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월 6일(목)
산책하며 동네 지키는 ‘반려견 순찰대’가 뜬다

공원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시민을 쉽게 볼 수 있다. 반려견의 사회활동과 운동을 위해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산책을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는 형광 조끼를 입은 견주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에 나서고 있다. 이른바 ‘반려견 순찰대’다. 반려견과 함께 동네를 산책하며 곳곳의 위험 요소를 살피고 방범 활동을 하는 주민 참여형 순찰대다. 순찰대원 선발시험도 있다. 견주의 ‘앉아’ ‘기다려’ ‘이리와’ 등 세 가지 신호를 이행하면 합격이다.

반려견 순찰대는 지난 5월 서울 강동구에서 전국 최초로 도입됐다. 두 달간의 시범 운영을 거쳐 최근 서울 내 9개 자치구로 확대 운영이 결정됐다. 7월 26일 서울 반려견 순찰대의 도입과 운영을 주도한 사단법인 ‘유기견없는도시’의 김지민 대표를 만났다. 이날 자리에는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이상국 과장과 강민준 경위도 함께했다.

국내 최초로 '반려견 순찰대'를 도입한 주역들. (왼쪽부터)김지민 유기견없는도시 대표, 이상국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과장, 강민준 경위. /최지영 청년기자
국내 최초로 ‘반려견 순찰대’를 도입한 주역들. (왼쪽부터)김지민 유기견없는도시 대표, 이상국 서울시자치경찰위원회 과장, 강민준 경위. /최지영 청년기자

매일 산책하는 반려견, 동네 지킴이로

-‘반려견 순찰대’가 정확히 무엇인가요?

김지민=쉽게 말하면, 견주들이 매일 반려견을 산책시키면서 동네 순찰을 같이하는 거예요. 제복 입은 경찰이 동네를 순찰하듯 반려견과 견주가 활동복을 입은 채로 활동합니다. 덕분에 자연스레 범죄 예방 효과가 생겨요. 또 대원들이 순찰하다가 범죄 현장을 목격하거나 생활 불편사항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함으로써 빠르게 조처를 할 수도 있고요.

이상국=순찰을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불편함을 해결하는 게 자치경찰의 근본 목적입니다. 이를 반려견과 함께 하는 거죠. 반려견 순찰대원들은 매일 자유로운 시간에 반려견과 함께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지역 내 방범 활동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시작이 궁금한데요.

강민준=자치경찰과 관련된 해외의 여러 시책을 찾아보다가, 일본의 ‘멍멍순찰대’ 운영 사례를 보게 됐어요. 우리나라도 반려견 돌봄 가족의 수가 매년 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통한 치안 정책을 마련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입했어요. 지역사회 내 범죄예방 효과는 물론이고 올바른 반려문화 정착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있었습니다.

-서울 강동구가 전국 최초네요.

강민준=2013년에 ‘동물복지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 조례’가 전국 처음으로 제정될 정도로 강동구는 타 자치구에 비해 반려견 문화와 인식이 많이 정착된 편이에요. 동물과 관련된 다양한 반려견 문화행사도 자주 개최되고 있고요. 이 시책을 강동구에서 추진하게 되면 눈으로 보이는 효과성이 클 것 같아서 강동구를 시범운영지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김지민=사실은 제가 강동구청 동물복지위원장도 겸하고 있어요. 강동구청 측에서 판단했을 때, 이 시책은 전문적인 동물 단체와 협업해 이끌어 나가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했나 봐요. 그 당시에 제가 강동구청과 함께 반려견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팅을 했고, 프로젝트 협업에 참여하게 된 거죠.

반려견에 대한 편견 바꾼다

-구체적인 수치로 나타나는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나요?

강민준=생활안전 120번 신고량이 5월에는 84건이었는데 6월에는 34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대원들이 순찰하면서 동네의 위험 요소들을 발견하고, 미리 신고하니까 시민이 신고할 만한 일이 줄어들었던 거죠. 시범운영 결과 이렇게 치안 효과가 수치로 입증되자 확대 운영이 결정된 겁니다.

