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화)

롯데케미칼, 대한항공, DB손해보험… 장애인 직원 수 알 수 없어

2023-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7>
장애인 고용 공시 지표 분석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투자, 협력업체와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 모두가 기업의 필수적인 목적이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선언한지 만 5년이 지났습니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서의 전환을 알렸던 BRT 선언 이후,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비재무 보고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공익 싱크탱크 그룹 ‘더미래솔루션랩’과 함께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심층 분석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 특집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시가총액 200위 내 기업 중 공기업, (최종)지주사, 금융사를 제외한 2023년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입니다. /편집자 주

국내 주요 3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내 장애인 고용 공시 또한 제각각이었다. 장애인 고용에 관한 ‘질적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추가 지표를 공개한 곳은 3곳(LG전자, 현대건설, LG에너지솔루션)뿐이었다.  

국내 기업들은 대표적인 글로벌 ESG 정보공개 프레임워크인 GRI(글로벌 보고 이니셔티브), SASB(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 ESRS(유럽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 등을 혼용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작성 기준에 적용하고 있다. 해당 프레임워크들은 공통적으로 ‘장애인 의무 고용 비율’에 대해 공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고용 현황을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 중 보고서에 장애인 고용률을 기재한 곳은 21곳(72.4%)에 그쳤다. 고용률 없이 장애인 직원 수만 확인할 수 있는 기업은 6곳(20.7%)이었으며, 반대로 고용률만 적어둔 기업도 1곳 있었다. 장애인 직원 수와 고용률을 모두 공개한 곳은 20곳(69%)이었다. 

◇ DB손해보험, 유일하게 장애인 직원에 대한 언급 전무해

장애인 고용 인원이나 고용률을 모두 기재하지 않은 곳도 3곳 있었다. 롯데케미칼은 보고서에 ‘신규 채용 장애인 수가 23명’이라고만 공개했다.

롯데케미칼 측은 이에 대해 “보고서는 발간되는 연도의 방향 등을 고려해 구성하고 있는데, 이번엔 환경 영역에 집중했다”며 “2023년에 총 159명의 장애인 직원이 근무하면서 고용률 약 3.3%를 달성해 법정 의무 고용률을 준수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도 보고서에 ‘장애인 운동선수 17명을 새로 채용했다’라고만 밝혔다. 대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내용만 강조하며, 보고서에는 ‘2022년부터 운영 중인 장애인 운동선수단을 통해 장애인들이 안정적으로 훈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등으로 기재되어 있었다.

대한항공 측은 총 장애인 직원 수나 고용률을 기재하지 않은 이유, 지난해 총 장애인 직원 수 등에 대해 질의하자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보고서에 다 기재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유일하게 장애인 직원에 대한 언급이 전무한 곳은 DB손해보험이었다. 이에 대해 DB손해보험 관계자는 “2023년 보고서에는 다양성과 관련된 여성, 출산 등을 강조하다 보니, 장애인 고용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내년부터는 장애인 고용과 관련된 수치를 적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기준 78명의 장애인 직원이 근무 중”이라고 덧붙였다. 

◇ ‘일자리 질’ 파악 불가한 ‘장애인 고용’ 공시 

기업의 현행 장애인 고용 관련 공시는 ‘일자리 질’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 또 다른 허점으로 꼽힌다. 장애인 직원의 정규직·비정규직 여부, 남녀 성별 등 추가적인 정보를 수록한 곳은 3곳(10.34%)뿐이었다. 

LG전자는 장애인 고용률을 남성(2.4%)과 여성(3.0%) 따로 기입했다. 장애인 직원 수도 직접고용과 간접고용으로 나눠, 각각의 남녀 직원 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접고용된 남성 장애인 직원은 411명이었으며, 여성은 19명이었다. 간접고용된 남성은 285명, 여성은 141명이었다. 이와 함께 장애인 고용률 기준을 ‘정규직’이라고 공개했다. 

LG전자는 장애인 고용률을 남녀 성별로 나누고, 직접 및 간접고용에 따른 장애인 직원 수도 파악할 수 있도록 공시했다. /LG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갈무리

현대건설도 남녀 장애인 직원 수를 나누어 기재하고, 장애인 여성 비율도 26.77%라고 별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남성 129명, 여성은 124명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장애인 직원의 근무 질을 파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 공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는 이상적인 장애인 고용 관련 질적 지표로 7가지를 제시했다. ▲직접 고용 여부 ▲계속 고용 여부(정규직·임시직 구분) ▲통합 고용 여부(장애인 직원이 기존 부서에 통합됐는지, 특별한 부서에 편중되어 있는지) ▲편의 제공 여부 ▲장애 유형과 정도(중증 여부) ▲성별 ▲장애인 직원과 비장애인 직원의 임금 격차 등이다. 

임 대표는 “법률상 장애인 고용 의무를 준수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 차원에서 고용한다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장애인 고용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을 포용하는 기업이 성공하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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