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1일(토)
네덜란드는 어떻게 대체육 산업의 선봉장이 됐나

네덜란드는 세계 식품산업의 큰 손이다. 국가 면적은 한국의 절반도 안되지만 농업 분야 수출액은 지난해 기준 1116억 달러(약 130조원)에 달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농산물 수출 대국이다. 최근 네덜란드는 미래 먹거리로 이른바 ‘대체육’으로 불리는 식물성 단백질을 선택했다. 현지에서는 축산업의 대전환이라고 할 만큼 변화가 두드러진다. 네덜란드에는 ‘푸드밸리’라는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푸드밸리(Food Valley)는 대체식품의 요람으로, ‘녹색 실리콘 밸리’로도 불린다. 인구 4만5000명 규모의 와헤닝언 시(市)를 중심으로 식물성 단백질과 관련된 기업·연구소만 260곳이 넘는다. 패스트컴퍼니의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외국인 투자센터의 식품·농업 전문가인 마르틴 래머스는 푸드밸리의 성장 이유를 “정부, 기업, 대중을 통합하는 데 있다”고 했다. 모든 이해 관계자들을 하나로 묶음으로써 식물성 단백질로서의 전환을 원활히 하는 셈이다.

/조선일보DB

대체육 시장 성장에 축산 회사들 사업 전환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가 무려 16.5%에 이른다. 이 중 육류 제품의 비중이 60%가 넘는다. 네덜란드가 대체육 전환의 시작을 알린 배경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육류 대용품 시장은 2019년 기준 전년대비 10%가량 성장했고, 이러한 성장 추세는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은 일반 육류시장에 비해 시장규모가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커 대형 식품회사도 육류 대용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 대체육 시장은 2007년 이후 2018년까지 10년간 5800만 유로에서 9700만 유로로 상승했다. 최근인 2017~2019년을 보면 슈퍼마켓에서 판매된 대체육 판매는 51% 증가한 반면 일반 육류는 9% 감소했다.

네덜란드의 축산 회사들은 대체육 시장에 맞춘 산업 전환으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대체육의 부상이 곧 기존 육류업체의 퇴보로 이어지지 않도록, 시대 변화를 발 빠르게 받아들인 셈이다.

유럽 최대 육류 가공업체인 VION은 2019년 채식 브랜드를 출시하고, 도축장을 대체육 공장으로 전환했다. 미국의 대체육 브랜드인 비욘드 미트 (Beyond Meat)의 첫 유럽 생산시설은 네덜란드 육류 회사인 잔드버그(Zandbergen)와의 합작이기도 했다. 네덜란드 대표 브랜드 유니레버 (Unilever)는 최근 9400만 달러의 식물 기반 식품 연구 센터인 하이브 (Hive)를 설립했다.

/UNFCCC

네덜란드, 인구 대비 대체육 최대 소비국

탄탄한 네트워크와 발 빠른 산업 변화만으로는 사회의 완전한 대체육 전환이 불가능했을 것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 비건 식품 비영리단체인 ‘프로베지(ProVeg)’가 조사한 11개국 유럽인들의 소비 현황을 살펴보면, 인구 대비 가장 대체육을 많이 섭취하는 국가로 네덜란드로 꼽혔다. 매년 평균적으로 1500만 kg의 대체육을 소비하며, 인구당 약 17유로씩 사용한다. 이는 전체 축산 산업의 2.5% 정도의 규모다. 이 밖에도 전체적인 유럽의 대체육 시장은 최근 3년간 49% 상승했으며, 이는 총 36억 유로(약 5조원) 규모에 이른다. 대체육뿐만 아니라 식물성 유제품과 비건 치즈는 지난 2년 사이 400% 이상 매출이 증가했다.

식품산업을 이끄는 미국과 네덜란드가 대체육으로 전환하는 만큼, 전 세계 축산업의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바클레이즈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육 시장이 10년 내로 최대 1400억 달러(약 166조5400억원) 규모만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대체육은 전 세계 육고기 시장 규모인 1조 4000억원 달러의 10%가량을 차지하게 된다.

대체육의 주요 소비층은 젊은 세대다. 가치소비와 기후환경에 대해 그 누구보다 민감한 MZ 세대들이 식품 소비의 흐름도 주도하는 셈이다. 특히나 코로나19의 원인으로 꼽히는 무분별한 공장식 도축 방식을 근절하자는 인식이 대체육 트렌드를 훨씬 앞당기고 있다.

이소연 청년기자(청세담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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