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7일(토)

“中企 ESG경영은 사실상 리스크” 민관, 맞춤형 지원 나서

“투자 결정 시 ‘환경 지속성’을 핵심 목표로 삼겠다. 석탄 기업 등 환경 지속가능성이 ‘높은 위험’인 기업 투자에서는 발을 뺄 것이다.”

세계 최정상급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주요 기업 CEO에게 보낸 연례 서한이다. 이 서한은 전 세계에 ‘ESG 경영 열풍’을 몰고 왔다.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99곳 중 68곳이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설치했다. 롯데는 내년 상반기까지 그룹 내 9개 상장사에 ESG 위원회를 신설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12월 기후행동보고서를 발간하고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외에도 기후 정보공개, 저탄소 전략 고도화 등 ESG 경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이 ESG 경영을 본격화하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에 ESG 경영은 ‘그림의 떡’이다. 예산과 인력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ESG 경영은 버거운 과제일 수밖에 없다.

뿌리산업 옥죄는 친환경 경영

중소기업벤처공단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중견기업은 ESG 중 환경 분야 대응이 특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온실가스·폐기물 감축 등 환경오염 저감, 환경 법규 준수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저탄소 전환을 위한 설비 도입, 공정개선 비용 부담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국내 제조업 근간인 뿌리산업(주조·금형·용접 등 부품이나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의 경우 제조원가 대비 전력 요금 비중이 이미 업체 평균 12.2% 수준이다.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기요금이 추가로 인상되면 뿌리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벤처공단에 따르면 ESG 경영에 대해 ‘준비됐거나 준비 중’이라고 답한 중소·중견기업은 25% 남짓이다. 네 곳 중 세 곳은 아직 걸음마도 못 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과 협력하는 중소기업이나 수출 중심의 중소기업은 오히려 ‘ESG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모 대기업에서는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평가를 실시한 다음, 기준에 미충족된 기업에 계약을 중지하고 개선을 요청한 사례가 있다”며 “이미 코로나19와 최저임금 인상, 엄격해진 화학물질 규제 등으로 중소·중견기업이 경영난을 겪는 상황에서 ESG 경영, 특히 친환경 경영은 사실상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민관, 정책 자금과 컨설팅 제공

정부는 중소·중견기업에 ESG 경영을 독려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ESG 전문 교육과 컨설팅,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현대오토에버, 한전KDN, 호반건설, LG화학이 상생협력기금을 출연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는 ‘ESG 경영지원 플랫폼’을 운영하고 ‘중소기업형 ESG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로 했다. 중소·중견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저탄소 전환도 돕는다. 탄소중립 컨설팅 등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하는 ‘경영혁신 바우처 사업’, 금전적으로 원조하는 ‘환경정책자금 융자 지원 사업’을 시행한다.

민간에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8월 우리은행은 한국생산성본부와 중소기업의 ESG 경영 도입·실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중소기업에 ESG 관련 정보, 평가 가이드라인과 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회계법인 삼정KPMG와 협업해 온라인 ESG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관련 책자를 발간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7월 ESG팀을 신설했다. 중소기업의 ESG 관련 고충을 접수받아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ESG애로신고센터’도 설치했다. CEO 대상 교육에도 나선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의사결정을 할 때 대표의 권한과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며 “중소기업 대표들이 ESG에 대해 알아가고 준비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컨설팅,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오지은 청년기자(청세담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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