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9>
기부금 vs. 사회공헌 비용 분석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투자, 협력업체와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 모두가 기업의 필수적인 목적이다.”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에서 ‘기업의 목적’을 새롭게 선언한지 만 5년이 지났습니다.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서의 전환을 알렸던 BRT 선언 이후,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비재무 보고에 대한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나은미래는 공익 싱크탱크 그룹 ‘더미래솔루션랩’과 함께 국내 매출액 30대 기업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심층 분석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대해부’ 특집 기사를 기획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시가총액 200위 내 기업 중 공기업, (최종)지주사, 금융사를 제외한 2023년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입니다. /편집자 주 |
국내 주요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의 2023년 기부금 총액은 9014억19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업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한 연결재무제표 기부금 항목을 계산한 것으로, LG 계열 주요 3개 기업(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과 LX인터내셔널만 사업보고서 내 기부금을 공시하지 않았다.
상당수 기업의 기부금 공시 금액은 각사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한 사회공헌 비용과 차이를 보였다. S-Oil, KT, 현대글로비스 총 3곳만 기부금과 사회공헌 비용이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기부금과 사회공헌 비용, 100억 넘게 차이나기도…
분석 대상 기업 중 15곳(62.5%)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속 사회공헌 금액이 기부금보다 높았다. 가장 차이가 큰 기업은 삼성전자로 사회공헌 비용(4000억원)이 기부금(2433억7700만원)보다 1566억2300만원 가량 많았다. SK텔레콤(167억5400만원), 현대제철(105억612만원) 등도 100억 넘게 차이가 났다.
이는 사회공헌 비용이 자선적 기부금부터 각종 스포츠협회 등 마케팅 성격의 후원까지 아우르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현대건설의 경우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자선적 기부 뿐 아니라 지역사회 투자에 44억1703만원을, 기업 인지도 향상을 위한 후원 비용인 상업적 이니셔티브에 61억1210만원을 지출했다고 밝혔다.
기업이 직접 비용을 지출하지 않은 부분도 사회공헌 비용 항목에 들어간다. 현대제철과 롯데쇼핑, LX인터내셔널은 임직원 기부금을 사회공헌 비용에 포함시켰다.
임직원 봉사시간을 금액으로 환산해 사회공헌 비용에 넣은 기업도 있다. 현대자동차는 임직원 평균 시급을 연간 봉사활동 시간 평균으로 곱해 계산한다. SK이노베이션과 현대모비스, LG디스플레이, SK텔레콤의 임직원 봉사시간도 사회공헌 비용으로 집계됐다.
반면 기부금이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사회공헌 비용보다 큰 경우도 있었다. 이는 보고서 내 사회공헌 비용의 집계 범위가 달라서였는데 ▲해외 사회공헌 지출 포함 여부(현대자동차) ▲종속회사 포함 여부(LG화학) 등이 있었다.
◇ 포스코인터내셔널, 현대글로비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 0.02% 미만
한편, 사업보고서에 공시한 30대 기업의 2023년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의 평균은 0.067%로 집계됐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SK하이닉스(0.199%)로, 매출액(32조7657만원) 중 652억34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0.133%), 두산에너빌리티(0.125%), 현대자동차(0.11%), 롯데쇼핑(0.108%) 등 총 5개 기업이 매출액 대비 기부금이 0.1%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율은 0.013%로 가장 낮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3년 33조1328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기부금은 42억4200만원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기부금 1위였던 SK하이닉스와 비교하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매출은 더 많았지만 오히려 기부금은 609억9200만원 가량 작았다. 현대글로비스(0.017%), 삼성물산(0.02%)도 매출액 대비 기부금이 하위 3개 기업에 속했다.
국내 주요 30대 기업의 2023년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의 평균은 1.382%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가장 높았던 기업은 HD한국조선해양으로, 영업이익(2822억6100만원)의 6.06%인 171억500만원을 기부했다. 삼성전자(3.706%)와 롯데쇼핑(3.1%) 그 다음을 차지했다.
반면 영업이익 대비 가장 적은 금액을 기부한 기업은 현대글로비스였다. 현대글로비스는 2023년 영업이익(1조5540억33만원)의 0.278%인 43억2023만원을 기부했다. 삼성물산(0.298%), DB손해보험(0.298%)도 현대글로비스와 함께 하위권에 머물렀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