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선인장으로 ‘가죽’ 만들겠다고 하니 모두 ‘미쳤다’고 했죠”

에코테크 스타트업 ‘그린컨티뉴’
탄소 배출 저감·생분해로 친환경성 주목

“선인장으로 ‘가죽’을 만들어보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미쳤다’고 했습니다.” (전인호 그린컨티뉴 대표)

지난 13일 서울 성북구 LG소셜캠퍼스에서 열린 ‘지속가능한 패션을 만드는 에코테크 스타트업’ 강연에서 그린컨티뉴의 사례가 소개됐다. 이 기업은 지난해 설립된 국내 최초의 선인장 가죽 제조 업체로, 식물 부산물을 활용해 친환경 가죽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오픈하우스 교육’에서 전인호 그린컨티뉴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사단법인 피피엘

전인호 대표는 창업 배경에 대해 “의류업계에서 대체 가죽의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가격의 친환경 가죽을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주도에서 버려진 백년초(부채선인장)를 발견한 것을 계기로 선인장 가죽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선인장을 선택한 계기는 뜻밖의 발견이었다. 제주도 여행 중 버려지는 백년초(부채선인장)를 보고 “셀룰로스를 추출해 가죽을 만들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이후 현지 공장주를 설득해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린컨티뉴의 선인장 가죽은 탄소 배출 저감과 생분해 가능성 측면에서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췄다. 선인장 농장 1만 평당 약 7000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일반 토양에 묻을 경우 5년 내 생분해가 가능하다. 미국 농무부(USDA)로부터 78%의 바이오매스 수치를 인정받았으며, 향후 9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린컨티뉴가 선인장으로 만든 가죽 원단 ‘프레임어스’의 모습. /그린컨티뉴

저비용의 비결은 독자적인 셀룰로스 파우더 추출 기술에 있다. 기존 셀룰로스는 액체 형태로 단가가 높았지만, 그린컨티뉴는 이를 가루 형태로 만들어 가격을 3분의 1로 낮췄다. 이 기술은 선인장 외에도 사과 껍질, 고구마 줄기, 귤껍질 등 다양한 농업 부산물에 적용 가능하다. 전 대표는 “국내 농업 부산물을 사들여 농가에 추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컨티뉴의 가죽은 전기차 시트, 명품 브랜드 제품, 기업용 다이어리와 신발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된다. 최근에는 LVMH의 파우치 제작에 장미 줄기 부산물 원단을 공급하며 글로벌 브랜드로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전 대표는 성장의 비결로 ▲차별성 ▲준비성 ▲실행력을 꼽았다. 그는 “선인장 가죽이라는 차별화된 아이템과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았다”며, “계약 성사 후 빠른 실행력으로 납기일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린컨티뉴의 대체 가죽을 활용한 제품의 모습. /그린컨티뉴 누리집 갈무리

전 대표는 향후 목표로 “동물성 가죽을 모두 식물성 가죽으로 대체하겠다”며 강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시작할 때 모두가 ‘미쳤다’고 했지만, 이제는 긍정적인 의미로 미쳤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는 ‘LG소셜캠퍼스 오픈하우스 교육’의 첫 번째 프로그램으로, LG소셜캠퍼스 출신 창업가들이 모여 친환경 패션 스타트업의 창업 경험을 공유했다. LG소셜캠퍼스는 2010년부터 LG전자와 LG화학이 함께 운영하는 사회공헌 사업으로, 친환경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그린컨티뉴’ 전인호 대표의 강연에 이어 폐플라스틱과 폐섬유로 친환경 신발 등 패션 제품을 만드는 ‘LAR’의 계효석 대표와, 의류 재사용을 돕는 순환 패션 플랫폼 민트컬렉션을 운영하는 ‘윤회’의 노힘찬 대표도 참여해 각자의 창업기와 사업 전략을 설명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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