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사회적기업 앨리롤하우스, ‘학교밖청소년’과 꿈을 굽다

[인터뷰] 박희진 앨리롤하우스 대표

“여기가 종착지라고 생각 안 해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청소년들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가르치고,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생각이 성장의 원동력이기도 해요.”

지난달 13일, 대구 남구 행복플랫폼 1층 회의실에서 사회적기업 앨리롤하우스의 박희진(40) 대표가 말했다. 행복플랫폼은 지역의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민간단체와 연계 운영되는 공간으로 지역 커뮤니티 역할을 한다. 앨리롤하우스는 2021년 이곳에 입주했다.

사회적기업 앨리롤하우스의 박희진 대표는 대구에서 500명이 넘는 학교밖청소년을 대상으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김지효 청년기자
사회적기업 앨리롤하우스의 박희진 대표는 대구에서 500명이 넘는 학교밖청소년을 대상으로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김지효 청년기자

앨리롤하우스는 고객맞춤형 케이크를 만드는 기업이다. 국내 최초로 레터링 케이크를 선보인 곳이기도 하다. 케이크를 구운 다음 그 위에 데코레이션 작업을 하는 타 업체와 달리 빵을 반죽하는 과정에서 그림과 사진을 삽입한다. 하루 200개가량의 맞춤제작 케이크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또 하나 특별한 점은 학교 밖 청소년과 위기청소년을 대상으로 베이킹 클래스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엘리롤하우스를 거쳐 간 청소년은 500명이 넘는다.

-학교 밖 청소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케이크를 만드는데 일손이 너무 부족해서 동생한테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 제 동생이 학교 밖 청소년이었거든요. ‘왜 철이 안 들까’하는 생각만 했었는데, 막상 일을 시켜보니까 곧잘 하는 거예요. 제과제빵 자격증은 없었지만, 일의 흐름을 파악하는 능력이 있더라고요. 그때 제 동생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됐어요. 학교에 적응을 못 했을 뿐이라고. 어떤 사정으로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 했을까, 그때부터 관심이 생겼어요.”

-사업을 하면서 청소년들을 챙기는 게 쉽진 않을 텐데요.

“저희는 비수기와 성수기가 분명하게 나뉩니다. 그래서 비수기 때 제과제빵 기술을 청소년들에게 가르쳐주면 적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학원에 가면 돈이 많이 드니까요. 당시 청소년 창의센터에서 제과제빵 봉사활동을 하게 되면서 사회적기업 육성 사업에 참여했고, 2019년에는 인증사회적기업이 됐어요.”

-학교 밖 청소년을 어떻게 지원하나요.

“남구에 있는 청소년 창의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여러 개 있어요. 취미반으로 인기 있는 빵을 만들어 보는 과정으로 10회 정도를 수업하는 게 있고, 심화반 수업은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으로 일주일에 2회 열려요. 봄학기 때 수업을 쉬는데, 현장에 와서 실무를 배워보는 인턴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직접 일해보지 않은 아이들이 하루 종일 서서 일하는 것부터 힘들어하거든요. 그래서 짧게 체험해 보고 적성을 찾는 거죠. 겨울에도 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박희진 앨리롤하우스 대표가 지난 2021년 본점에서 진행된 자활센터 창업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제빵 기술을 알려주고 있다. /앨리롤하우스
박희진 앨리롤하우스 대표가 지난 2021년 본점에서 진행된 자활센터 창업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제빵 기술을 알려주고 있다. /앨리롤하우스

-해외 연수 프로그램도 진행했다고요.

“매출액의 10%로 학교 밖 청소년을 인턴으로 고용해서 심리 상담과 해외 유명 베이커리에 연수를 보내는 ‘BAD 프로젝트’예요. 1년 과정으로 10명의 아이를 선발했어요. 적성을 찾으려면 직접 해봐야 하니까요. 꼭 제빵 기술을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빵 만드는 일도 배워보고, 마케팅도 배워보고, 회계도 해보는 거죠. 회사 견학 느낌으로 여러 부서를 체험해 본다는 취지로 만든 프로그램이었어요. ‘BAKE A DREAM’(꿈을 굽다)의 줄임말로 학교 밖 청소년도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는 부정적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의미를 담았어요. 그렇게 3년쯤 운영했는데 지원율이 줄고, 중도 하차자가 늘면서 프로젝트를 중단하게 됐어요. 그 점이 너무 아쉬워요.”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인턴으로 왔던 친구들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BAD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친구였는데, 끝까지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해외도 갔어요. 그 친구는 유튜브 채널 운영하고 누구를 가르쳐주는 걸 재밌어하는 친구였어요. 외국에 있는 디저트 매장들을 돌아다니면서 취재하고 그걸 바탕으로 영상을 만들었어요. 그 친구가 군대에 가면서 일을 그만뒀었어요. 나중에 지인을 통해 소식을 들었는데 영상 만드는 강의를 한다더라고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결국 자기 적성을 찾아가는구나’하는 생각에 뿌듯하더라고요. 학교 밖 청소년들이 이곳에서 프로젝트를 참여하면서 수능도 준비하고 거의 다 대학으로 진학해요. 꼭 제과제빵이 아니더라도 길을 찾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청소년을 만났나요?

“누적으로 500명 넘는 학교 밖 청소년을 가르쳤고, 그중에 10명 정도 고용했어요. 현재는 각자 공부한다고 퇴사했습니다. 수능 준비나 대학 진학으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인턴으로 온 친구가 팀장을 하고 있어요. 나이가 제일 어린데도 팀장이에요.”

-앞으로의 계획이나 사업의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지금은 중단된 ‘BAD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하고 싶어요. 청소년들에게는 동기부여와 현장 경험이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한 번은 직원들이 저한테 이런 얘기를 했었어요. ‘이제 색안경 끼고 사람 안 본다’고요. 청소년들이 인턴 생활을 하면서 바뀌어 나가고, 그 모습을 본 우리 직원들도 바뀌는 것 같아요. 영업하면서 교육도 하느라 고되지만, 청소년들의 사회 진출의 ‘중간 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어요.”

대구=김지효 청년기자(청세담1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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