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국내 대표 30대 기업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 현주소는?

2023-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12·끝>
DE&I 정책 및 데이터 분석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투자, 협력업체와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 모두가 기업의 필수적인 목적이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선언한지 만 5년이 지났습니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서의 전환을 알렸던 BRT 선언 이후,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비재무 보고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공익 싱크탱크 그룹 ‘더미래솔루션랩’과 함께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심층 분석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 특집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시가총액 200위 내 기업 중 공기업, (최종)지주사, 금융사를 제외한 2023년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입니다. /편집자 주

30대 기업의 대다수(89.7%)가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일환으로 다양성, 형평성 및 포용성 관련 정책(이하 DE&I 및 DEI)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DE&I란 다양성, 형평성 & 포용성(Diversity, Equity & Inclusion)의 약자로 성별, 나이, 지위, 종교 등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온전하게 조직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잠재력을 발휘하여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화를 말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DE&I를 비롯해 ‘다양성 및 포용성’ 등을 표기한 곳은 26곳이며, 언급이 없는 곳은 이마트, HD한국조선해양, DB손해보험 등 3곳이었다.

◇ 현대는 그룹사 차원에서 DE&I 추진, 삼성전자는 인사팀 산하 사무국 운영

특히 8개 기업(삼성전자,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은 구체적으로 DE&I 관련 정책을 제정하고 있었다. 이 중 6곳이 현대그룹사에 해당됐는데 현대차는 “점차 높아지는 ESG 경영 기대 수준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글로벌 가이드라인과 평가·공시 사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그룹 차원에서 정책을 개정하고 주요 계열사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는 2022년 7월 D&I(Diversity&Inclusion) 정책 수립에 맞춰 기업문화팀 산하에 D&I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 조직은 조직 내 다양성을 확산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활동 이행 여부를 설문조사 등을 통해 점검한다. 현대제철은 지난 6월 본부별 조직문화 담당자 10여 명을 중심으로 ‘문화다양성협의체’를 구성했다. 현대제철은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다양한 배경이나 경험, 사고방식을 가진 임직원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고 노력하기 위해서”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인사팀 산하에 DEI 사무국을 설치했다. 이는 2020년 인사팀 내 DE&I 관련 업무를 하던 인력을 ‘사무국’으로 격상한 것으로, 전사 DEI 전략을 수립하고 개선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 및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 남진희 DEI 사무국장은 “다양성을 포용하고 형평성 있는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DEI가 존중받는 문화에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다”고 뉴스룸에서 밝혔다.

DEI 관련 사안은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 글로벌마케팅실, 커뮤니케이션팀, 디자인경영센터가 함께하는 ‘DEI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듣고 논의한다. 올해는 ‘세계 접근성 인식의 날(5월16일)’을 맞아 ‘접근성 페스티벌 위크(Accessibility Festival Week)를 열고, 포용성 관련 세미나, 가전 제품 오토 오픈 도어, TV 수어 안내 등 삼성전자 제품에 적용된 다양한 접근성 기능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 기업이 말하는 DEI 성과는 ‘여성 임직원 확대’, 실제 데이터는?

30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DEI 성과로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임직원 다양성 존중’을 비롯한 ‘여성 임직원 확대’였다. 전체 기업 중 18곳이 “여성 고용 규모 확대”, “여성 인재 육성 강화”, “여성 인재 적극 채용” 등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이 기업들의 여성 임직원 비율을 전년과 비교한 결과, 오히려 줄어들거나 ‘제자리걸음’인 곳들도 있었다. 6곳은 여성 임직원 비율이 하락했고, 2곳이 전년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18곳 중 1%p 이상의 상승률을 보인 곳은 5곳(SK이노베이션, HD한국조선해양, SK텔레콤, KT, LG화학)이었으며, 2%p 이상 오른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한편, 30대 기업의 2023년 여성 임직원 비율 전년 대비 평균 증감률은 -0.08%p로 분석됐다.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1.2%p 상승한 SK이노베이션이었고, 가장 많이 하락한 곳은 4.8%p 줄어든 현대건설이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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