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 신뢰, ESG 공시 제도에 달렸다”

국회ESG포럼, ‘ESG 공시 제도화 방안 토론회’ 개최
국제 기준은 속도전…한국은 ‘불확실성’에 발목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ESG 공시 제도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국제사회가 잇달아 의무 공시 체계를 도입하는 가운데, 국내 제도는 여전히 불확실성에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ESG 공시 제도화 방안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맡은 내이선 파비안(Nathan Fabian) PRI(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책임투자원칙) 지속가능시스템 최고책임자(CSSO)는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과 코스피 5000 달성을 위한 출발점은 투명한 공시체계”라며 “지속가능성 정보는 투자자의 리스크 평가 핵심 자료이지만, 현재는 비교 가능성과 신뢰성이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PRI는 현재 전 세계 60여 개국 5000곳 이상의 투자기관이 가입한 글로벌 투자자 네트워크다.

지난달 30일 ‘ESG 공시 제도화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내이선 파비안(Nathan Fabian) PRI 지속가능시스템 최고 책임자(CSSO)의 모습. /UNGC

그는 “EU, 영국, 미국 주요 주(州), 호주, 싱가포르, 일본 등이 이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도입하거나 준비 중”이라며 “정부가 명확한 비전과 전환 계획을 제시해야 기업도 전략을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의 과제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적극적 역할 확대 ▲스튜어드십 코드 개혁 ▲정부 차원의 명확한 전환 계획 수립을 꼽으며 “이제는 실행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토론회 첫 발제에 나선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는 EU·미국 등 주요국의 ESG 공시 제도화 흐름을 짚으며 기업 대응 전략을 소개했다. 그는 국내 경쟁력 강화를 위해 ▲ESG 기본법 제정 ▲국민연금의 중점관리사안 실효성 제고 ▲기업 자발적 안전정보공개 프로그램 도입을 제안했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주요국은 의무화를 통해 ESG 공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반면, 국내는 금융당국의 불확실성으로 기업들이 자원 배분을 못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은 자산규모 2조 원 이상 사업보고서 제출 법인이 2027년(FY26)부터 사업보고서를 통해 ESG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민경 성신여자대학교 법학부 교수는 “법적 근거 없이 ESG 공시를 의무화하기는 어렵다”며 “인센티브 확대, 면책 근거 마련, 단계적 시행 등을 통해 기업 부담은 완화하면서도 투명성은 확보하는 균형 잡힌 입법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ESG 공시 제도화 방안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UNGC

유연철 UNGC 사무총장은 “국제사회는 이미 ESG 공시를 기업 평가의 공통 언어로 활용하고 있다”며 “ESG 공시는 이제 기업의 자율적 보고를 넘어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를 뒷받침하는 핵심 제도로 자리 잡았으며, 한국 역시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ESG포럼이 주최하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UNGC가 공동 사무국을 맡은 이날 토론회에는 국내외 ESG 전문가와 정부·금융기관·기업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ESG 공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고,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도 “국제사회 흐름에 뒤처지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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