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디지털 플랫폼으로 누구나 치료받을 권리를 제공합니다”

[인터뷰] 오동석 라인케어 대표

오동석 대표는 “라인케어 플랫폼을 통해 필리핀의 열악한 의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라인케어 제공

“당장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응급환자들이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어린 아이들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프면 병원에 당연히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누구나 치료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라인케어를 만들게 됐습니다.”

한양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라인케어 오동석 대표는 2016년 졸업을 앞두고 떠났던 봉사활동을 통해 필리핀의 열악한 의료 시스템의 현실과 처음 마주했다. 그는 아픈 사람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필리핀의 의료 환경을 보면서 디지털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예비 창업팀을 구성해 한양대 사회혁신센터에서 주최한 ‘글로벌 소셜벤처 부트캠프’에 참가한 뒤 2018년 6월 창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라인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라인케어는 의사와 환자를 연결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의료 플랫폼이다. 환자들은 라인케어를 통해 병원에 가기 전 자신의 위치, 증상, 건강보험 유무 등을 입력하고 이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병원과 의사, 진료 시간을 정할 수 있다. 또한 진료 이후 자신의 의료기록을 애플리케이션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의사는 자신을 찾아온 환자들을 확인하고 환자의 의료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클라우드를 통해 저장되기 때문에 인터넷 접속이 끊기더라도 사라지지 않는다.

“필리핀에서는 한 명의 의사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니며 진찰하는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환자는 자신을 진찰할 수 있는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고, 의사 역시 환자를 찾기가 어렵죠. 비효율적인 시스템과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열악한 의료 환경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거죠.”

라인케어 서비스의 가장 큰 특징은 환자들이 진료비를 의료데이터로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환자들이 자신의 의료데이터를 현금화해 치료비로 충당하는 방식이다. 라인케어 운영비는 병원으로부터 월 이용료와 광고비 등을 받아 마련한다. 오 대표는 “수익적인 면보다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지가 중요하다”며 “시민은 병원비 걱정 없이 진료를 받고, 의료기관은 의료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오동석 대표는 필리핀의 열악한 의료시스템 개혁을 위해서는 국가의 정책적인 노력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필리핀의 경우,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나서서 건강보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보험의 가입률이 93%입니다. 엄청 높은 편이지만, 보장률이 크게 떨어져요. 이를 높일 수 있는 부분들을 민간부분과 협력해서 찾아내는 등의 제도적인 노력이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라인케어는 필리핀을 중심으로 서비스 기반을 다지고 나고 있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주변 국가로의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 라인케어 서비스가 선진국보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국가에 최적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에도 원격진료가 필요하신 분들이 물론 존재합니다. 하지만 다른 열악한 국가들보다는 그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필리핀에서 라인케어 서비스가 자리를 잡게 된다면, 의료 환경이 열악한 주변 국가들로 진출하는 것이 선한 영향력을 펼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라인케어는 지난해 9월 필리핀 미마로파주 과학기술부(DOST-MIMAROPA)와 원격의료 플랫폼 구축 관련 합의서(MOA)를 체결한 바 있다. 또한 지난 ‘LG 커넥트 2020’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하며 그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코로나 19 이후 원격진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의사가 환자를 만나는 것을 돕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을 배포 중이다.

현재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미혼모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진료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계층에서의 소외받는 이들을 위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필리핀의 인구 피라미드를 보면 영유아 인구가 매우 많습니다. 우리나라의 약 4배에 달하죠. 미혼모 역시 매우 많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자라나는 아이들을 케어하기 힘든 경우가 많죠. 그래서 현재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필리핀 미혼모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입니다.”

라인케어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사람이 큰 의료문제 없이 잘 유지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전에는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지금은 모든 사람이 큰 의료문제 없이 잘 유지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라인케어를 통해 의료접근성이 개선되고, 지속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큰 질병들을 예방할 수 있게 되니까요.”

김연수 청년기자(청세담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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