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1일(목)

대한민국 3대 문제, 청년이 상담합니다

대한민국 3대 문제, 청년이 상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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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노동, 경제 해법 찾는 청년들

비정규직, 갈수록 높아지는 월세, 학자금 대출로 인한 부채. 대한민국 3대 문제는 청년 문제로 이름을 바꿔 달아도 무리가 없다. 정부 차원의 정책 변화나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없이는 당장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 그러나 청년이 가진 해법은 다르다. 눈 앞에 닥친 급한 불을 꺼주기 위해 노동, 주거, 경제적 해법을 찾아 상담사를 자처하고 있는 것. ‘배워서 남주기에 나선 색다른 청년들을 찾아갔다.
 
◇ 청년 사이사이, ‘내 옆의 상담사’를 꿈꾸다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가게 사장님이 연락도 안되고 오히려 협박을 한답니다. ‘네가 잘한 게 있느냐’는 식입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14일 저녁, 유니온팩토리의 모임 현장. 친구의 고민 사례를 털어놓은 한 청년의 물음에, 많은 이들이 머리를 맞댔다. 노동법 공부 자료를 들고 자연스레 토론이 이어졌다. “임금 독촉했던 문자 있으면 캡쳐해두세요. 임금 체불 확인서도 있고요. 400만원 이하는 국선변호사 도움도 받을 수 있어요.” 구체적인 상황에 맞는 다양한 대응 방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유니온팩토리의 모임원들이 노동법을 공부하고 있다. 현직 노무사가 자문을 위해 모임 현장에 방문하기도 한다_김지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유니온팩토리의 모임원들이 노동법을 공부하고 있다. 현직 노무사가 자문을 위해 모임 현장에 방문하기도 한다_김지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

청년유니온의 산하 모임인 유니온팩토리는 지난 6월부터 격주로 만나 노동법 공부를 시작했다. 스터디 모임에 참석하는 인원은 총 17. 실제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동 문제를 겪었던 청년도 있고, 과거 노무사로 일했던 청년, 노동법 공부에 관심이 많은 청년 등 구성원도 다양하다. ‘근로계약과 취업규칙’, ‘임금과 퇴직금등 전문적인 내용을 공부한다. 전진희 청년유니온 노동상담팀장은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 상담을 하게 되면 당장의 해결이 어렵다면서 일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알고 미리 배워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노동 인권 문제가 해결되려면 공동체의 힘이 커져야한다는 것. 전 팀장이 다수의 힘을 강조하는 이유다.
 
청년유니온은 설립 당시부터 6년째 무료 노동상담을 이어오고 있다. 상담 사업은 노사간의 갈등을 풀어주는 가장 첫 걸음이라고 여겼기 때문. 작년 한 해만 노동 상담 1300, 노동법 강좌는 80회 진행했다.이곳을 통해 해답을 찾아간 사람은 1년간 무려 3000명에 달한다.

“상담자가 주휴수당을 알게 된 후 사장에게 이를 요구한 적이 있습니다. 협의 과정에서 사장의 협박도 있었지만, 결국 근로계약서를 쓰는 일터로 바뀌게 됐죠. 뿐만 아니라 이를 계기로 강원도 지역상권이 근로계약서를 쓰게 되는 큰 변화까지 이끌어냈습니다.”
이뿐만 아니다. 1인 매대에서 휴식 시간 없이 일하던 고윤정(가명‧21)씨는 사업주에게 정식으로 근로시간 확대를 요청했다. 단독업무 특성상 별도의 휴식시간을 갖기 어렵다는 상황을 설명하고, 30분의 임금을 추가로 청구한 것. 사업주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라며 잘못을 시인했다. 고씨는 “유니온팩토리에서 공부하면서 미처 몰랐던 나의 권리를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주거상담사 양성과정을 통해 2013년부터 약 120명의 주거상담사를 배출했다. 건축학을 전공하는 황지성(31)씨는 “작년에 상담심화과정까지 들었고 올해 다시 한번 듣는 중”이라며 “민달팽이유니온 조합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다른 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내가 전하는 정보가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강생 중엔 실제 주거난을 겪고 있는 청년도 있었다. 황지영(24)씨는 “집주인의 막무가내식 압박에 보증금을 못 받고 집을 나온 적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집을 더욱 꼼꼼하게 살펴보고 구하기 위해서 신청했다”고 말했다. 박경현(24)씨는 “취업 후 독립할 시점을 대비해 신청했다”면서 “등기부등본을 보는 방법 등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아서 유익하다”고 말했다.

