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1일(토)
“고국 떠난 난민들은 가족과 살고 싶다”…국내 난민, 가족결합의 어려움

“미성년자 아들의 난민지위가 인정됐는데, 아버지인 원고의 난민인정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가족결합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측면에서 용인하기 어렵다.”

법원은 지난 7월 6일 이란 출신인 김민혁 군 아버지 A씨의 난민 지위를 승인했다. 김군과 A씨는 5년 전 종교적 이유로 이란을 떠나 우리나라에 난민 지위를 신청했지만 승인을 받지 못했다. 2018년 7월 중학생이던 김군 친구들의 국민청원으로 김군의 이야기가 국내에 알려졌다. 그 해 10월에 김군은 난민 지위를 획득했다. 아버지 A씨는 3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었다.

A씨 판결은 난민의 가족결합권이 확대 적용된 사례다. 세계인권선언을 비롯한 국제인권법에서는 가족과 함께 살아갈 권리인 ‘가족결합권’을 규정하고 있다. 난민협약에는 가족결합권을 명시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난민 인권보장을 위한 기본조건으로 전제한다. 난민협약 승인국인 한국도 난민법 제37조에서 가족결합권을 인정한다. 문제는 가족결합권의 조건과 범위를 ‘난민인정자의 배우자 또는 미성년 자녀의 입국허가’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가족결합권을 뒷받침할 행정 시스템과 지원도 턱없이 부족하다. 김군 가족은 이제 함께 살 권리를 얻었지만, 여전히 한국에 체류하는 대다수 난민은 가족이 함께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한 상황에 처해있다.

우리나라 난민법에서는 가족결합권을 ‘난민인정자’에게만 보장한다. 아직 난민 승인을 받지 못한 난민신청자나 인도적 체류자는 해당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난민 자격을 얻기는 더 어려워졌다. 난민법이 시행된 2013년부터 2020년까지 난민인정률은 평균 3.3%였다. 지난해만 따지면 0.4%에 불과하다. 난민신청자, 인도적 체류자들은 가족과 결합할 권리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난민인권센터 제공

난민 승인을 받아도 떨어져 있는 가족까지 난민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난민법에서 규정하는 가족 범위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로 제한적이다. 미성년 난민과 부모의 결합, 아직 부모의 지원이 필요한 성년 자녀와의 결합이 보장되지 않는다. 법적인 가족 범위에 해당하더라도 난민신분으로는 가족관계를 서류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코로나19로 난민의 가족결합은 더 열악한 상황이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출국을 원하는 외국인은 인터넷으로 재입국허가를 받은 후 출국하도록 출입국 방침을 변경했다. 난민지위를 얻지 못한 난민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는 출입국사무소에서 직접 면담을 해야만 재입국허가를 받을 수 있다. 재입국 허가 기준도 ‘인도적 이유’로 제한했다. 인도적 이유에는 가족이 사망하는 등의 상황이 해당된다. 출국 사유를 서류상으로 증명하는 복잡한 절차도 거쳐야 한다. 이 같은 정부의 출입국 방침은 사실상 이동의 자유를 상당 부분 제한한다. 제3국에서라도 가족을 만나려는 난민의 권리와 자유까지 위협한다.

가족결합권을 보장하는 방안으로서 ‘가족의 입국 허가’만을 허용한다는 것도 문제다. 입국허가만으로는 난민 권리를 지키기 어렵다. 난민 삶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자의 종류’다. 비자는 취업 범위, 사업 가능 여부 등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의 경제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캐나다는 ‘재정착 프로그램’을 활용해 난민인정자의 가족결합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국가 중 하나다. 재정착 프로그램은 유엔난민기구(UNHRC)를 중심으로 난민 보호국이 연합해 지원한다. 난민 캠프에서 오랜 기간 탈출하지 못한 사람, 난민을 보호하지 않는 국가에 체류하는 사람을 제3국에 재정착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3만명 넘는 난민의 재정착을 지원했다. 2019년 기준 재정착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26개국 중 가장 많다.

한국 정부도 5년간의 시범사업을 거쳐 작년부터 정식 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로 사실상 중단됐다. 김영아 아시아평화를위한이주(MAP) 대표는 “가족결합권의 실효성 있는 보장을 위해서는 난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현재의 법적·행정적 시스템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간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영아 대표는 “캐나다 등 국가에서는 NGO 기반의 난민 지원단체가 난민의 사회 적응을 위한 실질적 도움을 제공한다”며 “국내 민간단체, 종교계도 난민의 권리보호를 위해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혜빈 청년기자(청세담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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