-순찰 중 특히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강민준=순찰대원 중에 16살 된 ‘짱순이’라는 강아지가 있는데, 새벽에 순찰하다가 대형트럭 바퀴 밑에 술 취해서 잠든 사람을 발견한 거예요. 새벽에 어두우니까 트럭 운전사가 못 보고 후진하게 되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는데, 그 사람을 ‘짱순이’가 처음 발견했던 거죠. 견주 분이 신고하고 보호조치 하다가 가족에게 무사히 인계했습니다.

-참여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김지민=지역사회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고 많이들 말씀해 주세요. 순찰대로 활동하면서 평소에는 관심을 갖지 않아 잘 몰랐던, 치안에서의 위험요소나 생활안전 부분에서의 불편한 점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다고 하시더라고요.

강민준=또 곳곳을 순찰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동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긴다고 하십니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에 자긍심 느끼시는 분들도 많고요. 강아지랑 길을 걷다 보면, 시선이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면 길이 패여 있거나, 보도블록이 깨져 있거나 하는, 사소하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 다칠 수도 있는 부분들을 잘 발견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반려견 순찰대원들이 이런 생활 불편 요소들을 미리 발견해서 신고한 적도 많고요.

-반려견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데도 도움이 되겠네요.

강민준=순찰대원들이 활동복 입은 것을 보고 무슨 일 하느냐고 물어봐서 설명하면 강아지가 좋은 일 한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공무원 강아지’ ‘멍순찰’ ‘멍대원’ 등으로 부르면서 간식을 챙겨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김지민= 주민 입장에서 강아지와 함께 동네를 순찰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조금은 깨질 수도 있고요. 이를테면 맹인안내견에 대한 인식이 많이 퍼져서 이제는 사람들이 안내견 옷을 입은 강아지는 절대 건드리지 않듯이, 반려견 순찰대 활동복을 입은 강아지가 견주와 함께 순찰하는 모습이 흔해지면 반려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궁극적으로는 변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또 순찰대원들은 올바른 반려문화를 소개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원래 강아지 오줌은 산성이 강해서 잔디가 다 죽기 때문에 그 위에 물을 뿌려서 중화시켜줘야 하거든요.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일본에서는 반려견 산책 전용 물뿌리개도 판매할 정도로 보편적인 인식입니다. 이런 용품들을 순찰대원들이 사용하게 함으로써 반려인에게는 올바른 반려문화에 대해 알리고, 비반려인에게는 반려인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거죠.

-앞으로의 활동 운영 계획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합니다.

강민준=현재 강동구와 서초구, 송파구는 추가 지원자 모집하고 있고, 9월 초부터는 약 450명의 순찰대원이 활동할 수 있도록 8월 말에는 9개 자치구 모두 선발 심사를 종료할 예정입니다. 반려견 순찰대가 더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할 계획인데요. 예를 들면, 순찰대가 지역사회 내 약자들과 동행하는 ‘독거 어르신 실버 말벗 산책’과 통학로 안전과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초등학교 등하굣길 순찰대 동행’ 등이 있습니다.

이상국=한 자치구당 순찰대 적정 인원은 30~50명 정도로 생각 중인데요. 신청자 모두가 반려견 순찰대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순찰대로 활동할 수 있을 만큼 반려견이 사회성이 있는지, 견주가 반려견을 잘 통제할 수 있는지 등의 여부를 심사하고 선발할 예정입니다.

김지민=강아지는 모든 것을 입으로 표현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교육이 잘돼 있다고 하더라도, 사고 발생 가능성을 전제로 깔고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심사할 때 아주 작은 부분까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선발 후에도 위험요소를 최소화시키자는 마음으로 다양한 안전교육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지영 청년기자(청세담1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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