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일(수)

“오늘의 운세 대신 오늘의 행동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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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서린·서경원·정경훈 오늘의행동 생활학자

지난달 18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왼쪽부터)김서린, 정경훈, 서경원 생활학자가 오늘의행동의 콘텐츠인 ‘행동을 돕는 도구’를 들고 있다. /하주언 청년기자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시민이 할 수 있는 건 기부, 좋아요(Like), 굿즈 구매밖에 없는데, 이 방향이 맞을까요? 기부금은 늘었는데, 왜 우리 사회는 여전히 각박할까요?”

사회적협동조합 ‘오늘의행동’을 설립하기 전 서경원(44), 정경훈(45) 공동창립자가 평소 나눠온 고민이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재단 등 비영리단체에서 17년간 일해온 베테랑 활동가다. 그 시간 동안 기부문화의 양적인 성장을 일궜지만, 한편으론 갈증을 느꼈다. 시민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전문가가 답을 제시하면, 시민은 따라가는 객체 역할에 그친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이들은 지난해 7월 비영리스타트업 ‘오늘의행동’을 설립했다. 지난달 18일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만난 서경원, 정경훈 공동창립자와 김서린(34) 조합원은 오늘의행동을 ‘좋아요(Like)가 아닌 행동을 원하는 단체’라고 소개했다.

 “오늘의행동은 시민끼리 생활 속 실천을 제안하고 공유하는 커뮤니티예요. 오늘의행동의 제안들은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밥을 먹든 운동을 하든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쉬운 실천들이죠. 일상 속 실천이 가장 오래가는 사회운동이라고 생각해요.”(서경원)

오늘의행동 구성원들은 서로를 ‘생활학자’라고 부른다. 생활학자는 행동을 제안하는 사람을 칭하는 표현이다. 오늘의행동 사이트에서 신청만 하면 시민 누구나 생활학자가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생활학자 1호’인 박혜윤씨는 오늘의행동 사이트를 통해 ‘옷 꿰매 입기’, ‘식재료 오래 먹기’ 등의 행동을 제안하고 있다.

오늘의행동의 지향점은 ‘일상에 스며든 행동’이다. 이들의 주요 활동인 ‘행동을 돕는 도구’와 ‘생활소비재매거진’는 우리의 일상생활과 맞닿아 있다. 행동을 돕는 도구는 말 그대로 실천을 돕는 제품이다. 이를테면, 손수건 ‘사용하면’은 일회용품 사용빈도를 줄일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생활소비재매거진은 행동을 간접적으로 돕는 제품으로, 메시지 전달 역할이 크다. 서 생활학자는 “생활소비재매거진은 제품이자 사회문제를 다루는 오브제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중 ‘비누매거진’은 서 생활학자가 아이를 씻기다 떠오른 생각으로 만들어졌다.

“‘하루에도 비누를 이렇게 자주 쓰는데, 이 비누에 사회문제를 담아보면 어떨까? 그렇다면 바쁜 현대인도 손을 씻을 때마다, 사회문제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비누매거진을 통해 물 불균형 문제를 담은 거죠. 비누매거진 제품에는 물 문제와 관련된 사례와 통계가 적혀 있어요. 비누는 사회적기업 ‘천향’과 협력해 제작했고, 비누매거진 수익은 물 문제를 다루는 NGO 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서경원)

지난 5월엔 언론사와 함께 미얀마 민주주의 운동을 지지하는 ‘#WatchingMyanmar 프로젝트’도 펼쳤다. 쿠데타 항의 시위에 나선 미얀마 시민을 응원하기 위해, 오늘의행동은 ‘행동을 돕는 도구’로 ‘용감한 빨간 풍선’을 제작·배포했다. 41일간의 프로젝트를 끝내고, 정 생활학자의 뇌리엔 70대 어르신이 풍선을 거는 장면, 학생들이 교실에 빨간 풍선을 거는 그림이 박혔다. 그는 “이웃 국가의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도왔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조합을 설립할 때,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빈곤, 기후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라고 봤죠. 그래서 개인이 주체로서 사회적 실천을 하도록, ‘행동 제안’ 그리고 ‘행동을 돕는 도구’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요. ‘무관심을 사회적 접촉으로 변화시키겠다’는 게 쉽지는 않지만 오늘의행동은 계속해서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서경원)

6명의 조합원으로 시작한 오늘의행동은 현재 11명의 조합원과 스무 명의 생활학자가 있다. 행동을 돕는 도구 판매량은 1000건을 넘겼고, 온라인을 통해 집계한 행동 횟수도 3000건에 달한다. 정 생활학자는 “대대적인 성과는 아니지만, 막 출발한 작은 단체가 이 정도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는 건 의미가 있다”며 “우리가 가진 문제의식, 우리의 행동이 공감을 얻고 있다는 방증 같다”고 설명했다.

오늘의행동이 설립 당시 가졌던 믿음은 확고하다. 바로 내일의 변화는 일상의 작은 행동에서 촉발된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그 행동은 다양한 형태로,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방식으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의행동은 이러한 소통이 사회적 실천에 대해 시민들이 느끼는 진입장벽을 해소할 힘이라고 믿는다.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군가는 쓰레기 덕질을 하고, 누구는 비건을 또 다른 이는 물건 오래 쓰기를 해요. 이 방식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활발히 공유된다면, 이제 막 실천하려는 사람도 ‘나는 이 실천 방식이 잘 맞는 것 같아’, ‘나도 이렇게 해볼래’라고 생각하면서 행동에 옮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정경훈)

앞으로도 오늘의행동은 사회적 접촉을 늘리는 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지금도 소통과 표현에 초점을 맞춰 ‘1인 시위를 돕는 도구’, ‘혐오표현 대항 캠페인’을 구상하고 있다.

“오늘의행동스럽다, 오늘의행동이네!’라는 말이 들리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지금까진 저희가 주도한 콘텐츠가 주를 이뤘지만, 언젠가는 시민사회 안에서 행동을 돕는 도구가 활발하고 자발적으로 제안되길 바랍니다.”(김서린)

하주언 청년기자(청세담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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