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 우리 사회에서 동물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유기동물 입양을 장려하는 캠페인도 다양하게 진행됐다.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 문구는 동물권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구입하는 비율은 여전히 높고, 입양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식품축산부가 지난 2월 공개한 ‘2022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기로 했을 때 개인을 통해 분양하는 비율이 51.9%로 가장 많았다(유료 분양 포함). 펫샵 구매는 21.9%,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나 민간단체를 통해 유기견을 입양하는 경우는 10.4%였다.
지난달 24일 서울 마포구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에서 만난 이환희 포인핸드 대표는 “‘유기견은 키우기 어렵다’는 편견이 입양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수의사인 이 대표는 10년 전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만들었다. 낮에는 수의사로, 밤에는 개발자로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입양 보낸 동물은 10만마리. 이 대표는 플랫폼을 만들면서도 “상처 많은 유기동물이 새로운 가정에서 잘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고 했다. 현실은 달랐다. “지난 10년 동안 포인핸드를 운영하면서 제 편견도 많이 깨졌습니다. 사랑과 관심을 주면 아이들은 기대 이상으로 많이 변합니다.”
이 대표는 미디어에서 유기동물보호소의 열악한 환경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것이 오히려 유기동물에 대한 편견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 본 유기동물보호소를 떠올려보세요. 철창에 갇혀 두려워하는 모습, 털이 뒤엉킨 채 방치된 모습. 관리가 안 된 동물 모습이 보호소를 대표하는 이미지가 됐습니다. 보호소는 더러운 곳이고 이곳에 있는 유기동물은 불쌍하고 건강에 문제가 있는 동물이라는 인식이 강해졌죠. 이런 인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 대표는 지난 5월 이런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를 열었다. 그는 “보호소가 멀리 있는 혐오시설이 아니라 동물을 아끼는 건강한 공간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여전히 열악한 보호소도 존재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보호소 시설이나 동물 관리 방식 등이 많이 개선됐다”고 했다. 포인핸드 입양문화센터 1층 카페 테이블에 놓인 태블릿에서는 푸른 잔디에서 유기견들이 뛰어노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이어 이 유기견 이름, 건강검진 결과, 사회성 등 여러 특성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2층에는 유기동물 거주 공간을 마련했다. 입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유기동물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유기동물을 직접 만나고 나면 입양을 결심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간식을 주고, 같이 산책을 하다 보면 편견이 깨지거든요. 매월 두 마리의 유기견을 포인핸드가 운영 중인 보호소에서 이곳으로 데려올 예정이에요.”
포인핸드가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하는 양평유기동물보호소 ‘품’에서는 현재 100마리 이상 동물을 보호하고 있다. 보호 기간(30일)이 지나도 안락사하지 않는다. 유기동물을 케이지가 아닌 애견 호텔식 방에 보호한다. 유기견 크기와 상태, 품종에 따라 1마리 혹은 여러 마리로 나누어 보호한다. 유기동물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보호 시스템을 갖췄다. 유기동물보호소에서는 입양을 위한 보호만 담당하지 않는다. 보호소에 들어온 동물은 가장 먼저 수의사의 검진을 받는다. 심각한 질병이 발견될 경우 치료를 해준다. 유기동물 건강상태를 확인해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이 데이터는 입양 희망자가 나타나면 제공한다. 이 대표는 “유기동물에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최대한 안락사시키지 않으려는 보호소들 노력이 주목받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동물 유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동물등록제도’가 제대로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 내년 1월 1일이면 동물등록제도를 시행한 지 딱 10년이다. 하지만 동물등록제도는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기준 516만8614마리의 의무 등록 대상 반려견 중 등록 반려견은 276만 6250마리로 53.4%로 집계됐다. 2마리 중 1마리는 등록되지 않은 셈이다. 이 대표는 “유기동물보호소에서 동물을 구조하고서 가장 먼저 동물등록 여부를 알아보지만 확인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했다. “동물의 주인이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인식만 된다면 유기 문제는 조금 더 쉽게 풀릴 수 있을 겁니다. 동물의 삶도 나아질 거예요. 포인핸드도 좀 더 많은 동물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전국으로 입양문화센터 지점 수를 늘리는 등 노력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서보민 청년기자(청세담14기)