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사단법인 점프, 2021년 시작
지역사회 청소년·대학생·직장인을 잇는 ‘삼각 멘토링’
청소년은 학습과 진로 탐색의 기회를 얻고, 대학생은 장학금을 받으며 교육봉사 경험을 쌓는다. 여기에 기업 임직원이 사회인 멘토로 참여해 커리어와 삶의 경험을 나눈다. 청소년과 대학생, 직장인이 서로 다른 위치에서 연결되는 이른바 ‘삼각 멘토링’ 구조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사단법인 점프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 ‘인천공항 가치점프’의 핵심 모델이다.
인천은 전국에서 전체 학생 대비 다문화 학생 비율이 높은 도시 중 하나다. 2025년 4월 기준 인천시의 이주배경 학생 수는 1만5000명을 넘어섰으며, 전체 학교의 95.9%에 다문화 학생이 재학 중이다. 언어의 장벽과 학습 공백은 곧 진로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인천여성가족재단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자녀의 진로 미결정률은 92.9%에 달한다.
이러한 지역 교육 환경 속에서 청소년들이 다양한 관계망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이 ‘인천공항 가치점프’다. 2021년 시작된 이후 매년 약 100명의 대학생 교육봉사자가 400여 명의 청소년을 만나 학습과 정서 지원을 이어왔다. 현재까지 청소년 1936명, 대학생 교육봉사자 500명, 학습센터 120곳, 사회인 멘토 167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지난 14일에는 인천국제공항 인재개발원에서 대학생 자원봉사자 130명과 사회인 멘토 30명 등 관계자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6기 발대식이 열렸다. 행사에서는 프로그램 운영 방향과 주요 성과를 소개하고, 선발된 참여자들이 활동 포부를 밝히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멘토링 활동을 앞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역 학습센터 활동에 필요한 사전 역량 교육이 진행됐으며, 기존 수료생들이 참여해 활동 사례를 공유하고 서로를 응원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 한 걸음 앞선 멘토가 이끄는 ‘관계의 선순환’
“장학샘들이 나아갔던 길을 청소년들이 따라갈 수 있도록 길을 보여주는 거죠. 10년 뒤 ‘나도 저 장학샘들처럼 지내야지’라며 방향을 안내하며 정서적 버팀목이 되어주는 겁니다.” 가치점프 2기 장학생 출신으로 현재 사회인 멘토로 활동 중인 김다현 씨의 말이다.
가치점프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 지원을 넘어 교육 나눔이 다음 세대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그 중심에는 ‘장학생’과 ‘선생님’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대학생 교육봉사자 ‘장학샘’이 있다. 이들은 약 10개월 동안 주 2~3회씩 지역 교육복지기관을 방문해 학습 지도와 정서 상담 등을 진행한다. 참여 대학생에게는 300만 원의 장학금과 함께 사회인 멘토링 등 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선순환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는 멘티에서 대학생 멘토로 돌아온 상지기 씨다. 고등학생 시절 경기글로벌센터에서 도움을 받았던 그는 가치점프 5기 장학샘으로 참여했다. 상 씨는 완벽한 정답보다 “‘나도 이 부분에서 막혔어’라며 아이들이 다시 시도할 수 있게 곁에 서주는 방식”을 택했다. 그는 “도움을 받는 자리에서 누군가를 지키는 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 감사하며, 든든한 어른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임직원 역시 이 관계 속에서 정체성과 조직에 대한 자긍심을 재발견한다. 대학생 시절 교육봉사 경험을 바탕으로 멘토단에 참여한 윤진호 인천국제공항공사 여객서비스팀 대리는 “대학생들과 대화하며 스스로 ‘사회인이 됐구나’를 실감하고, 우리 회사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호영 인천국제공항공사 ESG경영처 경영팀 대리는 “과거 대학생 멘토 ‘장학샘’으로 활동했던 학생이 공사에 입사해 임직원이 된 뒤 사회인 멘토로 다시 참여한 사례도 있다”며 “이처럼 경험이 선순환으로 이어지면서 멘토링에 대한 이해도와 프로그램의 질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임직원 멘토와 대학생 멘티 간 연결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사회인 멘토를 조기에 선발해 발대식부터 함께 참여하도록 했다”며 “선한 마음을 가진 청년들이 사회에 진출한 뒤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나눔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설명했다.
◇ 공기업·비영리·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삼각 협력’ 구조
‘삼각 구조’는 프로그램 운영 방식에도 적용된다. 공기업, 비영리단체, 지역사회가 각자의 자원과 역할을 나누는 협력 모델이다. 기업이 예산을 지원하고 비영리가 사업을 수행하는 위탁 방식이 아니라, 세 주체가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해 프로그램 운영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공동 운영한다.
우선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업 운영을 위한 재원을 지원하고 임직원을 사회인 멘토로 참여시킨다. 김혜진 인천국제공항공사 ESG경영실 ESG경영팀 대리는 “임직원이 자신의 역량과 경험을 살려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며 “점프가 가진 지역 학습센터 네트워크와 공사의 자원이 결합하면서 실제 연결이 만들어지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사단법인 점프는 프로그램 운영을 총괄하는 ‘운영사무국’ 역할을 맡는다. 장학샘 모집과 교육부터 매주 활동 기록을 점검하고 현장의 어려움에 후속 조처를 하는 등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성유진 점프 팀장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사업의 큰 틀을 마련했다면 점프는 삼각 멘토링 구조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운영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며 “대학생 장학샘과 청소년 학습센터를 연결하고, 이들과 임직원 멘토를 이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2기는 코로나 시기였기 때문에 프로그램 구조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3기부터 5기까지는 그해 사회적 이슈와 참여자들의 필요를 반영해 다양한 활동을 확장해 왔다”며 “체육대회 형식의 ‘가치점프 올림픽’을 열거나 이주배경 가족을 초대하는 행사 등을 기획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역 학습센터는 청소년들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멘토링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청소년의 생활 리듬과 특성을 고려해 활동 일정을 조율하고, 멘토링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현장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맡는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임학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프로그램 운영에 반영하려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며 “이런 구조 덕분에 긍정적인 변화가 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담당자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특히 좋았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보완점이나 개선 방안을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해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를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초롱 점프 대표는 “인천공항 가치점프는 이주민의 첫 관문인 인천·경기 지역에서 지역 대학생들이 이주배경 청소년과 만나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고민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이러한 모델이 앞으로도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달 말에는 가치점프의 지난 5년간 운영 성과를 정리한 연구보고서 ‘인천공항 가치점프 밸류북(Value Book)’이 발간될 예정이다. 진저티프로젝트와함께 제작한 이 보고서는 숫자 중심의 성과를 넘어 인터뷰와 수기 등을 통해 변화를 정성적으로 기록했다. 보고서는 5년간의 경험을 맥락(Context)·이야기(Story)·가치(Value)·통찰(Insight) 구조로 분석해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을 담았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