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학기제, 중·고등 검정고시 지원
청년 자원봉사자 35명이 교사 역할
서울 성동구 금호초등학교 안에 있는 열린금호문화교육관에서는 1년 내내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로 가득찬 일반 학교와 달리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 이주 여성 등 학생들 면면이 다양하다. 지난달 15일 찾은 교실에서는 20대 선생님이 수업을 한창 진행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에 고개를 끄덕이며 필기에 집중했다. 나이도 국적도 제각각인 학생들이 배움이라는 목표 하나로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샛별학교는 교육소외계층에게 검정고시 학습을 지원하는 야학이다. 1993년에 개교해 올해 30주년을 맞았다. 설립 당시에는 서울 동대문 장한평에 터를 잡았다가 이후 성수동, 금호동으로 이사를 다녔고, 2018년 성동구도시관리공단과 협약을 맺으면서 현재 위치에 자리 잡았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20대 자원봉사자 35명이 맡고 있다. 1년 3학기제로 운영되며, 학생들은 필요 학력에 따라 중등반이나 고등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매년 20여 명이 서울샛별학교를 졸업한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상담, 교육, 시험접수 등 검정고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지원받는다. 서울샛별학교 학생 홍순복(68)씨는 지난해 중등반을 졸업하면서 중학교 학력을 취득했다. 홍씨는 “처음엔 모든 게 어려웠지만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수학도 그렇고 예전보다 많이 늘었다”며 “이번 2학기부터는 고등반에 입학해 고등학교 학력 취득에도 도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샛별학교에는 제때 취득하지 못한 학력 때문에 손해를 보거나 소외감을 느꼈던 어르신들이 검정고시에 도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생부 교사 최유진(20)씨는 “문의 전화를 주신 학생들 중 대부분이 입학을 망설인다”며 “입학 상담이 고민 상담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고령층의 경우 가족들에게도 입학 사실을 숨기다가 몇 개월이 지난 후에야 가족들이 알게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2021년 서울샛별학교 고등반을 졸업한 박순자(69·가명)씨는 젊은 시절 학력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박순자씨는 젊은 시절 생계 유지를 위해 회사에 다니면서 야학에 다녔다. 문제는 다니던 학교가 학력을 인정받지 못하던 곳이었다. 박씨는 “자격증 따거나 취업을 할 때 고등학교 졸업장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지 학력 때문에 못 한 것이 많다”며 “샛별학교에 다니면서 검정고시도 통과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학습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학력을 활용하는 것보다 ‘어려워도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지금은 컴퓨터 공부에 도전 중이다”고 말했다.
학력 취득 외에도 서울샛별학교에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방문하는 학생도 있다. 한국으로 온 지 12년된 중국인 권룽(33)씨는 국어 문법 등 정규교육과정의 국어를 배우고 싶어 이곳에 왔다. 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한국어 교실의 일상 회화 수업을 모두 수강했지만 자녀와의 소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룽씨는 “한국어를 더 잘하게 되면 초등학생인 자녀들과의 소통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아이들에게 ‘나도 그거 알고 있어’라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샛별학교는 지역사회 중요한 커뮤니티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졸업생 이정금(84·가명)씨도 다른 졸업생 친구와 함께 입학식에 자리해 반갑게 대화를 나눴다. 서울샛별학교 교사 최유진씨는 “학생들과 함께 지내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이러한 유대감은 학생에게는 공부를, 교사에게는 일을 지속하게 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샛별학교는 노년층뿐 아니라 학교밖청소년, 탈북자, 결혼이주여성까지 학교에 올 수 있도록 교육 대상을 확장할 계획이다. 5월부터 탈북청소년과 만나 이야기를 듣고 적합한 수업 과정을 개발하고 있다. 또 학교밖청소년 멘토링, 결혼이주여성 센터와의 연계사업으로도 확장하고 있다. 서울샛별학교 교장인 윤훈탁(25)씨는 “우리 사회에 보이지는 않지만 교육이란 이름으로 소외된 사람이 많이 있다”며 “이들을 어떻게 학교에 잘 녹아들게 할 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이영 청년기자(청세담1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