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4일(화)
‘대나무 칫솔’로 환경 문제와 빈곤 문제 해결합니다

[인터뷰] 박근우 닥터노아 대표

약 294억 개. 무게로 치면 60만 톤의 플라스틱 칫솔이 매년 전 세계에서 버려진다. 버려진 플라스틱 칫솔은 50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더 작게 쪼개져 지구 어딘가에 계속 쌓이고 있다.

2016년 2월 설립된 소셜벤처 닥터노아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로 만든 칫솔을 판다. 고체 형태의 천연 치약도 만든다. 지금까지 닥터노아가 판매한 대나무 칫솔은 약 100만 개. 고체 치약은 40만 개에 이른다.

지난 8월 18일 만난 박근우(45) 닥터노아 대표는 “대나무 칫솔을 하나 사면 18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닥터노아가 혼자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습니다. 칫솔을 만드는 대기업들이 나서야 합니다. 오랄비나 콜게이트, LG생활건강 같은 곳이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로 제품을 만들어 판다면 세상이 달라질 거예요.”

박근우 대표는 지난 2016년 소셜벤처 ‘닥터노아’를 설립해 플라스틱 대신 대나무 소재를 사용하는 칫솔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 대나무 칫솔을 중국에서 수입하지 않고 직접 제조하는 회사는 닥터노아가 유일하다. /닥터노아 제공

대나무를 선택한 이유

-치과의사라고 들었습니다. 어쩌다 대나무 칫솔을 만드는 회사를 차리게 됐는지 궁금합니다.

“치과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치과대학도 부모님이 원해서 갔고요. 어떻게 병원 규모를 키울지, 어떻게 하면 환자를 더 많이 모을지 이런 것만 신경 쓰고 살았어요.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안정적인 직업으로 비칠 수 있지만 적어도 제겐 행복감을 주는 일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스리랑카로 의료 봉사를 가게 됐는데, 거기서 한 번도 의사를 본 적 없는 스리랑카 사람들이 저를 슈바이처 박사 보듯 쳐다보더라고요. 그들에게 존경과 인정을 받으며 큰 행복함을 느꼈습니다. 병원을 벗어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기 시작한 계기가 됐죠.”

-구호 활동을 하면서 다른 쪽에 눈을 돌리게 됐군요.

“맞아요. 빈곤 지역 사람들에게 내가 필요한 존재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물도 만들어 주고 학교를 지어보기도 했지만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제가 잠깐 봉사하는 것으로는 그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때부터 기업의 방식을 통해 사람들을 돕는 방법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왜 하필 ‘대나무’였나요.

“2015년 지역개발사업을 위해 에티오피아에 갔을 때 아이들이 대나무로 된 바구니를 만들어 팔고 있는 걸 봤어요. ‘원 달러! 원 달러!’ 하면서 막 따라오더라고요. 그래서 기념품으로 몇 개 산 후에 현지인에게 이렇게 좋은 바구니를 1달러에 샀다고 자랑했습니다. 그랬더니 한 분이 ‘그런 거 사주면 안 된다’고 얘기를 그냥 툭 던지시더라고요. 아이들이 잠깐의 돈벌이 때문에 학교도 안 가고 대나무 바구니 만드는데 네다섯 시간을 쓴다는 거예요. 그때 지속가능한 도움을 줘야 한다는 생각에 대나무를 소득 작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닥터노아의 대나무 칫솔. /닥터노아 제공

-그때 든 생각이 창업까지 연결된 거군요.

“한 번에 딱 결정된 건 아니지만, 그때부터 대나무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한 논문에서 대나무라는 자원이 가장 빈곤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 풍부한 자원인 것을 알게 됐어요. 대나무로 칫솔을 만들어 빈곤을 탈출시킬 수 있는 일은 어마어마하게 멋진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 때려치우고 한번 도전해보자고 마음을 먹었고, 치과의사라는 장점을 살려 대나무를 활용한 제품을 고민하다가 칫솔을 만들기로 했죠.”

-빈곤과 환경문제 모두를 해결하는 게 인상적입니다.

“오다가다 걸린 거죠. 뭐(웃음). 그냥 대나무라는 소재로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다 보니 환경 문제까지 깨닫게 해준 것 같아요.”

글로벌 진출의 꿈

창업 준비에 돌입했지만, 2년 반 동안 실패를 거듭했다. 모든 대나무 칫솔이 다 중국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고 중국의 대나무 칫솔 공장 수백 군데를 돌아다녔다. “대나무 칫솔은 기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 손으로 직접 깎아 다듬고 칫솔모를 심어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자동화하고 싶어서 중국에서 2년 반 동안 열심히 만들었죠. 근데 결국 다 실패했습니다.”

-실패하면서 배운 점은 무엇인가요.

“혼자서 안 된다는 거예요. 제가 살면서 만났던 사람 중에 가장 똑똑한 사람들을 다 모아야겠다라는 계획을 세웠고, 엔지니어 중에 제일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이경태 박사와 우간다에서 만났던 존(계요한 대표)과 케시를 설득했습니다. 모두 한 번에 넘어오지 않았어요. 반년 이상 열심히 꼬셨습니다(웃음). 현재 존은 공동대표로 이경태 박사는 CTO(최고기술경영자)로 케시는 CPO(최고개인정보책임자)로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에서 수입하지 않고 직접 대나무 칫솔을 제조하는 회사는 닥터노아가 유일해요. 사무실이 있는 건물 11층 공장에서 하루에 약 5000개 이상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팀 닥터노아의 모습. 닥터노아는 ‘1% For the Planet’에 가입해 환경단체를 위해 수익금의 1%를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 기부금은 8월 기준 1억원을 조금 넘겼다. /닥터노아 제공

-대나무 칫솔, 반응은 좋았나요.

“국내에서 투자를 받으러 가면 그냥 치과의사나 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40군데 정도 거절당한 것 같아요. 칫솔이 나와도 안 팔릴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국내에서 계속 거절을 당하니까 투자를 받기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습니다. 미국에선 친환경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미국에서 5억가량을 투자받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워터인베스트먼트 등에서 약 30억원을 추가 투자받았어요. 앞으로는 연 매출을 100억 이상으로 올린 후 내년 상반기에는 한 100억 정도 투자받아 유럽과 일본 등 더 많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입니다. 2022년에는 베트남 현지에 대나무 칫솔 공장을 세우는 계획을 하고 있어요. 지금 월에 한 20만 개의 대나무 칫솔을 생산할 수 있는데, 올해 월 한 100만 개 정도 생산할 수 있도록 해서 제조 원가를 플라스틱 칫솔 근접할 때까지 떨어뜨리는 게 만들 계획이에요. 더 많은 사람이 대나무 칫솔을 사용했으면 좋겠습니다.”

모재성 청년기자(청세담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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