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에너지 넥서스 앤드류 창 “탄소 배출 1위·청정에너지 투자 1위, 중국의 모순을 이해해야”
5개년 계획과 보조금이 ‘플라이휠’ 효과 불러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지만, 동시에 청정에너지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입니다. 이런 모순을 이해해야 기후 기술과 AI 발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앤드류 창(Andrew Chang) 뉴 에너지 넥서스(New Energy Nexus) 최고 성장 책임자는 지난 5일 제주 서귀포시 그랜드 조선 호텔에서 열린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에서 이렇게 말했다. 뉴 에너지 넥서스는 전 세계 청정에너지 창업가를 지원하는 글로벌 기관으로, 스타트업·대학·투자자·정부와 협력해 2030년까지 10만 명의 창업가 양성, 2047년 100% 청정에너지 경제 달성을 목표로 한다.

창(Chang) 책임자는 중국을 이해하는 관점으로 “기후기술과 AI라는 두 개의 기어를 실용주의로 연결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중국은 최대 배출국이지만 동시에 청정 에너지 투자·보급에서 세계를 앞선다”면서 “이중성은 20년에 걸친 계획과 실행의 결과”라고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2030년까지 풍력·태양광 1200GW 설치 목표를 2024년에 조기 달성했고, 같은 해 5월 청정전력 비중은 44%로 올라섰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분석에선 2024년 전기차 판매의 약 3분의 2가 중국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 5개년 계획과 보조금이 만든 ‘플라이휠’ 효과
그는 중국 성장의 동력으로 국가 주도의 하향식(top-down) 정책과 ‘플라이휠 효과(flywheel effect)’를 꼽았다. 정부가 5개년 계획으로 육성 산업을 명확히 제시하고, 초기 위험을 줄이는 보조금을 투입한다. 이는 거대한 플라이휠을 돌리는 ‘앵커(anchor)’ 역할을 하며,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고 대기업이 시장을 검증하면서 선순환이 형성된다.
태양광(PV) 산업이 전형적이다. 중국에서 2011년 발전차액지원제도(FIT) 도입을 계기로 선테크(Suntech)가 성장했고, 이어 GCL·통웨이(Tongwei)·롱기(Longi) 등 대기업이 가세해 가격을 낮추고 시장을 키웠다.
같은 방식이 AI에도 적용됐다. 13차 5개년 계획(2016~2020)과 14차 5개년 계획(2021~2025)에 ‘AI 2.0’과 ‘스마트 제조·로봇 우선순위화’를 명시해 AI를 전략 기술로 키웠다. 동시에 베이징·상하이·청두 등 각 도시는 GPU 사용료의 최대 80%를 지원하는 ‘컴퓨팅 파워 바우처’를 도입하며, 중소 AI 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정부·지방·민간이 함께 AI 생태계를 키우는 셈이다.
또한, 베이징은 R&D, 상하이는 도시 기술, 충칭·청두는 서부 인프라처럼 도시별 특화 전략으로 AI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동시에 화웨이(Huawei)를 통해 엔비디아(NVIDIA) 칩 의존도를 줄이고 자체 AI 칩을 개발 중이다. 창 책임자는 “다가올 15차 5개년 계획의 핵심 키워드는 해외 의존 축소와 기술·데이터 주권 강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후와 AI의 교차점은 ‘에너지 효율’
그가 꼽은 교차점의 핵심은 ‘에너지 효율성(energy efficiency)’이다. 중국은 ‘동수서산(東數西算)’ 정책으로 전력 다소비 데이터센터를 수력·풍력 자원이 풍부한 서부에 지어, 동부 도시에 전력을 공급한다. 남는 전력을 AI 데이터센터에 흘려보내 전력 피크와 계통 부담을 완화하고, 계산 수요를 녹색 전력과 연결하는 구조다. 그는 “중국은 기후변화를 환경 이슈가 아니라 성장과 에너지 안보의 전략적 기회로 본다”며 “국가와 시장이 함께 이익을 얻는 설계를 택한다”고 했다.
창 책임자는 “중국을 단순한 경쟁 상대로만 볼 것이 아니라, 그들의 독특한 성장 모델을 분석해 한국의 기술력과 결합해야 한다”며 “기후와 AI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25 기후테크 스타트업 서밋’은 4~6일 제주에서 ‘AI와 기후테크의 융합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프로그래밍하다’를 주제로 열렸다. 2022년 시작된 이 서밋은 2023년부터 카카오임팩트와 소풍벤처스가 공동 주최·주관하며 매년 제주에서 개최되고 있다. 올해 행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중소기업 장관회의 연계 행사로, 중소벤처기업부도 공동 주최에 참여했다.
서귀포=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