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20일, 여야 합의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높아졌다. 그러나 본회의 표결에서는 반대와 기권을 합쳐 84표가 이탈했고, 사흘 뒤 여야 30‧40대 의원들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개정안을 비판했다. 대학교 총학생회 등 청년 세대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국민연금 개정안은 명확하게 세대 갈등을 보여준다. 더 오래, 더 많이 보험료를 내야 할 미래세대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제한적이다. 부동산 자산과 연금을 모두 누리는 기성세대와 대비되는 구조다. 여기에 연금 부족분을 국고로 메우겠다는 방안 역시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일 뿐이다. 군 복무 크레딧 기간 축소, 출생률 1.2명 가정 등도 젊은 세대를 배려하지 않은 결정이었다.
◇ 1213조 굴리는 연금…청년은 왜 불안한가
세대 갈등은 보험료율·소득대체율 같은 모수 개혁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납부한 보험료가 어디에, 어떻게 운용되는지도 핵심 쟁점이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1213조원의 기금을 굴리는 세계 3대 연기금이다. 지난해 수익률은 설립 이래 최고인 15%를 기록했고, 운용수익은 160조원에 달했다. 최근 5년 평균 수익률도 6.8%로, 글로벌 기준에서도 우량 투자기관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보험료 수지가 몇 년 뒤 적자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중기 재정전망(24-28년) 보고서에 따르면, 개혁안 통과 전 기준으로 2028년부터는 보험료 수입보다 연금 지출이 많아진다. 개정안 반영으로 시점이 다소 늦춰질 수는 있지만, 적자 전환 자체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보험료 수지가 적자로 전환되면 기금 운용의 원칙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장기 수익률을 추구하지만, 연금 지급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해지면 투자 수익으로 이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투자 기간이 짧고 수익률이 높은 위험 자산에 자금이 쏠릴 가능성이 커진다. 현재 목표로 잡고 있는 연 5.5%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수익률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 연금 적립금 고갈 시점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작년 국민연금 수익의 대부분은 해외 주식에서 나왔다. 해외 주식 수익률은 34.32%로, 국내 주식의 손실(-6.94%)을 충분히 상쇄했다. 다행히 해외 투자 비중을 늘려가는 방향이지만, 과거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해도 있었던 만큼 안심하긴 이르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이 어떤 운용 전략으로 수익률을 방어하며 적자 구조에 대응할 것인가다. 기금 운용의 지속 가능성이 곧 연금제도의 신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 기후 재난이 덮치기 전, 연금의 책임은 어디에
국민연금은 탄소중립이 국가 과제로 떠오른 뒤에도 ‘좌초자산’이라 불리는 화석연료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다. 2023년 말 기준 석탄 투자액은 34조원, 가스를 포함한 전체 화석연료 투자 규모는 52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기금의 5% 수준이지만, 석탄 기반의 철강·시멘트 기업, LNG 터미널까지 포함하면 실질 투자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
이 같은 우려에 지난해 12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석탄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이미 세계 에너지 시장의 무게중심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이동한 지 오래다. 앞으로 국민연금이 수익률과 기후위기 대응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국민연금법 제1조는 연금의 존재 목적을 ‘국민의 생활 안정과 노후 보장’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가정해보자. 최상의 시나리오대로 구조개혁이 성공해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됐다면,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 연금을 수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연금기금의 투자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지구 평균 기온이 3도, 4도까지 오르는 상황이 오면, 연금 수령액보다 기후재난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클 수도 있다. 작년 우리는 금사과, 금배추를 겪었고, 올해 경북 지역 산불 피해도 확인했다. 국민연금의 ‘반(反)기후’ 투자는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결국 우리 사회가 지불해야 할 막대한 비용을 떠안게 만든다. 연금을 지급했기에 국가가 법적 책임은 다했을지 모르지만, ‘국민 생활 안정’이라는 본래 목적은 훼손될 수 있다.
문제의 본질은 예산이다. 노후 보장을 위한 연금도,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탄소 예산도 결국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세대 간에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다. 영국 기후연구단체 ‘카본 브리프(Carbon Brief)’에 따르면,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를 지키려면 2017년생은 1950년생보다 탄소를 8분의 1만 배출하며 살아야 한다. 탈탄소 사회가 ‘뉴노멀’이 되는 미래가 오더라도, 그 과정의 고통은 청년세대가 짊어질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에 대한 청년세대의 분노는 단순하다. 기성 정치가 현실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했고, 기득권 구조를 바꾸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연금개혁과 기후위기를 모두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진정성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돌아서버린 20‧30대는 더 이상 미디어에서 칭하는 ‘미래세대’가 아니다. 이제 ‘유권자’라는 이름으로 등장할 것이며, 머지않은 선거에서 그 답을 보여줄 것이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
필자 소개 ‘당사자에서 배제되고 파편화된 청년들이 기후위기의 대응의 주체가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사단법인 빅웨이브의 대표입니다.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를 모으는 것과 같이, 더 많은 역량 있는 청년들이 성장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전히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NGO, 국회, 정부 위원회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후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기후 유니버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