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건강하게 성장하기] 미션과 가치의 내재화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

안정권 노을 CSO

제대로 수립되어 작동하는 미션과 핵심가치는 조직 성장의 뿌리다. 미션은 조직의 ‘존재 이유’를, 핵심가치는 조직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에 깊이 내재된 미션은 비즈니스의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제품과 사업에 관한 중요한 의사결정의 기준이 된다. 나아가 조직에 영감과 창의성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된다. 살아 있는 핵심가치는 차별화된 정체성을 만들고, 높은 소속감과 몰입을 이끌어내며, 소통과 협업 속도를 극적으로 높인다.

그런데 구성원 관점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정작 내가 속한 조직에서는 이런 미션과 가치의 힘을 경험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 왜 딴 세상 이야기처럼 들릴까?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미션과 가치의 효능감을 ‘나’만 못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기업의 규모나 성장 단계와 상관없이 대다수 기업 조직의 일상에서는 이러한 미션과 핵심가치의 위상을 체감하기가 어렵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험상 가장 큰 원인은 당장 눈앞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과업에 매달리느라 미션과 가치의 내재화까지 챙길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원의 제약과 사업의 불확실성이 큰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의 경우, 미션과 가치 실천 노력이 투자자나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사치처럼 보일 수 있다는 부담도 존재한다. 그래서 많은 기업의 리더들이 “우선 비즈니스를 정상 궤도에 올려 놓는 일에 매진하고 사업이 안정화되면 그때 미션과 가치를 제대로 실천하자”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언제쯤이면 사업이 안정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안정화 이후에는 미션과 가치를 실천하기가 더 쉬울까? 오히려 미션과 가치를 챙기지 않고도 사업을 잘 성장시켰다면, 나중에 가서 미션과 가치의 실천에 집중할 필요가 있을까? 불확실성이 상수로 작용하는 기업 경영의 현실을 고려하면, “언젠가”를 기약하는 접근법이 도리어 희망 고문이 될 수 있다. 또한 의도와 달리 미션과 가치의 내재화를 위한 동력을 더 꺾어버릴 위험도 크다. 필자는 차라리 그런 상황이라면 미션과 핵심가치를 아예 ‘없애버리라’고 조언한다. 물론, 정말 없애라는 의도는 아니지만, 가볍게 던지는 말도 아니다. 

◇ 선언으로라도 미션과 가치를 유지하는 것이 나을까? 

미션·가치 내재화 일을 해오며 얻은 깨달음이 있다. 미션과 가치의 진정성에는 ‘중립’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조직 정체성의 핵심이자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닿는 요소이며, 시간적으로는 연속적·영속적이다. 따라서 조직 내 주요 의사결정과 활동은 직간접적으로 이를 지탱하거나 훼손한다.

문제는 선언한 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기업이다. 이 경우, 미션과 가치가 아예 없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필자의 개인적 판단이 아니라, 이미 다양한 연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 중에서도 조직의 위선(Organizational Hypocrisy), 조직 냉소주의(Organizational Cynicism), 심리적 계약 위반(Psychological Contract Breach) 같은 개념을 다룬 연구들이 기업의 선언과 행동이 다를 때 조직과 구성원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Gemini와 ChatGPT에게 이들 연구의 시사점을 토대로 기업의 ‘Say-Do Gap’에 관해 서너 문장으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했다. AI의 답변이지만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 ChatGPT의 답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기업이 선언한 미션, 핵심가치와 실제 행동이 다를 경우, 처음부터 미션과 가치가 없던 조직보다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신뢰가 훨씬 더 크게 떨어지는 ‘마이너스 효과’가 발생합니다. 차라리 정직하게 “우리는 오직 수익 창출에만 집중한다”고 말하는 조직이, 위선적인 가치를 내세우는 조직보다 오히려 더 건강할 수 있습니다. 조직의 진정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그 시작은 선언이 아니라 실행에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 Gemini의 답변: “조직이 선언한 미션과 가치가 실제 행동과 어긋날 때, 그 부정적 영향은 단순히 ‘미션도, 가치도 없는 상태’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이 여러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결여(absence)보다 기대 위반(breach)에 따른 신뢰 붕괴가 훨씬 깊은 회의감과 냉소주의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조직이 미션과 가치를 말로는 강조하면서 실제 운영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할 경우 구성원은 조직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동기와 몰입을 철회합니다. 처음부터 없었다면 기대하지 않았을 것을 ‘있다고 해놓고 지키지 않는 조직’은 조직에 단순 무효가 아닌 ‘마이너스 신호’를 남깁니다.”

결국 미션·가치를 선언했다면, 경영 전반에서 실천과 내재화 노력을 함께해야 한다. 단순하고 투박해 보이는 미션과 가치라도 기업 활동에서 진정성 있는 실천으로 이어진다면 높은 업무 동기와 조직 몰입을 유지할 수 있지만, 완성도 높은 미션과 가치라도 실제 행동에 불일치가 있다면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쌓일 것이고 없는 것보다 못한 수준의 부정적 반응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비즈니스 만큼이나 사회적 미션과 조직적 가치가 중요한 소셜벤처에서는 이러한 ‘Say-Do Gap’이 조직 성장에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미션과 가치는 힘주어 전하는 선언보다 진정성 있는 실천이 압도적으로 중요하다. 당신의 회사가 이제 창업을 했든, 빠른 성장 곡선의 한 가운데 있든, 위기 상황이든 상관 없이 항상 그렇다. 그러므로 미션과 가치를 의사결정과 조직 활동에 내재화하는 최적의 타이밍은 사업이 안정화될 때가 아니라, 정신 없이 바쁜 와중에도 미션과 가치를 상기하며 영감을 얻는 바로 그때이다. 어쩌면, 그냥 바로 지금이다.

안정권 노을 CSO(Chief Sustainability Officer)

필자 소개

의료AI 소셜벤처 노을의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로서 지속가능성·소셜임팩트 전략과 조직 운영 전반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책임있는 비즈니스에 진심인 기업을 찾고 돕는 일을 좋아합니다. 리서치, 전략 자문, 국제표준 심사, 조직 진단 및 실사 등 지속가능성·ESG 요소를 조직의 시스템과 문화에 통합하는 일을 주로 해왔습니다. 현재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지속가능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문화를 갖추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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