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35 NDC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NDC란 파리협정에 따라 5년 주기로 각 국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일 지 제시하는 목표를 의미한다. 엄밀하게 보면 ‘국가 결정 기여(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로 감축목표 외에 적응, 재원 등 다른 내용도 포함되지만, 이 글에서는 국내 여론과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법제화 과제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따라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의미한다고 해두겠다. 이것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3가지 이유를 다음과 같다.
정부가 11월 초까지 2035 NDC를 확정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4가지 복수안(48%, 53%, 61%, 65%)을 제시했다. 6차례 정부 주도로 토론회가 진행되었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필자가 눈 여겨 본 것은 48%를 주장하는 산업계였다. 산업계의 의견은 2가지로 요약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업황이 어렵고, 국내적으로는 정부 지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기 감축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 필자가 탄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4년 전 2030 NDC 수립 당시에도 ‘실현 가능성’을 이유로 산업계는 40% 목표에 반대했는데, 그 때와 똑같은 주장에 기시감을 느꼈다.
NDC 목표치에 대해서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의견을 가질 수 있지만, ‘실현 가능성’을 논한다면 최소한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그러나, 산업계는 영업 기밀이라는 이유로 감축수단별 감축량, 배출원단위, 설비 전환 계획 등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지 않다. 정부 지원금이 얼마나 필요한 지만 말한다. 작년 기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한 국내 기업은 41곳이며, 주요 대기업은 로드맵과 청사진도 발표했다. 개별 기업은 앞다투어 탄소중립을 내세워 홍보하고, 기업 10곳 중 7곳은 탄소중립이 기업 경쟁력에 긍정적일 것이라 답한다. 유독 NDC 논의에서만 탄소중립 이행을 늦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기 모순적이다.
NDC 상향에 대해 산업계는 항상 철강 산업을 예를 들며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한다. 다만 두 가지만 묻고 싶다. 2000년대 후반부터 개발해온 수소환원제철 기술은 정부 지원이 없어서 개발을 못한 것인가. 40조 원의 막대한 정부 지원금을 투입했을 때 정말 ‘실현 가능’한가. 이에 대해 산업계가 책임 있는 답을 해야 할 것이다.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배상금으로 성장했던 역사를 기억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지금처럼 산업계가 48%를 주장한다면 애매한 중간 수준으로 타협될 가능성이 높다. 냉탕도 온탕도 아닌 미지근한 목표가 된다. 그렇게 되면 기후위기 대응도 실패하고, 분명한 정책 시그널을 기대했던 자본은 우리나라 기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산업계의 모습은 고3 수험생이 성적을 얼마나 올리겠다는 목표와 학습 계획 없이 수 백만원짜리 과외 선생님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실현 가능성은 허울 좋은 핑계에 불과하다.
모두가 화성으로 이주하지 않는다면, 기후위기 대응은 ‘선택할 수 있는 목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다. 좀비가 가득한 아포칼립스에서 유토피아를 찾아가는 일과 같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향후 4년 내로 파리협정 1.5도 목표를 초과할 가능성이 99%에 달한다. 인류의 생존과 동시에 새로운 사회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은 빠르게 좁아지고 있다. 실패하는 목표가 무슨 의미냐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의욕적인 목표보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토트넘 홋스퍼의 레전드 빌 니콜슨 경의 말로 대신한다.
“높은 목표를 세우고 실패하는 것이 낮은 목표를 세우고 성공하는 것보다 낫다.”
김민 빅웨이브 대표
필자 소개 ‘당사자에서 배제되고 파편화된 청년들이 기후위기의 대응의 주체가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는 사단법인 빅웨이브의 대표입니다. 외계의 위협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어벤져스’를 모으는 것과 같이, 더 많은 역량 있는 청년들이 성장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온전히 목소리 낼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NGO, 국회, 정부 위원회 등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모든 사회문제를 기후위기 관점에서 바라보고 기후 문제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관(기후 유니버스)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