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 협력으로 新항로를 개척하다 <2>
고령화 이슈 해결하는 글로벌 사회적기업
저출생 고령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많은 국가가 함께 마주하고 있는 현상이다. 오늘날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은 10.3%로, 고령화 사회에 해당한다. 선진국에서는 고령화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2019년 기준 OECD 평균 노인인구 비율은 17.1%로, 현재는 더욱 상승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열린 ‘2024 사회적기업 국제포럼’에서는 고령화 문제를 지역사회와 협력해 풀어나가는 글로벌 사회적기업의 성공 사례들이 공유됐다.
◇ 이웃이 곧 간호사, 네덜란드의 뷔르트조르흐
2006년 네덜란드에서 설립된 뷔르트조르흐(Buurtzorg)는 이름부터 ‘커뮤니티케어’를 뜻한다. 현재 매출은 4억3000만 유로(약 6300억 원)에 달하며, 1만5000명의 간호사와 간병인을 고용하고 있다.
뷔르트조르흐는 요양과 간호가 공장식으로 표준화돼 환자와 돌봄 제공자가 모두 만족하지 못하던 문제에서 출발했다. 설립자인 요소 드 블록은 간호사가 지역 주민을 자율적으로 돌보는 시스템을 도입해 돌봄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12명 이하의 소규모 간호팀이 지역 내 노인을 찾아가 의료와 돌봄을 제공하며, 이들은 팀 운영, 계획 수립, 인사 관리까지 직접 책임진다. 이런 자율성 덕분에 환자는 자신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받고, 간호사와 환자 간 신뢰도도 높아졌다. 간호사가 지역 안으로 들어가다 보니, 더불어 출퇴근 시간도 짧아지고, 근무지 환경도 더 친숙하다. 스테판 디커호프 뷔르트조르흐 아시아 대표는 “간호사가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할 수 있다”며 성공의 핵심은 ‘자율성’과 ‘지역 공동체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뷔르트조르흐는 아시아 시장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네덜란드 모델을 똑같이 가져오는 대신, 체계가 명확한 아시아 문화에 맞게 모델을 조정했다. 예컨대, 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수간호사를 배치하고 영업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11개 지역에서 운영 중이며,
뷔르트조르흐는 아시아 시장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네덜란드 모델을 똑같이 가져오는 대신, 체계가 강한 아시아 문화에 맞게 모델을 조정했다. 팀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수간호사를 배치하고 영업부를 신설하는 등 관리 범위를 넓힌 것이다. 현재 중국 11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인도, 호주, 싱가포르 등에서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대만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현지 기업과 합작 사회적기업을 세웠고, 2027년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 노인이 돌봄의 주체로, 일본의 이바쇼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나라다. 2006년 노인 인구 비율이 20%를 넘었으며, 현재는 29.3%에 이른다. 돌봄 인구는 증가하지만, 돌봄 인력 부족 문제는 일본의 큰 도전 과제로 남아 있다.
‘이바쇼(Ibasho)’의 창립자 에미 키요타는 노인을 돌봄의 대상으로만 보는 기존 패러다임을 뒤집었다. 그는 노인을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보고, 이들이 공동체의 중심이 되도록 돕는 방식을 제안했다.
사회적기업 이바쇼는 노인이 운영하는 카페와 동네 장터를 통해 노인들이 지역 경제와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또한, 지역 주민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복지관과 지역 공동체 공간을 조성해, 세대 간의 소통을 촉진하고 노인의 역할을 강화했다.
에미 키요타는 “노인의 경험과 지혜는 지역사회의 중요한 자산”이라며, 일본 대피 시설 지도 제작 사례를 언급했다. 일본 정부에서 대피 시설이 담긴 대피 계획 지도를 제공하자, 지역을 더욱 잘 알고 있는 노인들이 지역 상황에 맞춰 지도를 변경한 것이다. 일본 뿐 아니라 네팔과 필리핀에서도 이바쇼의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에미 키요타는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복지관이나 요양시설이 아닌 ‘지역공동체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시흥=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