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8일(토)

매출액 30대 기업 이사회 여성 비율 18.8%, 여성 임금은 남성의 71% 수준

2023-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11>
이사회 다양성·성별 임금 격차 분석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투자, 협력업체와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 모두가 기업의 필수적인 목적이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선언한지 만 5년이 지났습니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서의 전환을 알렸던 BRT 선언 이후,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비재무 보고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공익 싱크탱크 그룹 ‘더미래솔루션랩’과 함께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심층 분석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 특집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시가총액 200위 내 기업 중 공기업, (최종)지주사, 금융사를 제외한 2023년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입니다. /편집자 주

2023년 기준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의 여성 사외이사 평균 비율은 31.7%로 나타났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 30대 기업의 사외이사 142명 중 여성은 45명(31.7%)이었다. 여성 사외이사 평균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기아·SK이노베이션(60%)이었다. 30대 기업 중 22곳(75.9%)이 여성 사외이사 비율이 절반을 넘지 못했다.

이사회 전체로 보면 여성 비율은 더 낮아진다. 사내이사를 포함한 30대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은 18.8%로, 사외이사 여성 비율보다 12.9%p 낮았다. 단,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지난 10일 공개한 국내 500대 기업의 이사회 내 여성 비율 11.3% 보다는 7.5%p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30대 기업 중 17곳(58.6%)이 이사회 여성 비율 20%를 넘지 못했다. 30%를 넘긴 곳은 SK이노베이션(37.5%), HD한국조선해양·기아(33.3%) 세 곳뿐이었다. 이사회 여성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롯데케미칼로 이사회 11명 중 여성은 1명(9.1%)에 그쳤다.

◇ 성별 임금 격차 가장 작은 기업 KT, 가장 큰 곳은 DB손해보험

국내 주요 30대 기업의 여성 임금은 남성의 70.5% 수준에 그쳤다. 이는 남성 직원이 100만원을 받을 때, 여성 직원은 70만5433원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3년 12월 기준 전자공시시스템 사업 보고서 분석 결과, 남성 1인 평균 급여액은 약 1억1970만원이었으며 여성은 약 8420만원이었다.

남성 임금 대비 여성 임금 비율이 80%를 넘는 곳은 KT(89%), 현대차(85.7%), 현대글로비스(83.4%), 삼성SDI(83.1%), 기아(80.5%) 총 5곳에 불과했다. 격차가 가장 큰 곳은 DB손해보험(48%)으로 여성 1인 평균급여액이 남성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은 28년째 OECD 회원국 가운데 성별 임금 격차 ‘불변의 꼴찌’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보고서 2024’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1.2%다. OECD 35개 회원국 평균 임금 격차는 12.1%이며, 회원국 가운데 성별 임금 격차가 30% 이상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 임금 격차 원인 기술 기업 있지만… “공시 수준 향상돼야”

다만, 직급이나 직위를 쪼개 분석하면 성별 임금 격차는 다소 줄어든다. 몇몇 기업의 경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직급별로 성별 임금 데이터를 공시하거나, ‘동등급여’ 비율을 표기하기도 했다. 동등급여란 기본급 기준으로 여성 평균 급여를 남성 평균 급여로 나눈 비율로, 100에 가까울수록 성별 임금 격차가 적음을 의미한다.

SK하이닉스는 동등한 직위를 기준으로 임금을 분석하는 ‘동등 임금 비율’을 명시했다. 2023년 기준 임원 100%, 팀장 103%, 비관리자 100%로 모두 100% 이상이었다. 현대글로비스 또한 “동일직급 및 동일연차 간 남녀 동등보상 운영 중이며 기본급 및 성과급 지급에 있어 성별에 따른 차이를 두지 않음”이라 명시한 뒤 남성 대비 여성 급여 비율을 공개했다. 경영진, 관리자, 직원의 기본급과 총 보상 비율 모두 100%였다.

평균 근속연수(LG디스플레이·SK텔레콤)나 경력 차이(LG이노텍), 고직급 인력 비율에 차이가 있어서(LG화학·현대건설·삼성SDI), 산업 특성상 남성 직원 비율이 높아서(현대모비스) 등 임금 격차 원인을 서술한 기업들도 있었다.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고용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에 임금 격차 관련 내용을 표기한 것은 고무적이나 공시 수준이 전반적으로 향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는 AA(적극적 고용개선조치)가 있으나 구체적으로 여성 고용률이나 성별 임금을 표기하는 등 정보를 공개하는 제도라기보다는 여성고용기준 미이행 명단을 공표하는 수준”이라며 “클린아이(지방공공기관통합공시) 등에서 공공기관의 성별 임금 정보를 공개하듯 민간까지 공시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성별 임금 격차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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