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부 6172억 달러 ‘사상 최대’…유산기부 급증

‘기빙USA 2026’ 결과 발표…전년보다 5.7% 증가해 역대 최대
유산기부 19.7% 늘어 ‘대규모 부의 이전’ 신호 주목

지난해 미국의 자선 기부금이 6172억 달러(약 953조2037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유산기부가 전년보다 17% 가까이 늘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자산 이전이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3일 기빙USA(Giving USA)가 발표한 ‘Giving USA 2026’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총 자선 기부액은 약 6172억 달러였다. 전년보다 명목 기준 5.7%,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3% 증가한 수치다. 미국 자선 기부금이 처음으로 6000억 달러(약 926조6400억 원)를 넘어섰으며 물가를 반영한 실질 기준으로는 2021년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기빙USA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의 자선 기부금은 6172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Unsplash

기부 증가의 배경으로는 주식시장 강세와 경제성장이 꼽힌다. 연방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불확실성이 커졌지만, 소비지출과 국내총생산(GDP) 성장, 금융시장 강세가 기업·재단·고액자산가의 자산 가치를 키우며 기부 증가를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2025년 S&P500 지수는 약 16% 상승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39회 경신했다.

기빙USA는 지난 40년간 미국 기부금의 증감 흐름이 S&P500 지수의 상승과 하락 흐름과 유사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조사·작성을 맡은 인디애나대학 릴리 패밀리 스쿨 오브 필란트로피의 존 버그돌 데이터·연구 파트너십 임시 책임자는 “시장은 점점 더 중요한 기부 예측 변수가 되고 있다”며 “시장 의존도가 커질수록 시장의 불확실성이 기부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 가파른 유산기부 성장세, ‘대규모 부의 이전’이 온다

개인·재단·기업·유산기부 등 네 가지 기부 재원은 모두 명목 기준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유산기부다. 2025년 유산기부액은 약 622억 달러(96조430억 원)로, 전년의 519억5000만 달러(약 80조1952억 원)보다 명목 기준 19.7%, 실질 기준 16.6% 증가했다.

유산기부는 전체 기부금의 약 10%에 불과하지만,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늘어난 전체 기부금 333억 달러(약 51조4052억 원) 가운데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다수의 미국 비영리 전문 매체는 유산기부의 가파른 증가세를 베이비붐 세대와 고령 기부자의 자산이 젊은 세대와 자선단체로 이동하는 ‘대규모 부의 이전’이 본격화되는 신호로 봤다. 금융조사기관 세룰리 어소시에이츠(Cerulli Associates)는 향후 24년간 상속을 통해 자선단체로 이전될 자산이 18조 달러(약 2경778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약 7500억 달러(약 1158조 원) 규모다.

기빙USA에 따르면 2025년 미국 유산기부가 전년보다 19.7% 증가했으며 케어(CARE)는 이에 맞춰 계획기부 프로그램을 확대해 왔다고 밝혔다. /CARE

국제구호단체 케어(CARE)도 유산기부 증가 흐름에 주목했다. 케어는 비영리 전문 매체 크로니클 오브 필란트로피와의 인터뷰에서 “대규모 자산 이전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계획기부 프로그램을 확대했다”며 “수십 년간 소액 기부를 이어 온 기부자들로부터 수백만 달러 규모의 유산기부를 받았다”고 밝혔다.

웬디 맥그래디 기빙USA 이사회 의장은 비영리단체들이 유산기부를 포함한 계획기부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기부자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기부 방식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며 단체들이 유산기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실제로 자산 이전이 시작됐다고 단정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시선도 있다. 버그돌 임시 책임자는 최근 몇 년간 국세청(IRS)의 상속재산 신고 자료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며, 추세를 판단하려면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 기부 총액은 늘었지만…소수 고액 기부자 의존도 커

2025년 개인 기부액은 3942억 달러(약 608조6448억 원)로, 전년보다 명목 기준 4.1%, 실질 기준 1.4% 증가했다. 개인은 전체 기부금의 64%를 차지하는 최대 기부 재원이다. 다만 소비자 심리는 낮은 수준에 머물렀고, 재정적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일부 가계의 기부 확대를 제한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기부금 증가가 폭넓은 기부자 기반의 확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부 모금 효율성 프로젝트(FEP)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미국의 전체 기부금은 전년 동기보다 5% 증가했지만, 기부자 수는 3.6% 감소했다. 특히 1000달러(약 154만 원) 미만을 기부하는 소액 기부자층은 정체하거나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2025년 ‘초고액 기부’는 총 192억 달러로 개인 기부금의 약 4%를 차지했으며, 이 가운데 매켄지 스콧의 기부액은 66억5000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Elena Siebert

2025년 미국 기부금 증가는 소수 초고액 기부자의 영향도 컸다. 기빙USA가 해당 연도 전체 기부금의 0.1%를 넘는 기부로 분류하는 ‘메가기프트(초고액 기부)’는 총 192억 달러(약 29조6544억 원)로, 개인 기부금의 약 4%를 차지했다. 2025년에는 6억 달러(약 9267억 원) 이상 기부가 메가기프트에 해당했다. 매켄지 스콧의 기부액은 66억5000만 달러(약 10조2729억 원)로 전체 메가기프트의 약 3분의 1에 달했다. 마이클 블룸버그(43억 달러·약 6조642억 원), 빌 게이츠(37억 달러·약 5조7150억 원), 폴 앨런의 유산기부(31억 달러·약 4조7883억 원)도 메가기프트에 포함됐다.

수혜 분야별로는 대부분 증가세를 보였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교육 분야 기부는 8.9%, 공익·시민사회는 8.7%, 환경·동물은 8.2% 증가했다. 예술·문화·인문(4.7%), 보건(3.3%), 사회서비스(2.6%), 국제(1.4%)도 증가했다. 반면 종교단체 기부는 0.2% 감소했다.

재단에 대한 기부는 2024년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뒤 2025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18.3% 감소했다. 존 버그돌 임시 책임자는 재단 기부가 2024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전년보다 32.6% 급증한 데 따른 영향이라며, “금액 자체로 보면 2025년 역시 매우 강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맥그래디 의장은 “미국인의 관대함이 지닌 회복력을 보여주는 이정표”라며 “경제 변동성과 많은 가계가 겪는 재정적 압박 속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기부가 이뤄졌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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