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센터(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 현장
“무게를 측정하겠습니다. 차량번호 불러주세요.
차량용 저울 위에 커다란 화물트럭이 한 대씩 올라갔다. 트럭에는 분해된 유가물들이 잔뜩 실려 있었다. “다해서 85톤(t)이요.” 무게 측정이 끝나고 유가물 단가(單價)에 따른 계산서를 발행, 정산한 뒤 트럭들은 출발했다. 작업장 안에선 10여명의 사람들이 가전제품 나사를 하나씩 풀어가며 분해 중이었다. 작업장 뒤편엔 분해가 끝난 폐가전들이 큰 자루 안에 종류별로 담겨있었다. 바로 옆 작업장에서는 시끄러운 기계소리가 났다. “전자제품을 분해할때 쓰이는 에어스크류 드라이버 소리” 라고 했다.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의 현장 모습이다.
◇ 폐전자제품의 재활용···가장 먼저 거치는 곳
경제가 성장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자제품 생산·소비량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사용하는 전자제품이 늘자 가전제품 폐기물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도 폐가전제품의 구체적인 처리 방법이 대한 제도적 기반이 전무했다. 많은 이들이 기존 제품들을 근처 고물상에 팔거나 아무 곳에나 버리곤 했다. 고물상은 이렇게 버려진 전자제품을 임의로 분해, 유가(有價)금속들을 팔아 수익을 챙겼다. 그러나 폐가전제품에는 납, 수은 등 각종 중금속이 다량 함유돼 있기 때문에 적절한 처리 과정이 없으면 중금속 중독이나 심각한 환경오염 등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인허가를 받은 업체만이 폐전자제품을 취급할 수 있는 이유다. 따라서 관련 인허가를 받은 업체만이 폐전자제품을 취급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는 폐전기전자제품을 환경적으로 처리하고, 금속자원을 국내에서 회수하기 위해 SR센터(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2009년 7월에 조례를 개정, 소형폐가전 배출수수료를 전면 폐지한 서울시는 소형폐가전들을 처리하기 위해 2009년 12월 서울 성동구에 총 연면적 2,257㎡규모의 SR센터(Seoul Resource Center)를 설립했다. SR센터를 위탁운영하는 ㈜에코시티서울은 폐가전제품을 처리하면서 함께 일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이다.
SR센터는 월평균 200톤, 연간 2000톤 이상의 폐가전을 처리한다. 서울 내 25개 자치구 및 서울시 산하기관, 기업체로부터 폐전자제품이 모여든다. SR센터가 취급하지 않는 대형가전인 TV,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등 냉매가 들어있는 제품을 제외한 폐전기전자제품들은 모두 이곳으로 온다.
SR센터의 폐전기전자제품자원화 과정은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우선 각 가정 및 기관에서 발생하는 폐전자제품들의 수거한 뒤, 폐전자제품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해체한다. 이후 분해된 부품들의 재질별로 분류한 뒤, 마지막으로 국내에서 인허가를 가진 재활용업체로 판매를 하게 된다.
SR센터는 재활용의 첫 단계인 선별 및 분해 작업을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폐전자제품은 분해를 많이 할수록 판매가치가 높아지는데, 버려지는 전자제품 내부에는 ▲고철 ▲비철금속 ▲작업철류 ▲회로기판 ▲플라스틱 등 재활용 가능한 재료들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 “이윤창출 목적이 아니에요”
폐전자제품을 재활용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동화 시설을 통해 1차적으로 파쇄하는 공정을 거친다. 이 경우 작업속도도 빠르고 필요 인원도 많이 줄일 수 있다. 대다수 재활용 기업들이 자동화를 통한 수익성 향상을 추구하는 이유다. 그러나 SR센터는 폐전자제품을 ‘파쇄’하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해’한다. 인력도, 시간도 많이 들어 비용 측면에서 약점이다. 그럼에도 SR센터는 고용창출을 위해 분해, 분류 작업을 모두 사람에게 맡긴다. SR센터 이성원 부장은 “공정을 자동화하면 수익성은 나아지겠지만 SR센터는 이윤창출보다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 환경적으로 적정처리를 통해 자원의 선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현재 SR센터에서 근무 중인 인원은 50여명. 이중 약 70%정도가 저소득층, 노숙자, 장애인,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이다. 또한 재활용률에 있어서는 인력이 자동화시설보다 앞선다. 자동화시설은 1차적으로 폐전자제품을 파쇄하다 보니 버려지는 폐기물의 양이 많은 반면, 수작업으로 분해를 하면 그만큼 살려낼 수 있는 자원도 많다.
SR센터에 고용되면 3개월 수습기간, 9개월 계약기간까지 총 1년간 일하게 된다. 이 기간이 지나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정년은 60세. 건강상 문제가 없으면 65세까지 촉탁직으로 근무할 수 있다. 수습사원, 계약직, 정규직에 처우가 다르거나 임금 차별도 전혀 없다. 일자리를 쉽게 얻기 힘든 취약계층들도 SR센터를 발판 삼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발생하는 수익은 모두 사회로 환원해
SR센터는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2009년에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2억2000만 원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 장학재단에도 현재까지 5억 원 이상 꾸준히 기부했다. 현재까지 누적 기부액만 11억원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다. SR센터는 폐금속자원 재활용의 필요성과 과정을 알리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민, 학생, 해외 공무원들이 SR센터를 찾아 교육프로그램을 체험하고 돌아갔다. 정크아트(Junk Art)교실도 연다. 정크아트란 폐품, 고철 등 버려진 물체 등을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폐자원을 이용해 미술작품을 만들어보면서 재활용품들의 가치를 높이는 경험을 할 수 있다.
◇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은 떨어지는 중
설립 7주년을 앞둔 SR센터는 원자재 시장의 불황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 원자재가격이 떨어지면서 SR센터로 모이는 폐가전의 양이 증가했다. 자재 가격이 떨어지면서 경제성이 없어진 폐가전이 모두 SR센터로 모여들기 때문. 그러나 SR센터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폐가전보다 떨어진 원자재 가격 문제가 더 심각하다. 킬로그램(㎏)당 300원까지 올랐던 고철 가격이 지난해 말부터 80원으로 70% 가량 하락했다.
폐휴대폰 입고량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폐휴대폰은 유가성이 가장 높은 제품 중 하나다. 설립 직후 2010년 폐휴대폰 입고량은 최고 66만대에 달했다. 2010년 전후로 정부 차원에서 집에서 잠자는 휴대폰 재활용하기 캠페인을 진행해 피처폰을 수거한 덕이었다. 그 후 입고량은 점점 줄어 지난해 10만대까지 급감했다. 이후 스마트폰으로 휴대폰 시장이 재편됐고, 직접 스마트폰을 처분하는 이들이 늘면서 SR센터로 입고되는 폐휴대폰의 양도 급격히 줄었다.
떨어지는 수익성에도 SR센터는 비용절감보다 일자리 창출 및 폐가전처리에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이윤창출보다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사업들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자원순환센터를 확장할 계획도 세웠다. 현재 설립된서울, 울산을 넘어 올해 9월 부산에서 센터를 오픈한다. 폐전기장판을 재활용하는 기술개발을 위해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다. SR센터 관계자는 “당장은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도시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서 “사람들이 폐전자제품 재활용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올바른 경로로 폐기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동희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