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수)

확산하는 제로웨이스트샵, 친환경 운동의 새로운 구심점 될까

지난 6월, 서울 천호동에 강동구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 ‘송포어스’가 문을 열었다. 제로웨이스트샵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면서 포장재 사용과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가게를 말한다. 송포어스 관계자는 “평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 그런 물건을 살 수 있는 가게가 없어 직접 매장을 냈다”며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사기 위해 멀리 나가던 지역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 이런 가게가 생기니 아주 좋다’며 자주 찾는다”고 했다. 문을 연 지 3개월이 안 되는 신생 가게지만,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동네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 강동구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샵 ‘송포어스’에 친환경 생활용품이 진열돼 있다. /한여혜 청년기자

오프라인 제로웨이스트샵은 동네 환경 운동 거점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제로웨이스트샵이 확산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 ‘더피커’가 2016년에 문을 연 이후 송포어스(강동구)·알맹상점(마포구)·지구샵(동작구)·디어얼스(서대문구) 등이 대표적이다. 제로웨이스트 제품만 판매하는 가게도 있지만, 커피나 디저트를 판매하면서 제로웨이스트 방식을 지켜나가는 곳도 있다. 서울 연희동에 있는 카페 ‘보틀팩토리’가 대표적이다. 보틀팩토리는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는 등 쓰레기 배출량 제로를 원칙으로 하는 카페다.

‘모레상점’ 등 온라인 상점도 있지만, 오프라인 상점이 늘어난다는 점은 제로웨이스트샵만의 특징이다. 제로웨이스트샵의 주요 이용자들은 환경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인데, 택배를 이용하면 운송 과정에서 탄소가 발생하고 포장 쓰레기가 나온다는 점 때문에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공간은 지역 환경운동의 거점 역할도 하고 있다. 알맹상점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재사용 가방이나 용기 등을 기부받아 담아갈 곳이 없는 다른 손님들이 사용하도록 한다. 가까이에 있는 망원시장을 활용해 ‘무포장 장보기’ 등 제로웨이스트 체험 활동도 진행한다.

송포어스도 친환경 방식으로 생활용품이나 먹을거리를 만들어보는 워크숍을 기획 중이다. 보틀팩토리는 매년 인근 카페와 함께 공유 컵 활용을 통한 제로웨이스트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은 “제로웨이스트샵은 친환경 운동을 위한 상징적 공간”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포어스 관계자는 “많은 제로웨이스트 가게들이 환경에 관심 많은 동네 주민들이 모여 영화나 책 등 관련 책을 나누고 제로웨이스트 팁을 나누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했다.

송포어스는 불필요한 포장재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곡물과 세제 등을 그램 단위로 판매한다. /한여혜 청년기자

생협·온라인 매장까지 가세

제로웨이스트샵 관계자들은 “환경에 영향을 덜 끼치는 제품을 사겠다는 생각은 이미 대세가 돼 가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SNS에도 제로웨이스트 관련 게시글이 늘어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만 제로웨이스트를 태그한 글이 7만3000개가 넘는다. 이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제로웨이스트샵이나 제로웨이스트 생활 팁, 제품을 공유하면서 교류하고 있다.

온라인 제로웨이스트 편집숍 ‘모레상점’을 운영하는 이지은 임팩토리얼 대표는 “제로웨이스트 전문이나 제품을 생산하는 브랜드가 늘어나고, 이 가운데 ‘더 나은 제로웨이스트 브랜드’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했다. 물건을 생산하는 과정 자체가 환경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데, 소비자들은 이 과정에서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한 제품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리필 스테이션 ‘알맹상점’은 일상 속에서 쓰레기 최소화를 실천할 수 있는 생활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한여혜 청년기자

품질이나 비용 등의 이유로, 전 브랜드를 제로웨이스트화 할 수는 없어도 일부 노력하는 곳도 있다. 온·오프라인 생협을 운영하는 ‘아이쿱’이 대표적이다. 아이쿱은 식용 김 포장재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했다. 아이쿱 관계자는 “플라스틱 트레이를 제거하면서 제품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비용과 노력을 들여 제품을 개발했다”면서 “처음엔 생협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오히려 소비자 반응이 좋아 매출이 2배 가까이 올랐다”고 했다.

그러나 제로웨이스트샵은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서울 시내 운영 중인 전문 제로웨이스트샵은 10곳이 채 안 되고, 서울 외 지역에는 시흥·강릉·전주·부산·울산에 각 1곳이 있는 정도다. 제로웨이스트에 관심이 많다는 대학원생 A씨는 “친환경 제품을 사고 싶지만, 근처에 매장이 없어 구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제로웨이스트 제품을 사기 위해 택배를 시키는 것도 모순적이라고 생각해서 대량으로 사게 되는 칫솔 정도만 주문해서 쓰고 있다”면서 “집이나 학교 근처에 제로웨이스트샵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제로웨이스트샵 관계자들도 제로웨이스트 오프라인 매장 확대를 지원하고, 탄소배출량을 줄이면서 소비자에게 제품을 배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서는 제로웨이스트샵 간의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라는 제언도 나왔다. 더피커 관계자는 “기존 제로웨이스트나 친환경 매장끼리 힘을 모아 도보 배달 등 근거리 배달 협업 시스템을 만들고 힘을 모으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역에서 이런 환경 관련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거점으로 성장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런 지역 내 네트워크를 만들어 지역 주민뿐 아니라 일반 가게나 유통망도 조금씩 제로웨이스트 실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로웨이스트 운영 방식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여혜 청년기자(청세담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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