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약 902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17.5%에 해당하는 숫자다. 2025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노인성 질환 중 하나인 치매 환자 수도 늘고 있다. 2020년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약 84만명. 2024년에는 100만명, 2050년에는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성북구에 위치한 세븐포인트원은 디지털 기술로 치매를 진단하고 대응하는 기업이다. 가상현실(VR) 기기를 통해 어르신들의 추억 속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행복감을 증진하는 회상요법 ‘센텐츠(SENTENTS)’와 AI를 이용해 1분 만에 치매를 진단하는 ‘알츠윈(AlzWIN)’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시키고 있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최로 열린 ‘제36회 정보문화의 달’ 기념식에서는 AI 기술을 토대로 디지털 포용 사회 구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달 20일 이현준 세븐포인트원 대표를 만났다.
―치매라는 이슈에 관심을 갖고 회사까지 설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치매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원래는 VR 기술로 콘텐츠를 제작해보고 싶었죠. 우연히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됐는데 한 어르신이 스무살 이후로 고향에 한번도 내려가지 못했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가지고 있던 VR 기기로 고향의 모습을 보여드렸습니다. 굉장히 조잡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좋아하셨죠. 이후에 그 어르신이 옛날에 살던 동네나 아드님에 관한 이야기를 하시며 활력을 되찾으셨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요. 가슴이 뭉클했죠. 그게 이 일을 시작한 계기가 됐어요.”
―VR 고글을 쓴 어르신들의 모습, 상상이 잘 안가요.
“VR은 2030세대의 전유물이라는 편견이 있지만, 이동이 제한된 분들에게는 바깥세상을 볼 수 있게 도와주는 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번은 생선을 팔아 다섯 자녀를 키우신 어르신에게 수산시장의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허공에 팔을 휘두르시며 생선을 어디서 어떻게 파셨는지 열심히 설명하시더니 이내 눈물을 흘리시며 좋아하셨죠.”
―그게 ‘회상요법’인가요.
“네 맞습니다. VR을 이용한 회상요법은 해외에서 이미 사용되고 있습니다. 치매의 원인 중 하나가 우울증이에요. 과거를 회상하며 얻게 되는 행복감은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VR을 통한 회상요법인 ‘센텐츠’는 이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회상요법을 넘어 AI 치매 진단 기술까지 내놓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빠르고 정확한 치매 진단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특히 독거노인들은 치매 고위험군이에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적다보니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고 뇌는 반쯤 잠자는 상태에 놓이게 되죠. 동시에 경제적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서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치매 검사를 받아보시면 좋겠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간단한 진단 방법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기존 치매 진단과 차별화되는 강점은 무엇인가요.
“신속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어르신들에게 치매 검사 용지를 내밀면 5분도 안 돼서 집중력이 흐려집니다. 하지만 알츠윈은 1분 동안 AI와 대화를 하면 진단이 끝납니다. 집중력이 흐려지기 전에 검사가 끝나죠. 정확도도 높습니다.”
―치매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죠.
“국내 치매 환자가 100명이 있으면 그중 25명만이 치매안심센터에 등록돼 있는 상황입니다. 나머지 75명은 치매 진단조차 받지 않은 채로 살아가고 있어요. 알츠윈이 보급되면 손쉽게 치매 진단을 받고 초기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은 없나요.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치매 진단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65세 이상 인구의 치매 유병률은 10%라고 해요. 하지만 실제로 치매안심센터에서 검사를 진행하면 2.8%만 치매로 진단받습니다. 치매안심센터가 주로 노인정, 노인대학 등에 가서 검사를 진행하기 때문인데요. 정작 사각지대에 있는 고위험군은 그곳에 없습니다. 사각지대의 어르신까지 돌볼 수 있는 제도가 시급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알츠윈을 소비자가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 ‘센텐츠 가디언’이라는 이름으로 취약계층 일자리를 창출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회상요법인 ‘센텐츠’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교육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을 사람들이 필요해져 경력보유여성이나 어르신들을 센텐츠 전문가로 양성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치유하는 기업’이라는 미션을 앞으로도 잘 지켜나가는 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성가현 청년기자(청세담1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