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화)

국내 주요 30대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뜯어보니

2023-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1>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현황 분석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투자, 협력업체와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 모두가 기업의 필수적인 목적이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선언한지 만 5년이 지났습니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서의 전환을 알렸던 BRT 선언 이후,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비재무 보고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공익 싱크탱크 그룹 ‘더미래솔루션랩’과 함께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심층 분석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 특집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시가총액 200위 내 기업 중 공기업, (최종)지주사, 금융사를 제외한 2023년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입니다. /편집자 주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 100%가 2023년 실적분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는 기업의 내부 및 외부 이해관계자에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기업의 주요 성과와 목표를 설명하기 위한 자료다. 기업은 환경부의 탄소 배출량 인증 시기(5~7월)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 6월과 7월에 집중적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다만, CJ제일제당은 “현재 보고서 내부 보고 단계며, 공개 시점은 8월 말”이라고 밝혀 데이터 분석에서는 제외했다.

ESG 공시제도 의무화가 추진되는 추세 속 주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은 ‘기본’이 됐다. 본지가 2010년 매출액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CSR 보고서 발간 현황’을 조사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18곳(60%) 기업만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었다(더나은미래 2010년 10월 12일자 기사). 2023년 한국경제인협회 조사 결과에서도 200대 기업 중 162곳(81%)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자발적으로 발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규리 기자

30대 기업 중 가장 오랫동안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해온 곳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2003년부터 발간을 시작해 매년 빠짐없이 내고 있다. 반면 가장 최근에 발간을 시작한 기업은 이마트와 롯데쇼핑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기업은 2022년부터 보고서를 공시했으며 올해가 세 번째 발간이다. 30대 기업의 평균 보고서 발간 기간은 14년으로 나타났다.

◇ 대세로 떠오르는 통합보고·이중 중대성 평가 

30대 기업 중 상당수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재무성과와 비재무성과를 종합한 ‘통합 보고서(Integrated Reporting)’ 형태로 발간하고 있었다. 다만, LG화학, 삼성물산 등 비재무성과 위주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는 기업도 있었다. 두 기업 모두 “내년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통합보고서 발간을 아직 계획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예 보고서 명칭을 변경한 기업들도 있다. 현대제철은 2007년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다 2016년 명칭을 ‘통합보고서’로 변경하고 “기존의 연차보고서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통합해 보고한다”고 설명했다. 삼성화재는 2009년부터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다 2020년 “기존 재무적 성과를 제공하던 Annual Report(연차보고서)와 비재무적 활동을 보고하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통합해 회사의 재무·비재무 정보를 통합 보고한다”며 ‘통합보고서’로 명칭을 바꿨다.

한편, LG디스플레이의 경우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다 지난해 처음 ‘ESG Report’로 이름을 바꿨다. LG디스플레이 ESG 담당부서는 “ESG 정보공개 의무화 및 지표 표준화 트렌드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모든 기업은 ‘이중 중대성 평가(Double Materiality Assessment)’를 도입했다. 이중 중대성 평가란 기업이 사회·환경과 서로 미치고 받는 영향을 모두 고려해 평가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기업 대부분이 이중 중대성 평가를 시행한 이유는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의 흐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준희 법무법인 지평 경영컨설팅센터장은 “ESRS, GRI, IFRS 등 모든 글로벌 ESG 기업 공시의 근원적인 목적은 기업의 재무적 영향과 향후 리스크 관리,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고자 하는 것인데, 이중 중대성이 이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30대 기업 중 유일하게 이중 중대성 평가를 채택하지 않은 SK하이닉스는 “이중 중대성 평가를 요구하는 흐름을 반영해 방법론을 고도화 하고 있다”며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공시를 통해 이해관계자에게 이중 중대성 평가 자료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GRI·TCFD 100%, SASB 채택 기업도 26곳 

30대 기업은 모두(100%)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었다. GRI는 기업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최초의 보고 표준으로,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ESG 공시를 하는 기업의 81%가 GRI 기준을 따르고 있다. 

또한 30대 기업 모두(100%) 기후정보 공개에 대응하며 TCFD(기후관련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 기준을 적용하고 있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SK하이닉스는 TCFD 기준을 포함하는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기준에 맞춰 기후 관련 재무정보를 공시하고 있었다. 이마트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외 넷제로 보고서를 별도로 발간하며 TCFD 정보를 공시했다.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글로벌 지속가능성 보고 기준인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를 따르는 기업은 89.7%(26곳)에 달했다. 30곳 중 미채택 기업은 삼성물산, S-OIL, LX인터내셔널이었다.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은 200대 기업 보다 적극적으로 글로벌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따르고 있었다. 한경협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200대 기업 중 GRI 기준으로 2023년 보고서를 작성한 기업은 98.1%, SASB는 87%, TCFD는 82.1% 였다.  

한편, 30대 기업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제 3자 검증 기관은 BSI(8곳)와 한국경영인증원(8곳)으로 분석됐다.

더나은미래 취재팀 = 김경하·조유현·김규리·채예빈·조기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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