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의 나눔과 세금] 돌잔치가 사라진 시대, 출산을 축하하는 법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한때 아기의 첫 생일상에는 으레 금반지가 올랐다. 한 돈짜리 앙증맞은 금반지에 “건강하게 자라라”는 덕담을 얹어 건네던 풍경이다. 그러던 것이 금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금반지는 슬그머니 봉투 속 현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요즘은? 아예 돌잔치를 건너뛰는 집이 부쩍 늘었다. 축하할 아기가 줄어든 탓도 있고, 번거롭게 사람을 부르지 않으려는 분위기 탓도 있다.

새 생명을 맞이하는 방식이 이렇게 조용히 변해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출산이라는 큰 숙제 앞에서 우리가 정작 놓치고 있는 것은 ‘돈을 얼마나 더 줄 것인가’가 아니라 ‘아이의 탄생을 어떻게 함께 기뻐할 것인가’인지도 모른다. 아이가 태어나면 온 동네가 떡을 돌리고, 일가친척과 이웃이 너나없이 축하를 건네던 그 온기 말이다.

2024년 초, 한 기업이 직원에게 자녀 한 명당 1억 원의 출산장려금을 주겠다고 발표해 화제가 됐다. 그런데 반가움도 잠시, 이 돈에 2천만 원이 넘는 세금이 붙을 처지였다. 축하의 돈에 세금이 따라붙는 묘한 상황. 결국 정부가 서둘러 법을 고쳐 회사가 주는 출산지원금을 비과세로 돌렸다. 기업의 통 큰 결단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흐뭇한 장면이었다.

그런데 이 비과세는 ‘회사가 직원에게’ 줄 때만 통한다. 같은 축하금이라도 누가 주느냐에 따라 세금의 운명이 갈린다. 새 식구를 축하하며 5천만 원을 건넨다고 치자. 아기의 할아버지·할머니가 갓 부모가 된 자녀에게 보태면 세금이 한 푼도 없다. 그런데 가까운 친구나 이웃이 똑같은 마음으로 건네면 500만 원 가까운 증여세가 매겨진다. 삼촌·이모가 줘도 수백만 원의 세금을 피하기 어렵다. 같은 축하의 마음인데,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로 세금이 따라붙는 것이다.

마음을 보태고, 기부한 사람에게는
옛날 같으면 이웃이 슬쩍 쥐여주던 금반지 한 돈에 누가 세금을 따졌겠는가. 사회 통념상 오가는 축하금은 원래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그 ‘통념’의 한도가 법에 또렷이 적혀 있지 않다 보니, 정작 마음을 크게 내려 할 때 한 번쯤 망설이게 된다. 출산축하금만큼은 ‘누가 주든 아이 한 명당 얼마까지는 비과세’라는 분명한 선을 그어준다면, 가족 바깥의 축하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여기서 ‘나눔’이 멋진 길을 열어줄 수 있다. 개인끼리 주고받는 축하를 일일이 풀기 어렵다면, 출산가정을 돕는 공익법인이라는 통로를 두는 방법이 있다. 누구든 그곳에 마음을 보태고, 기부한 사람에게는 세액공제로 돌려주는 것이다. 필자가 연구해온 ‘유산기부 세액공제'(한국형 레거시10)의 구조를 그대로 출산축하에 응용하면 된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옆 동네 아기를 동창회와 작은 가게가 함께 축하하는, ‘모두의 돌 반지’인 셈이다.

영국에는 앞선 사례가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정부가 종잣돈을 넣어 계좌를 열어주고, 부모·조부모는 물론 친구와 이웃 누구나 세금 없이 보탤 수 있게 한 ‘아동신탁기금’이다. ‘모두의 축하’를 제도가 받아 안은 것이다. 우리도 첫만남이용권과 부모급여 같은 직접 지원은 이미 갖췄으니, 이제 자발적인 축하를 뒷받침할 통로 하나쯤 더 둘 때가 되었다.

금반지가 현금이 되고, 그 현금마저 점점 사라지는 시대다. 나라가 주는 지원금은 가계부의 숫자를 채워줄 수는 있어도, 한 아이를 맞이하는 사회의 마음까지 데워주지는 못한다. 출산은 누구나 축하받아야 하고, 누구나 축하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 축하의 길목에 세금이 걸림돌로 놓이지 않도록 슬쩍 비켜서 주는 일—세금이 저출산 시대에 건넬 수 있는, 작지만 따뜻한 돌 반지 하나다.

박훈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필자 소개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이자 대외협력부총장으로, 상속세제와 기부세제 분야를 연구하는 세법학자입니다.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세법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일본 도쿄대학교와 미국 UC 버클리에서 연구 활동을 했습니다. 한국세법학회 회장 등 학계 주요 학회를 이끌며 조세제도 연구와 납세자 권익 보호에 힘써 왔고, 국세청 납세자보호관(개방직 국장)과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등을 지내며 정책 현장에서도 활동했습니다. 이러한 공로로 납세자의 날에 2023년 홍조근정훈장을 수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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