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선단체협의회·갤럽 조사…유산기부법 제정 시 기부 의향 두 배 가까이 늘어
상속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이 주어질 경우 유산기부를 하겠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2025 유산기부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53.3%가 상속세 감면을 포함한 유산기부 관련 법이 제정될 경우 기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전국 만 50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설문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제도와 무관하게 유산기부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29%였으나, 상속세 감면 등 제도적 유인이 제시될 경우 기부 의향은 53.3%로 크게 높아졌다.

유산기부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이들은 평균적으로 재산의 38.3%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기부 비중으로는 ‘재산의 10~20%’가 20.4%로 가장 많았다. 남성의 평균 기부 비중은 42.0%로 여성(34.4%)보다 높았고, 연령대별로는 60대(42.6%)가 가장 높았다. 자녀가 없는 응답자의 평균 기부 비중은 57.5%로, 자녀가 있는 경우(34.5%)보다 크게 높았다.
국내 유산기부 규모는 아직 정확한 통계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기부금 가운데 공익법인에 출연된 개인 상속·증여 재산의 비율은 1% 이내에 그쳤다. 이는 기부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영국은 전체 기부금의 약 30%가 유산기부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 역시 약 8%가 유산기부에서 나온다.
영국은 유산의 10%를 자선·공익단체에 기부할 경우 상속세율을 기존 40%에서 36%로 낮춰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2011년부터 ‘레거시10(Legacy10)’ 캠페인이 확산되며 유산기부 문화가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산기부 의향자들이 희망하는 기부 사용처로는 ‘국내 복지사업’이 65.3%로 가장 많았다. 의료, 환경, 국제구호, 교육 분야는 각각 10% 미만에 그쳤다. 반면 유산기부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경제적 여유 부족’(55.9%)과 ‘자선·모금단체에 대한 불신’(15.9%)을 주로 꼽았다.
유산기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자선단체에 대한 정보’(27.7%), ‘가족·지인의 권유’(27.0%), ‘자선단체 관계자와의 상담’(21.4%) 순으로 나타났다. 유산기부 의향이 있는 응답자의 다수는 기부 결정 과정에서 배우자(81.6%)나 자녀(60.3%)와 상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황영기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이사장은 “유산기부는 개인의 재산을 사회로 환원해 세대 간 격차를 완화하고 공동체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이라며 “이번 조사에서 상속세 감면이 유산기부 의향을 크게 높이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관련 법안 논의가 속도를 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1월 더불어민주당 정태호 의원과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 개정안’, 이른바 ‘유산기부법’을 공동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