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금)

“일 잘하는 장애인들에게 일 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인터뷰]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

지난달 17일 방문한 브이드림 사무실에는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선물이 가득했다. 장애인 노동자들이 전하는 감사의 선물이었다. IT회사에서 2년째 근무 중인 20대 중증장애인 A씨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장애인이 취업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 주눅이 들어 있었는데, 브이드림 덕분에 장애인도 사회에서 일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김민지(35) 브이드림 대표에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브이드림은 장애인에게 맞춤 직무를 제공하는 소셜벤처다. 출퇴근이 어려운 장애인의 채용을 중개하는 역할을 한다. 비장애인과 비교해 인지능력에 큰 차이가 없는 13개 유형의 장애인이 재택근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2019년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롯데그룹, 더본코리아, 한솔그룹 등 250곳 넘는 기업이 브이드림을 통해 장애인을 고용했다. 브이드림을 거쳐 취직한 장애인은 1000명이 넘는다. 부산 동구에 있는 브이드림 사무실에서 김민지 대표를 만났다.

지난달 17일 부산 동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민지 브이드림 대표는 “장애인도 환경만 갖춰진다면 일을 충분히 잘할 수 있다”며 “사회에서 더 많은 고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운 청년기자

장애인 맞춤형 재택근무 시스템 개발

“공공기관이나 50인 이상 노동자가 상시 근무하는 기업은 일정 비율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합니다. 장애인 고용 비율을 지키지 않으면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야 해요. 부담금만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죠. 브이드림은 기업은 돈을 아끼고 장애인은 취직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도록요.“

브이드림은 장애인 구직자의 이력서를 받고, 기업의 채용 의뢰를 받아 둘을 매칭해준다. 고용 후 장애인 근로자와 기업의 소통, 근로자 관리도 브이드림이 맡는다. 김 대표는 ”행정, 보도자료 작성, 홈페이지 관리, 컴퓨터 지원 설계(캐드·CAD) 디자인 등 집에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직무 위주로 중개한다“고 말했다. 현재 브이드림이 소개하는 직무는 20개다. 새로운 직무도 계속 더하고 있다.

“장애인이 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수백명의 장애인을 만났습니다. 장애 유형별로 할 수 있는 일을 나눴죠. 기업 수요도 조사했어요. 출퇴근이 어려운 구직자에게는 직무 관련 교육도 진행해요. 구직자 대부분이 직무를 해본 적도 없고, 집에서 혼자 일을 해야 하다 보니 따로 배울 수가 없거든요.”

장애인의 재택근무를 돕는 서비스 ‘플립’도 개발했다. 저시력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확대 기능, 청각장애인을 위한 음성·문자로 변환 기능 등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서비스의 도움을 받아 장애인은 집에서도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업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회사 내에 장애인을 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데 기업 입장에선 솔직히 부담스럽거든요. 재택근무를 하면 장애인도 편히 일할 수 있고, 기업도 환경 조성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습니다. 서로에게 좋은 방향인 거죠.”

사전 직무교육 거쳐 업무 투입, 기업 만족도 높아

김 대표가 가장 자신 있는 건 장애인 노동자의 ‘업무 능력’이다. 김 대표는 “사전에 직무 교육을 진행해 장애인이 업무에 바로 투입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기업 만족도도 높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30% 수준이다.

김 대표는 “기업에도 복지와 적절한 연봉을 당당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최저 시급 이하로 지급하려는 기업과는 계약하지 않아요. 개발자처럼 전문성 있는 직무로 채용하려는 기업에는 높은 연봉을 요구합니다. 독감 주사, 상조사 비용 같은 복지를 제공하라고 요청하기도 합니다. 비장애인 직원과의 차별이 없도록요. 기업들도 흔쾌히 받아들여요. 장애인 노동자도 능력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김 대표가 장애인 고용에 눈 뜬 계기는 친한 친구의 교통사고였다.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친구는 절대 취업을 할 수 없을 거라는 우울감에 빠졌다. 김 대표는 똑똑한 친구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 길이 막힌 것이 안타까웠다. 직접 장애인 고용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IT회사 대외이사로 일하면서 여러 기업 관계자를 만났어요. 그때 처음 장애인 고용부담금에 대해서 알게 됐죠. 기업들이 수억원씩 내고 있더라고요. 장애인을 고용하려는 의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만 조성하면 되겠다 싶어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는 고용시장의 장애인 차별을 없애겠다는 목표로 나아가고 있다. 장애인뿐 아니라 경력보유여성 등 사회적 소수자의 고용을 위한 일도 할 예정이다. “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일하는 것은 곧 삶의 질 향상과도 연결됩니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심과 걱정은 일을 하면서 보람과 자신감으로 변하고, 삶에 대한 만족감도 높아지죠. 장애인과 더불어 다른 소수자도 취직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최근 제 가치관에 동의하는 기업이 늘고 있어 제 바람이 곧 현실화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김고운 청년기자(청세담1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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