 
픽사베이제공_그래픽_집청지트는 경제상담과 교육을 특화하기 위해 청년연대은행 토닥에서 분리된 ‘아들(子)협동조합’이다. 2015년 12월에 만들어진 이후, 300명의 청년에게 경제상담을 했고 800명에게 경제교육을 제공했다.센터장을 비롯한 청지트의 식구들이 상담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강사양성과정을 통해 상담사를 길러내기도 한다. 최근에는 HSBC, 사회연대은행과 함께 ‘청년생활경제상담사’과정을 운영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돈 때문에 청년들이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이에요. 이를 위해선 돈을 제대로 알아야 하죠. 재테크 지식이 많다고 돈을 제대로 아는 건 아니에요. 내가 돈의 주인으로서 돈을 어떻게 주도적으로 다룰 것이냐가 중요합니다. 부채가 있는 사람, 잔고가 바닥난 사람 모두에게 말이죠.

민달팽이유니온도 주거상담팀을 운영해 무료 주거상담을 한다. 회원과 비회원의 구분 없이 청년 누구나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연간 평균 90건의 사례를 해결했다. 상담자가 처한 상황 전반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소통하고 다양한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소송을 거쳐야 할 사안이라면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협력해서 문제를 풀어나간다. 대학교 총학생회와 연합해 주거상담센터를 열기도 한다. 주로 방학 중에 운영된다. 연세대와 고려대에서 운영 중이고,서울시립대는 준비 중이다. 최지희 민유 주거상담팀장은 “앞으로 청년 주거상담사례집을 모아서 공유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상담소를 방문하지 않아도 사례집을 통해 청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기 때문. 민달팽이유니온은 현재 카카오 모바일 모금 페이지인 ‘같이가치’에서 사례집 발간을 위한 모금을 진행 중이다.

◇ 막막한 미래···희망 없던 청년에게 길이 열렸다

송정화(29)씨는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이하 청지트)에서 상담을 받고 사회적 경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가치 있다’고 느낀 청지트의 상담과 교육 내용을 주변 사람들에게 꾸준히 전파하기 위해서다. 과거 송씨는 학자금대출 2400만원의 무게에 짓눌려있었다. 직장을 다녔지만 낮은 연봉으로 경제난이 쉽게 해결되진 않았다. 이직도 쉽지 않았다. 월급 없는 몇 달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건강까지 악화돼 삶에 대한 무기력은 가중돼갔다. 그러던 중에 청지트의 무료상담 프로그램을 만났다. 2회에 걸쳐 집중 상담을 받았다. 돈에 대한 이야기는 상담 내용의 20~30%. 나머진 꿈과 삶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먼저 생각하고, 내가 마음에 품은 그 꿈이 돈보다 우선이라는 내용이었다.

“돈에 끌려가던 예전과 달리 지금은 돈을 관리할 수 있게 됐어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됐습니다.”송씨는 상담 이후 2~3개월을 쉬어도 생활할 수 있는 ‘목적자금’도 만들었다.

 

청지트 내지갑상담KIT_청지트 제공
청지트 내지갑상담KIT_청지트 제공

한영섭(35) 청지트 센터장은 경제상담과 교육을 하는 이유에 대해 “경제적 자존감, 돈에 지지 않는 것,돈의 성질과 특성을 잘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내 모습 자체도 인정받아 마땅하다면서돈으로 나를 평가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청년 혼자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함께 머리를 맞대면 해결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청지트는 부의 개념을 4가지로 보는데 그 중 하나가 ‘사회적‧관계적 부’예요. 내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 손이 닿는 곳에 우리의 것들을 만들고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거죠. 연금이나 임대주택 등 공공재원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10년을 벌어 저축해도 서울의 전셋집 구하긴 어렵지만 임대주택에는 들어갈 수 있잖아요. 우리의 것도 곧 내 것임을 청년들이 되새겼으면 합니다. 
 
김지현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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