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합성섬유 덜 입고 새 옷 덜 사는 것도 ‘윤리적 패션’입니다”

윤리적 패션 토크 콘서트 ‘어떻게 입을 것인가’ 현장을 가다

지난 9월 19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윤리적 패션 토크 콘서트 ‘어떻게 입을 것인가’가 열렸다. ⓒ지속가능윤리적패션허브

‘윤리적 패션’은 2000년대 초반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던 디자이너들이 가죽 대신 식물성 섬유를 사용한 패션을 선보이고 업사이클링 제품을 내놓으며 등장했다. 오늘날에는 세계 패션계에서 가장 ‘핫’한 콘셉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대형 브랜드들이 하나 둘 윤리적 패션에 동참하면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떠올랐다.

이런 흐름엔 이유가 있다. 패션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UN기후변화협약(UNFCCC)에 따르면, 세계 패션 산업이 매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12억 톤(t)에 이른다. 화물 운송을 포함한 항공·해운업의 배출량을 넘어서는 양이다. 이에 지난 1월 아디다스, 퓨마, 에이치앤앰(H&M)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 대표를 비롯한 38명의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독일의 본에 모여 지속 가능한 패션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고 파리 기후 협약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소비자들도 ‘윤리적 패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9월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윤리적 패션을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주최하고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허브(SEF)가 주관한 ‘2018 지속가능 윤리적 패션 포럼’의 프로그램 일부로 진행된 이날 토크 콘서트의 주제는 ‘어떻게 입을 것인가’.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 장윤수·홍석우 복싴남녀(패션 팟캐스트) 진행자, 정욱재 노리플라이(인디밴드) 기타리스트 등이 무대에 올랐다.

환경 문제를 다룬 자작곡을 부른 정욱재 노리플라이 기타리스트 ⓒ지속가능윤리적패션허브

◇“환경과 공생하는 인간 ‘호모 심비우스’가 되라”

정욱재의 노래로 토크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정욱재는 2009년부터 ‘튠’이란 이름으로 활동하며 음악으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음악가. 자작곡 ‘만국기’ ‘고려인’ ‘끝없이 소비하라’ 등 세 곡을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 연사로 나선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윤리적 패션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우선 ‘호모 심비우스’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 인 등 다양한 인류를 멸망시키고 살아남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사자, 곰, 늑대 같은 맹수들도 물리쳐야 했죠. 생존을 위해 환경을 경쟁자로 보고 파괴하며 살아왔던 겁니다. 우리는 이 이기적인 호모 사피엔스의 후예이지만, 이제 환경은 파괴해야 할 경쟁자가 아닙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파괴 본능을 억누르고, 환경과 공생하는 인간, 즉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가 되는 법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해양 생태계를 위해 합성섬유 대신 될 수 있으면 면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자는 것이 최 교수의 제안이다. “스판덱스, 폴리에스터와 같은 합성섬유가 세탁될 때마다 수십만 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물속에 녹아듭니다. 이렇게 나온 미세 플라스틱은 배수관을 타고 바다로 흘러가, 결국 바다 생물들 몸속으로 들어가죠.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해산물, 천일염은 어디로 가나요? 결국 우리 식탁에 올라옵니다. 인간이 만든 미세플라스틱이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게 되는 겁니다.”

강연 중인 최재천 교수. ⓒ지속가능윤리적패션허브

◇윤리적 패션, 사소한 습관에서 시작되는 것

이날 강연자들은 윤리적 패션에 동참하기 위해 ‘일상 속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윤리적 패션은 사소한 습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장윤수씨는 ‘옷을 살 때 왜 그 옷을 사려고 하는지를 분명히 정하고 그 목적에 충실하라’고 조언했다. “제가 한창 옷에 미쳐 있을 때는 옷을 참 많이 샀어요. 옷장엔 옷이 1000벌 넘게 있었고요. 지금은 가진 옷도 많이 줄였고, 꼭 필요한 옷만 삽니다. 하지만 예전만큼 잘 꾸미고 다니죠(웃음).” 그는 “유행 타는 옷이 아니라 꼭 필요한 옷만 사게 되니 몇 번 입고 버리는 ‘옷 쓰레기’가 줄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 홍석우·장윤수 ‘복싴남녀’ 진행자 ⓒ지속가능윤리적패션허브

‘옷’ 자체보다는 ‘옷 입는 즐거움’에 빠져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는 “워싱 처리된 청바지를 하나 제작하는 데엔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들어간다”면서 “워싱된 청바지를 사기보다는 가공처리 안 된 청바지를 사서 오랫동안 입으며 세월과 함께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워싱을 지켜보는 재미를 즐겨보라”고 주문했다. 홍석우씨는 “중고 의류 매장에서 내게 잘 어울리는 ‘보물’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중고 의류 매장엔 충분히 입을 수 있는 근사한 옷들이 많습니다. 새 옷을 사기보다 중고 옷을 잘 골라 소화하는 재미를 즐겨보세요. 또 하나, 윤리적 패션을 너무 어렵거나 신성한 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오늘 콘서트에서 고개를 한 번이라도 끄덕인 사람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수 있으니, 직접 실천해보고 주변에 널리 전파하길 바랍니다.”

 

김현우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 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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