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29일(목)

“종이로 만든 가구… 가격은 낮추고 환경은 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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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

지난 3일 만난 박대희 페이퍼팝 대표는 “친환경 소재인 종이로 책장과 의자, 침대 프레임까지 못 만들 가구가 없다”고 했다. /박창현 사진작가

‘친환경은 비싸다’는 인식을 깨는 스타트업이 있다. 가구제조 스타트업 ‘페이퍼팝’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 소재로 가구를 만든다. 책장과 의자는 물론 침대 프레임까지 생산하고 있다. “종이 종류는 수천 가지나 됩니다. 흔히 볼 수 있는 택배 상자부터 자동차 엔진 블록, 건축 자재 등에 쓰이는 종이까지 셀 수 없습니다. 가구 제작에는 특수 배합된 골판지를 사용하고 있죠.”

박대희(36) 페이퍼팝 대표의 종이 사랑은 각별하다. 그는 종이 재질에 따른 쓰임새와 내구성을 지난 10년간 연구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종이책장의 경우 최대 180kg, 침대의 경우는 30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다. 발수기능도 뛰어나 상대습도 30~80% 내에선 물을 엎질러도 끄떡없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고, 환경에 부담을 적게 준다는 게 큰 메리트다.

연간 5000t 폐가구, 종이가구로 줄일 순 없을까

“1~2년을 주기로 이사하는 가구가 전국에 190만명 정도 됩니다. 이때 버려지는 가구가 연간 5000t 정도 됩니다. 대부분은 매립되거나 소각되면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죠. 이런 폐가구를 줄이고 지속가능한 자원순환을 이루기 위해 종이로 가구를 만들게 됐어요.”

일반적으로 가구 제작에는 ‘중밀도섬유판(MDF)’이나 ‘파티클보드(PB)’가 쓰인다.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고 독성물질이 배출될 우려가 있다. 반면 페이퍼팝의 종이가구는 95% 이상 재활용이 가능하고 소각 시 유해 요소도 거의 없다. 가격도 저렴하다. 침대 프레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은 1만~2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종이라서 가볍고 조립도 간편해요. 저 역시 조립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라 이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죠. 특별한 공구 없이도 맨손으로 쉽게 조립할 수 있도록 연결 부품도 자체 개발했어요. 대부분의 제품은 성인 기준 10분 내외로 조립 가능합니다.”

물론 종이 재질이 가진 한계도 있다. 제품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 수명은 3~5년이다. 한 번 사서 오래 쓰는 가구를 원하는 소비자에겐 적절하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박 대표는 주요 고객을 “28살의 중성적인 취향을 가진 자취생”이라고 설명했다. 이사 주기가 짧은 1인가구를 겨냥해 비교적 수명이 짧더라도 제 역할은 충분히 해낸다고 본 것이다. 박 대표는 “기존 가구와 달리 일부 부품 교체를 통해 더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게끔 설계했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에는 이미 역사가 깊은 종이가구 회사가 여럿 있어요. 일본도 도쿄 올림픽 선수단에 종이로 만든 침대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여 왔죠. 종이 소재가 가진 장점들을 잘 살리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올해로 창업 9년차를 맞은 박대희 대표는 “지난 10여년의 시간보다 앞으로의 10년이 더 기대된다”고 했다. /박창현 사진작가

“연구·개발 소홀하면 저렴한 친환경 제품 못 만든다”

박대희 대표가 페이퍼팝을 창업한 건 지난 2013년이다. 올해로 9년차. 그간의 여정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제품 연구·개발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었고, 시장 반응을 예측하기 위해 진행한 크라우드펀딩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원자재 값이 폭등하는 돌발 악재가 일어났다. 박 대표는 “수많은 악재 속에서도 연 매출 10억원 규모까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환경을 위하는 가구라는 사회적가치에 많은 소비자가 공감하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줬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했다.

페이퍼팝처럼 환경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스타트업은 이윤창출과 환경가치 사이에서 빈번한 갈등을 겪는다.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할수록 개발 비용은 비싸지고, 결국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박대희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브랜드 가치를 ‘친환경적이면서도 저렴한 제품’으로 정의했다. 그는 “종이가구도 배합을 달리해 애초에 수명을 길게 할 수 있지만 환경가치는 떨어지게 된다”면서 “제품에 별도의 디자인으로 색을 넣거나 코팅을 하지 않는 이유도 환경적인 요소를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개발을 소홀히 하면 저렴한 친환경 제품을 만들 수 없어요. 올해는 적어도 한 달에 하나씩은 신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올해 남은 기간에는 6개 이상의 제품을 새롭게 출시할 예정이에요.”

박대희 대표는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가치 소비’ ‘착한 소비’에 대한 높아져 가는 의식에 발맞춰 ‘저가형 친환경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다져가겠다는 각오다. 해외 진출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일본 시장에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는데 꽤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며 조심스럽게 기대감을 내비쳤다.

“불과 몇 년 전보다 환경가치를 생각하는 소비자 의식이 크게 높아진 걸 체감할 수 있어요. 제품의 친환경 요소와 관련한 문의와 제안들이 정말 많아졌죠. 소비자들의 피드백 중에서 특히 부정적인 의견에서 더 많은 영감을 얻어요.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앞으로 더 개선된 종이가구를 내놓고 싶습니다.”

공광식 청년기자(청세담 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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