 수도 있다. 발전 수익을 통해 안정적인 경제적 기반이 생긴다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인구소멸 지역이나 작은 마을 공동체 뿐 아니라 청년농 정착 지원사업, 청년마을 조성 사업 등 다양한 청년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이러한 사업을 운영한다면 정부는 보조금 지출은 줄이면서 청년들의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소득 지원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새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와도 일치한다.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언급한 햇빛연금과 마을공동체가 그것이다. 분산형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과제를 탄소 감축이라는 당위적 목적 보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실용적인 수단으로 강조하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재생에너지 확대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들은 없지만, 막상 다른 사람이 내 집 근처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는 것은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렵다.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가 실제 현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기에 지역 소멸, 청년 인구 유입, 일자리 창출 등 지역의 니즈를 충족하는 대안 모델로 접근했을 때 태양광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탄소’도’ 감축하는 긍정적인 사업로 인식될 수 있다.
평범한 청년들이 태양광 사업을 당장 시작하는 것은 어렵지만, 협동조합에 가입하거나 태양광 투자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태양광은 일자리 사슬이 긴 영역이기 때문에 태양광 기술 개발이나 부품 제조 등 공학적인 지식 뿐 아니라 사업 기획, 입지 발굴, 자금 조달, 법률 자문, 유지 관리 등 다방면의 소양 또한 요구된다. 다시 말해, 어떤 전공을 갖든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가 되는 방법은 다양하고, 누구나 자신의 관심분야와 연결 지을 수 있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핑계를 찾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방법을 찾는다.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 내가 일하는 직장, 내가 버는 소득, 내 생활에 태양광이 어떤 모습으로 자리할 지 상상해보자. 모두가 태양광을 나의 일로 삼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야 너도?”
김민 빅웨이브 대표
| 필자 소개 ‘당사자에서 배제되고 파편화된 청년들이 기후위기의 대응의 주체가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사단법인 빅웨이브의 대표입니다.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를 모으는 것과 같이, 더 많은 역량 있는 청년들이 성장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전히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NGO, 국회, 정부 위원회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후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기후 유니버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