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시어머니 돌봄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40대 A씨는 올해 초부터 다시 직장을 구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던 A씨는 경력을 이어가고 싶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업계 전반적인 예산이 줄어들면서 경력에 맞는 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취업 관련 교육을 제공하는 국비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찾아가봤지만, A씨와 맞는 자리는 없었다. 그는 “대부분 교육이 제과·제빵이나 바리스타 등이어서 사회복지사 재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교육이 없었다”면서 “시간은 가는데 취업 자리는커녕 제대로 된 교육도 받기 어려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자리 구하기 하늘에 별 따긴 데 교육도 ‘올스톱’
코로나19 확산으로 A씨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가 흔들리면서 고용 시장이 위축된데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중시되는 상황에 사람을 모아 진행하는 교육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여성가족부가 “코로나19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을 위한 지원을 내놓겠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제도의 실효성은 부족한 상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프로그램이 ‘올스톱’ 상태”라며 “매월 진행하던 교육 프로그램도 중지된 상태고,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무기한 연기 상태”라며 “온라인 수업도 검토 중이지만 친밀한 멘토링이나 네트워킹을 강조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 특성 때문에 이 방식이 효과적일지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했다. 경기도 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계자도 “온라인 교육이나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도 계획하곤 있지만, 40대 이상인 경우 온라인 프로그램에 잘 적응하지 못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로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 여성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여성의 경력단절 경향은 뚜렷하다. 25~29세 때 71.1% 취업률을 기록하다가 30~34세와 35~39세 사이 각각 64.6% 59.9%까지 하락하는 식이다. 40대 이후에도 20대 최업률에 미치지 못한다. 통계청은 보고서에서 “여성 취업률은 경력단절현상을 방증하는 ‘M자형 곡선’을 그린다”고 했다. 남녀 간 격차도 뚜렷했다. 지난해 전체 취업자 중 상용근로자는 남성이 55.2%인데 반해 여성이 48.7%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임시근로자는 여성이 24.9%로 12.1%를 기록한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상황 나아질지 ‘불투명’…전문가들 “일자리 질까지 고려한 취업 프로그램 필요”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임시직 자리를 전전한다는 것도 문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1월 여성 19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여성 중 179명이 결혼 전 정규직으로 일했으나 경력단절 이후에도 정규직으로 재취업한 사람은 94명에 불과한 것으로드러났다.
전문가들은 “고용의 양뿐만 아니라 질에도 초점 맞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소셜벤처 ‘위커넥트’의 김미진(34) 대표는 “재취업에서 중요한 점은 기존의 커리어를 기반으로 이를 확장하는 것”이라며 “단기적 생존책도 중요하지만, 여성들의 장기적 성장을 독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19를 계기로 시작된 근무 환경 변화를 장기적인 경력단절 문제 해결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양희승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 19 사태의 여파로 장기적으로 경단녀 규모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유연근로제나 원격 근무의 도입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재택근무가 가능해지면 육아 중인 여성도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다”면서 “변화하는 산업 환경의 흐름에 맞추어 여성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해져야 일정 기간 경력 단절이 있었던 여성도 자신의 잠재성과 가능성을 펼쳐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수연 청년기자(청세담11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