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화)

“영상 콘텐츠 전성시대… 비영리단체도 소외되는 일 없어야죠”

리듬오브호프는 지난 2014년 설립된 미디어봉사단체다. 미디어 분야 기술을 갖춘 대학생들이 모여 도움이 필요한 사례자를 알리는 영상이나 카드뉴스 등 모금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한 게, 지금은 80명의 봉사단이 훨동하는 단체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활동 방식은 단순하다. 기관이 리듬오브호프에 영상 제작을 의뢰하면 단원들이 사례를 검토하고 글·후원 영상·포스터 등을 제작해 모금 플랫폼에 게시한다. 활동 구조는 단순하지만 이들이 베푼 도움은 작지 않다. 이들이 만든 미디어콘텐츠를 통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용인 세브란스 병원 등과 협력해 지금까지 약 280여 가정에 총 20여억원의 후원이 진행됐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리듬오브호프는 정식 비영리 사단법인 등록을 준비 중이다. 지난달 20일 만난 리듬오브호프 이진혁 대표는 “정식 법인 등록을 마친 후 전국 대학에 지부를 설립해 보다 폭넓은 미디어 봉사활동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했다.

지난 8월 24일 리듬오브호프 사무실에서 만난 이진혁 대표(사진 왼쪽)와 이보람 사무국장은 “봉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했다. /김지윤 청년기자

─비영리 사단법인 등록을 결정했다고 들었습니다.

“예산 때문입니다. 저희는 봉사단체로 지금껏 기업 후원이나 공모전 참가 상금으로 활동비를 충당해 왔는데, 활동 규모가 커지면서 보다 안정적인 재정 운영이 필요해졌어요. 또, 기업이나 지자체 지원에 의존하는 관행을 바꾸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개인 후원자들을 모집해야 하는데, 정식 민간단체가 아니라 단순 모임이다 보니 기부금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어 후원자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9월 초쯤 단체 설립 관련한 서류 정리를 마치면, 후원자도 확대하고 기업이나 지자체로부터의 지원도 더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대학생 봉사단체에서 정식 비영리법인으로 거듭나게 되는 셈인데, 그간 대학생 모임이라는 점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었나요.

“대학생 봉사활동 단체라는 점은 참여자들의 자율성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장점도 컸지만,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나이가 어리다고 ‘도와달라’고 하면서도 저희를 신뢰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거나, 단순 단체 홍보 영상까지 아주 낮은 가격에 해 달라고 요구하는 곳도 있었거든요. 정식 비영리법인으로 등록되면, 단체 신뢰도도 높아지고 저희의 활동 컨셉에 맞는 작업을 더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주로 어떤 작업을 해왔나요.

“평균 1개월에 9건 정도의 후원 콘텐츠를 만드는데, 의료비 관련 사례가 제일 많습니다. 특정 분야에 한정한다는 원칙이 있는 건 아니고, 단체에서 사례를 가지고 의뢰를 하면 시급성 등을 따져서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었습니다. 미혼모 가정이나 그룹홈, 수해 피해자를 돕자는 영상도 만들었습니다.”

─의료비 관련 사례를 많이 다루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리듬오브호프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전신 중화상을 입은 한 살 아이를 위한 모금이었어요. 누군가 ‘영상을 만들 능력을 갖추고 뭘 하고 싶으냐’고 묻기에 ‘다른 사람을 돕고 싶다’고 대답했더니, 그 내용을 들은 한 복지재단에서 이 아이의 모금 영상을 만들어줄 수 있겠느냐는 의뢰가 왔어요. 이때 친구들과 소모임을 만들어서 영상을 만들다가 ‘정식으로 해보자’는 데 의견이 모여 리듬오브호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의료 영상을 잘 만든다’는 이미지가 박혀 관련 의뢰가 많이 오는 것 같습니다.”

이진혁 대표는 전직 영화감독이다. 실제 자신이 만든 영화를 극장에 올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영상 작업으로 남을 돕고 싶다’고 흘리듯 했던 말이 현실이 됐다”고 했다. 이 대표와 동료의 전문성은 영상의 수준이 높다는 점 이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래전부터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던 이들은, 모금 영상을 통해 사례자의 삶을 왜곡하거나 과장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도 중시한다. 이 대표는 “자극적인 모금 영상으로 사례자들을 대상화하거나 오히려 상처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극적인 모금 영상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가장 중요시하는 건 영상 제작자와 사례자의 교감입니다. 저희는 모금 액수를 늘리려 봉사자들이 콘텐츠를 과장하거나 사례자의 삶을 자극적으로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습니다. 직접 현장에 가는 담당 봉사자 대상 교육에도 이 내용을 꼭 포함합니다. 봉사자에게는 ‘사례자의 삶을 잘 들어보고,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콘텐츠를 만들라’고 합니다. 사례자와 깊이 공감하면 이들을 대상화하는 영상은 나오기 어렵습니다. 또, 저희에게 도움을 요청한 단체에도 ‘창작물 제작에 관해선 제작자들의 판단을 존중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모금 성과는 높지만, 어려움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조회 수가 잘 나오지 않는 게 제일 큰 어려움이죠(웃음). 영상의 문제라기보다는, 해피빈 등 노출도가 적은 곳에 숨겨져서 여러 번 클릭해 들어가야만 영상을 본다는 게 이유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의존도가 높은 미디어 업계의 어려움을 저희도 아주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포털 메인에 얼마나 노출되느냐에 따라 영상 열람도와 후원 금액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후원이 필요한데도 영상 노출이 부족해 후원금이 적은 경우엔 어떻게 하나요.

“영상 등 보이는 콘텐츠를 활용한 후원 모금의 한계는 사례자의 외모나 성별이 후원금 액수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귀여운 외모의 아이를 위한 모금이 가장 반응이 빠르고, 성인 남성이나 노인을 위한 모금은 모금이 잘 안 되는 편입니다. 노년의 아버지가 1급 지적 장애를 가진 아들을 돌보는 사례자의 경우, 도움이 절실했는데도 이런 이유로 모금이 잘 안 됐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라도 꼭 돕고 싶어서, 이보람 사무국장이 팀을 꾸려 이 사례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습니다. 그걸 영화제에 출품했고,  2등상을 받았고, 수상 상금을 전액 기부해서 부족한 모금액을 채웠죠. 단순히 영상을 촬영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저희와의 만남이 실질적인 도움으로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리듬오브호프를 꾸려가며 중시하는 점이 있다면요.

“재정 투명성이죠. 법적으로 기부금에서 15%를 운영비로 쓸 수 있게 돼 있는데요, 저희는 이 금액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기부금을 전액 그대로 사례자에게 전달한다는 게 저희 방침입니다. 또, 예산 사용에 대해서는 철저한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래가기 위해선 활동의 질과 함께 투명한 재정 운영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진혁 대표는 “리듬오브호프의 설립 취지를 살려 전국 대학과 협력해 사업을 진행하고 싶다”고 했다. 교통비는 최소화하면서도, 전국 각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전국 어디서라도 사례가 알려져 도움을 받기를 원하는 분들이 있는 곳에 바로 달려갈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도움이 필요한 사람 중엔 갑작스레 위기에 빠져 즉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도 많거든요. 저희의 시작처럼, 전국의 뜻있는 대학생과 힘을 합쳐 모든 어려운 사람들에게 닿는 영상 플랫폼이 되는 게 꿈입니다.”

김지윤 청년기자(청세담1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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