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솔루션, 한전 부채위험 진단한 보고서 발간
채권 잔액 75조·부채비율 619%…산업용 전기 수요 줄고 국내외 채권 발행 난항
한국전력공사가 화석연료에 과도하게 의존한 결과, 천문학적 손실과 함께 채권에 기댄 취약한 재무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2027년부터는 사채 발행 한도까지 대폭 줄어들 예정이어서, 자금 조달마저 법적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 에너지값 폭등에 재생에너지 이탈까지…수익 줄고 부채는 폭등
기후솔루션은 7일 ‘탈한전 시대 한국전력의 과제: 2025년 부채위험 진단’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일시적 실적 개선은 착시효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현재 한전의 위기를 “화석연료 중심 전력 구조가 낳은 결과”로 규정했다.

한전은 지난해 3조원 영업흑자를 기록하며 3년 만에 적자를 면했지만, 구조적 재무위기는 여전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의 부채는 내년 기준 자본금의 6배, 연간 이자 비용만 3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전력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산업용 전기 수요도 2025년 1분기 처음으로 50% 이하(49.6%)로 떨어지면서, 수익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다.
2021년부터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은 48조원에 달했다. 이 기간 석탄·LNG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등하며 40조원대에서 68조원대로 뛰었고, 한전 부채는 60조원에서 120조원으로 두 배 증가했다. 부채비율 역시 112%에서 619%로 폭증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이 RE100 대응을 위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직접 전력구매계약(PPA)을 맺는 ‘탈한전’ 흐름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한전의 산업용 전력 마진이 2024년 9조6000억원에서 2030년 8조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 “빚 돌려막기 한계…채권마저 찍을 수 없게 된다”
한전은 현재 만기 채권을 재발행하며 빚으로 빚을 돌려막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2분기 기준 채권 발행 잔액은 75조원. 향후 매년 약 20조원 규모의 채권이 만기를 맞아, 재발행 없이는 운영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채권 시장의 문도 점점 좁아지고 있다. ‘녹색채권 그린워싱’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올해 2월 발행된 해외 일반채권 규모는 기존 대비 급감한 4억 달러(한화 약 5000억원)에 그쳤다. 6월에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기후위험 공시 누락에 대한 공익신고가 접수되며 해외 투자자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사채 발행 한도’ 복원이다. 정부는 2022년 한시적으로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적립금의 2배에서 5배로 늘렸지만, 이 조치는 2027년 말 종료된다. 이후 한도 초과 시 법적으로 신규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지며 자금조달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이 같은 ‘부채 중독 구조’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고동현 기후솔루션 기후금융팀장은 “한전의 화석연료 의존이 만든 부채위험이 만성화되고 있다”며 “정부가 구조개선에 나서지 않으면 한전채 블랙홀과 같은 금융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가희 기후솔루션 전력시장계통팀장 역시 “25년간 이어진 기형적 구조가 한전의 위기를 키웠다”며 “화력 중심 발전 자회사에 총괄원가를 보전해주는 제도를 폐지하고, 송배전망만 운영하는 독립 사업자로 한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정부에 대해 ▲총괄원가보상제도와 용량요금 등 화석연료 친화적 구조 개편 ▲좌초자산 우려가 큰 석탄발전소 자산 정리 ▲발전공기업의 재무 및 사업 재편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제안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