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대학생들이 학교 ‘쓰레기통’을 살피는 이유

“저는 주로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데요. 하루 종일 학교에 있다 보니 선후배와 동기들이 배달 음식 쓰레기라든지 일회용 컵, 종이컵 등의 분리수거를 어려워하는 걸 자주 봤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신청하게 됐습니다.”

“대학교에 일회용 음료 컵에 액체가 남아있는 채로 버려지는 걸 자주 본 뒤로 교내 ‘제로 웨이스트’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어요. 지속 가능한 대학교를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었습니다.”

8월 2일 열린 ‘2024 플라스틱 스쿨어택’ 발대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지난 2일 오후, 기후변화센터가 개최한 ‘2024 플라스틱 스쿨어택’ 발대식에서 선발된 대학생들의 참여 소감 일부다.

서울시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플라스틱 스쿨어택’은 올해로 2회차를 맞았다. 플라스틱 스쿨어택은 대학교 내 제로웨이스트 실천 현황 조사 및 평가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 가능한 캠퍼스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는 대학 제로웨이스트 실천 현황을 조사한 뒤 순위를 평가하고, 지속 가능한 캠퍼스를 위한 제안을 건네는 순으로 진행된다.

사전모집을 통해 선발된 40여 명의 대학생은 9월 개강에 맞춰 10개 조로 나뉘어 직접 20개 대학을 방문해 캠퍼스 내 플라스틱 사용 및 처리 현황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평가 대상은 2022년 기준 서울 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상위 20개 대학이다. 대학과 구성원들의 제로 웨이스트 실천 현황을 시설, 운영, 인식 등 총 3개 분야로 나눠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캠퍼스의 자발적인 제로 웨이스트 문화 확산에 활용할 수 있도록 ‘2024 서울 20개 대학 제로 웨이스트 실천 순위’로 정리해 공개될 예정이다.

대학교 ‘쓰레기통’을 살피기 위해 모인 이들의 공통점은 세 가지였다. 이들은 ▲실생활에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거나 ▲환경 관련 전공을 택했거나 ▲이전에 환경 관련 행사 및 대외 활동에 참여한 경험이 있었다.

대학생들은 학교에 다니면서 또는 취미 활동을 즐기면서 ‘쓰레기 문제’를 목격했다. 박세온 학생은 “학교 화장실에 플라스틱 주스 병이 산더미처럼 버려진 모습과 아침마다 쓰레기차가 많은 양의 쓰레기를 옮겨놓는 모습을 봤다”며 “대학교 차원에서 플라스틱 분리수거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혜민 학생은 “평소 스포츠를 좋아해 사계절 내내 여러 경기장을 다니는데, 경기가 끝난 후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서 심각성을 느꼈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스쿨어택을 통해 해결책을 찾고자 하는 의지도 엿보였다. 성시연 학생은 “학교 내 플라스틱을 비롯한 쓰레기 문제는 일상과 깊게 연관된 만큼 실천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윤경 학생은 “다른 대학교의 플라스틱 문제는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고 고민하며 해결 방안을 찾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참여 대학생은 환경생태공학, 지구환경과학, 기후변화융합학, 대기과학, 환경에너지공학 등 환경 관련 전공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플라스틱 스쿨어택을 ‘공부할 기회’로 여기기도 했다. 해양과학 전공 이승민 학생은 “전공 수업 중에 해양 쓰레기를 비롯한 플라스틱 관련 내용을 굉장히 많이 배우다 보니, 직접 체험하며 더 깊게 알고 싶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다”고 전했다.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송한샘 학생은 “플라스틱, 폐기물과 바이오플라스틱 관련 문제에 관심이 있는데, 수업에서는 이론밖에 배울 수 없어 직접 발로 뛰어보고 싶어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관리연구실 실장이 ‘바다거북이 플라스틱에 이끌리는 이유’를 주제로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기후변화센터

이미 ‘지속 가능성’ 관련 공모전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거나, 환경 세미나, 청소년 환경 축제 등 다양한 환경 관련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도 있었다. 박서현 학생은 “생물다양성 전시 해설자를 담당해 생물다양성 보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한 경험이 있다”고 소개했다. 장주영 학생은 “환경 동아리를 이끌고 있다”며 “교내 환경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은데, 아이디어를 많이 얻어가고 싶은 마음에 지원했다”고 전했다.

선발 인원은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클리마투스 플라스틱 특강’에도 참석한다. 특강은 8월 한 달간 매주 금요일마다 플라스틱 오염과 건강, 플라스틱 문제 국내외 동향, 자원순환 등을 주제로 한 ‘전문가 특강’과 ‘자원순환시설 현장 견학’ 등으로 구성된다. 플라스틱 스쿨어택 참여자가 아니더라도 관심 있는 누구나 클리마투스 컬리지 홈페이지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기후변화센터 허규완 지식네트워크팀장은 “이번 ‘플라스틱 스쿨어택’은 청년들의 주요 생활 공간인 대학 캠퍼스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와 현황을 청년들이 직접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며 “청년들이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일상 속 플라스틱 소비문화를 되돌아보고 개선점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2023 플라스틱 스쿨어택 활동 후 발표한 ‘2023 대학 제로웨이스트 순위’ 결과 이미지. /클리마투스 컬리지 웹사이트 갈무리

한편, 2023년 대학 제로웨이스트 실천 상위 대학에는 한양대(1위), 숙명여대(2위), 고려대(3위)가 선정됐다. 홍익대는 14개 대학 중 꼴찌, 동국대(13위)와 서강대(12위)는 하위권 대학으로 뽑혔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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