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세담 인터뷰] 사이버 언어폭력 예방 프로그램 ‘바른말풍선’ 운영하는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미디어보호팀
‘나는 앞으로도 사이버 폭력을 절대 하지 않겠다!’
‘사이버 폭력을 당하는 친구를 보면 도와주겠다.’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스스로넷) 사무실 문 앞에는 한 글자씩 또박또박 써내려간 다짐들이 빼곡히 붙어 있다. 사이버 언어폭력 예방교육 프로그램인 ‘바른말풍선’을 들은 초등학생들이 직접 작성한 글이다. 바른말풍선은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가 현대해상의 후원을 받아 푸른나무청예단과 3년째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다. 초등학생들의 사이버 언어폭력을 예방하고, 올바른 미디어사용 및 언어습관을 기르는 게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이런 말도 폭력이라고요?” 교실로 침투한 사이버 언어폭력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는 청소년미디어교육, 청소년미디어문화, 청소년 미디어역기능대응 등을 진행하는 청소년 미디어 특성화 시설이다. 지난달 6일, 용산에 있는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에서 바른말풍선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서울시립청소년미디어센터 미디어보호팀 남기숙 팀장과 김은혜·장혜민 상담사를 만났다.
이들은 초등학생들이 인터넷 방송에서 접한 선정적인 유행어를 교실에서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학년의 경우 단체채팅방을 통해 괴롭힘과 따돌림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남기숙 팀장은 “학교 측에서 ‘바른말풍선’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상반기에만 100개가 넘는 학급에서 교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심각한 건 초등학생들이 ‘사이버 언어폭력’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은 사이버 언어폭력이 무엇인지, 자신이 쓰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자신이 행동이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인지 조차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남기숙 팀장은 “교육 대상을 초등학교 3~6학년으로 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인지발달이 이뤄지는 연령층이라 예방교육의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무조건 ‘금지’하기보단 ‘공감’이 먼저
교육 내용은 ‘인지’ ‘정서’ ‘행동’이란 세 가지 영역에 초점이 맞춰진다. 폭력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피해를 당한 친구의 마음에 공감하는 법을 배운 뒤, 교육 내용을 행동으로 옮기게 한다는 것이다.
김은혜 상담사는 “처음 친구에게 칭찬을 하라고 시키면 머뭇거린다”며 “예쁜 말을 건네 본 경험이 부족해서”라고 했다. “칭찬을 받는 사람도 그 상황이 불편하긴 마찬가지죠. 그런데 막상 칭찬을 주고받게 되면 이전엔 몰랐던 따뜻한 감정을 느끼게 돼요. 바른말을 체험하면서 그런 좋은 감정이 지속될 수 있게 하는 거죠.”
올해는 바른말풍선 프로그램에 ‘그림책’과 ‘워크북’을 새롭게 도입했다. 아이들이 내용에 좀 더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서게 하기 위함이다. 그림책은 학급에 비치하고, 작은 워크북은 아이들이 반복해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가정으로 들고 가게 한다.
장혜민 상담사는 “상담사들의 접근 방식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조건 안 된다’고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즐겨보는 인터넷방송, 게임, 웹툰 얘길 먼저 꺼내죠. 만약 아이들이 배틀그라운드를 즐겨하면 이 게임을 왜 좋아하는지, 어떻게 이 게임에 접근했는지 구체적으로 물어봅니다. 일단 관심 분야의 이야기로 아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뒤, 서서히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2시간 동안 이뤄지는 짧은 교육이지만 효과는 높은 편이다. 아이들의 만족도를 조사해보면 교육 전과 후의 반응과 태도가 180도 달라진다. “이미 프로그램을 진행한 학교에서 교육을 다시 요청하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교육은 학급 단위로 진행하고 있지만, 전 학년이 받을 수 있도록 해서 학교 전체로 바른말 문화를 확산시키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남기숙 팀장)
최혜승 더나은미래 청년기자(청세담9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