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4.8조, 화석연료엔 32.8조…금융은 여전히 ‘석탄 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현정의원실, ‘2024 화석연료금융 백서’ 발간
국내 금융기관, 2024년 한 해 동안 재생에너지보다 7배 더 화석연료에 투자

국내 금융기관이 2024년 한 해 동안 신·재생에너지보다 화석연료에 7배 더 많은 자금을 투자·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후금융 흐름과는 정반대이며, 정부의 에너지 전환 목표와도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과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실이 16일 공동 발간한 ‘2024 화석연료금융 백서’에 따르면, 국내 금융기관이 올해 상반기까지 화석연료 부문에 신규 투자·대출한 금액은 32조8000억원, 반면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4조8000억원에 그쳤다.

◇ 세계는 재생에너지 투자 늘리는데 한국 금융은 화석연료로 역행

전 세계는 이미 재생에너지 투자가 화석연료 투자를 앞질렀다. 글로벌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 규모는 약 2조330억 달러(한화 약 2819조원)로, 화석연료(약 1조198억 달러)보다 1.7배 많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 흐름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2024년 기준 글로벌 에너지 금융 신규 실행액은 화석연료보다 신재생에너지가 많은 것에 비해 한국은 화석연료 투자가 월등히 많다. /2024 화석연료금융 백서

백서는 국내 신·재생에너지 금융이 성장세마저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2023년 기준 신규 실행액은 전년 대비 11% 감소하며 하락폭이 커졌다. 전체 규모를 보면 민간금융이 17조 7000억원(72.2%), 공적금융이 6조 8000억원(27.8%)으로 민간이 주도하고 있지만 에너지 전환을 이끌기엔 절대적인 자금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부진한 배경으로 ‘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지목했다. 재생에너지에 비우호적이었던 정책 방향이 금융시장 전반에 부정적 신호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자금 유입 자체가 턱없이 부족해, 에너지 전환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구조적 한계는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 강력한 정책 지원과 금융시장 유인책이 시급하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 “문제는 한전”…공적금융, 석탄금융 집중

국내 금융기관의 화석연료 투자 규모는 이미 막대한 수준이다. 2024년 6월 기준 국내 112개 금융기관이 채권, 기업대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을 통해 보유한 화석연료금융 규모는 보험 제외 총 173조 7000억원이며, 이 중 석탄이 77조 1000억원, 천연가스 및 석유가 96조 6000억원을 차지했다. 지난해 상위 5위의 화석연료금융 규모를 기록했던 우정사업본부 등이 올해는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을 고려하면, 실제 화석연료금융은 이보다 더 클 것으로 백서는 추정하고 있다.

한국의 화석연료금융은 173조 7000억원 규모로 우정사업본부 등의 투자를 합치면 실제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2024 화석연료금융 백서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국내 화석연료금융의 구조적 문제는 ‘한전 중심 석탄화력 투자’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화석연료금융 잔액은 121조8000억원, 이 중 55조2000억원이 한국전력공사와 자회사에 집중돼 있다. 신·재생에너지금융(24조5000억원)의 5배 수준이다.

특히 이른바 ‘한전 쏠림’ 구조는 공적금융기관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과 산업은행이 전체 공적 석탄금융 중 99%에 해당하는 32조5000억원을 한전 및 자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분석됐다.

공적금융은 산업 전환을 이끌고 자본시장에 신호를 제시할 책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2024년 6월 기준으로 한전에 대한 석탄금융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게다가 2024년 말 도입된 ‘석탄 투자 제한’ 기준도 석탄 매출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만 적용 대상이어서, 발전 자회사를 지배하는 한전은 오히려 규제를 비껴갔다는 지적이다.

◇ “2040년 석탄 폐쇄”와 충돌하는 금융 구조

이재명 정부는 2040년까지 국내 석탄발전소 전면 폐쇄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2024 화석연료금융 백서’는 “대다수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은 신규 투자 중단에만 국한돼 기존 계약의 만기 연장에는 제한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2040년 이후에도 약 11조원의 석탄금융이 잔존할 가능성이 있다.

백서는 또 금융기관마다 ‘석탄기업’ 정의 기준이 다르고, 일부는 천연가스·LNG를 ‘친환경’으로 분류해 투자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LNG 발전은 좌초자산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자산이지만, ‘전환 기술’로 포장돼 친환경 금융이 유입되는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금융기관의 석탄 분류 기준을 국제기준에 맞춰 통일하고, 공적금융기관이 실질적인 에너지 전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으로 백서를 발간한 김현정 의원은 “이번 백서에서 신·재생에너지금융의 성장세가 기대만큼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금융의 흐름이 여전히 본격적인 전환 국면에 진입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며 “국회에서도 ESG, 기후위기 대응이 구호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입법과 예산 등 실질적인 정책 수단을 통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